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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항상 당당해라.

by 그레이스 ~ 2011. 8. 26.

결혼 후 몇 년이 지났을 때였나?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친구들이 학위를 마치고 속속 귀국하던 그즈음.

남편 동기들이 가족모임을 하자고 의논이 되어 서울에서, 울산에서, 거제에서 참석하기 쉽게 대전에서 만났었다.

(서울대학교 교수 3명,충남대학교 교수 2명, 연구소 2명, 대기업에 5명)

 

남편들은 같은 대학 같은과 출신인데, 아내들은 제각각 다양하기도 하더라.

대단한 집안의 딸들...

그 사실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묘~한 거리감도 생기고...

복잡 미묘한 그 감정을, 1박 2일의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남편에게 한 번도 내색을 안 했었다.

 

앞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반듯한 삶을 살리라 는 결심만 굳게 했을 뿐.

나라고 왜 없었겠는가?

상대적인 열등감, 상대적인 박탈감...

단지... 내색을 안 했을 뿐이지.

 

나를... 애살이 많다고 한다.

경상도 사투리로 '애살'  - 남보다 더 잘하고자 하는 의욕이라고 풀이하면 맞으려나?

더 교양을 쌓기 위해서...

아이들을 더 잘 키우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아왔다.

 

모임은 계속 이어져오고... 3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젊은 모습과 요즘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

50대, 60대의 여자들에게 최고의 자랑거리는  

친정의 배경보다,

남편의 지위보다,

화목하게 살아온 가정과 잘 키운 자식이더라.

 

결혼을 앞둔 아가씨에게 배경 때문에 기죽지 말라고... 누구 앞에서나  당당해라고 말하고 싶다.

 

 

    •  
    • 결혼초기에는 대단한 친정을 가진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주눅들기도 하고... 그랬어요.
      친정아버지가 한국은행 총재, 유명한 검사,기업체 사장,
      남편의 월급이 아닌,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이 부러울수 밖에...나는 지극히 평범했거든.

      놀랍게도 현재의 생활을 비교해보면 거의 다 비슷비슷해요.
      살아오면서 풍족하게 산 사람과 알뜰하게 산 삶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남편에게 가지는 고마운 마음과는 별개로 자식이 내게 주는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 호박꽃의 미소2011.08.27 08:06 신고

    여자 나이 중년이 되면
    50대..60대가 되어갈수록 대상은 달라도 모두 똑 같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더군요.
    근데 하신 말씀 처럼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성실한 자녀들로 성장하였을때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배들 이라지요.
    돈으로도 바꿀 수 없고...
    물질로도 결코 상쇄가 될 수 없는...
    그럼에도 그레이스님은
    재산과 명예와 부와...그리고 휼륭한 자녀들 까지..
    모든걸 다 걸머쥐고 살으신듯한 분이세요.
    저는 신앙인이라 자처하지만,
    세속적인 표현으로 복도 타고 난다고 하든데...ㅎ
    신의 ...사랑과 축복이 ..많으셨나...봅니다.
    이제...앞으로...쭈욱~
    건강하시기만 바래시면 딱!!!

    • 그레이스2011.08.27 10:01

      미소님~
      50대,60대가 되어서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달라졌다기보다,
      그 나이 즈음엔 모든게 마무리되는 싯점이어서 다~ 비슷비슷하게... 모두 똑같아진다는... 사실, 그런 것 같아요.
      주변엔 경제적으로는 거의 다 풍족한 편이니까 자녀문제가 제일 큰 화제꺼리이기도 하고요.

      남편의 친구들을 보면,
      선후배들 어느 해 보다도 65학번,66학번이 다른 기수에 비해 사회적인 출세를 많이 했더라구요.
      (남편은 1학년 마치고 휴학을 해서 65,66 다 친구예요)
      교수직에서도 그렇고,
      미소님이 현대중공업 가족이니까 터놓고 말해서 현대중공업에서도 사장님이 두명 나왔고,
      삼성,대우,한진,대한항공,현대자동차... 본부장 혹은 사장을 역임한 친구들이 그렇게 많아요.
      우리 여자들 끼리 모이면 그럽니다.기가 너무 센 기수라고요.
      자기네들 끼리는 해방이후 최고로 똑똑한 기수라고 뻥을 칩디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때가 한국의 경제규모가 확장되는 시기여서...
      온갖 고생도 많았지만,특진의 혜택도 누린... 격동의 세대라고 말하지요.

      높은 지위와 부를 다 가졌더라도 자녀 때문에 속으로 근심하는 가정을 보니까
      평범하게 살면서 자식이 기쁨을 주는 가정이 훨씬 만족스러운 삶이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미소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 현재만으로도 축복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의 욕심은 안부릴게요.

  • 키미2011.08.27 09:15 신고

    타고 난 것에 비해서 너무 다스리질 못하는 사람도 있고,
    난 것은 미미하나 그 작은 것을 잘 이끌어 창대하게 되는 사람도 있고.
    그 수많은 복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여자는 남편을, 남자는 아내를.
    그 후에 다른 것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아무리 복이 많아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 또한 허무한 것.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가진 복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제 생각엔 가장 큰 복입니다.

    • 그레이스2011.08.27 10:05

      맞아요~
      시골 한적한 곳에 오두막을 짓고 살더라도,
      마음이 풍족하고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그게 곧 최상의 행복이라고...
      행복은 외부에서 주어지는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 마리아2011.08.27 17:40 

    여기선 그레이스님이라고 해야겠지요? 정원친모님 글도 있고 참 반갑네요~~
    종화샘도 인연이지만 큰아드님이 Johns Hopkins 공부하셨나봐요~~
    제가 미국서 석사와 디플롬을 피바디음대서 했어요^^ 같은학교네요
    제가 좀 선배겠지요 ㅎㅎ 재작년에 총동문회에서 피바디동문 연주끝나고 모였었는데 ~~
    Baltimore에서 지낸 3년이 벌써 아득한 옛날이에요 한번 다시 가보고 싶네요
    저하는 일이 바빠 항상 걱정인 아들때문에 그레이스님의 글에서 많은 조언을 얻고 갑니다
    종종 방문할께요.
    답글
    • 그레이스2011.08.27 19:59

      마리아님은 여러가지로 인연이네요~^^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은 워싱턴 시내 백악관 가까운곳에 있더라구요.
      자기도 2년동안 볼티모어에는 못가봤다면서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2주일동안 머물렀던 엄마에게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본관 건물을 구경시켜줬어요.
      존스홉킨스국제대학원이 정치 외교분야로 유명하다보니까 각나라 정부에서 1~2명 국비로 보낸 사람이 많더랍니다.
      덕분에 여러나라의 인재들과 친분을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약간의 유혹도 있었지만... 아들은 금융을 택했었지요.

       

    • 그레이스2011.08.28 06:43

      금호아트홀에서 쇼팽협주곡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제...마리아가 누군지 알아요~
      박종화와 함께 연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검색하니까 나오네.
      대단한 재원이네요~~~~~

  • coco2011.08.27 19:34 신고

    미래의 며느님 좋겠어요!
    앞으로도 시어머님께서 늘 든든한 편이 되어주실 것 같아서.
    제일 신경 쓰일 부분일 텐데...
    이렇게 화이팅해 주시니...

    제가 뵙기에도
    그레이스님은 주변에서 보기 드물게
    많은 것을 갖추신 분이신 거 같아요.

    부와 명예,
    그리고 지금껏 열심히, 정성을 기울여서 사신 삶에 대한 좋은 결실들 = 훌륭한 자녀들과 그들의 짝들...
    행복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계신 거 같아요.
    부와 명예를 가졌어도 자식들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는 사람들 주변에 많고요

    이렇게 좋은 롤모델을 만나뵙게 되어 기뻐요!^^*
    잘 지도해 주세요!

칭찬이 너무 과하다.
만나보면... 적당히 푼수끼가 넘치는... 그래서 실망이 클텐데.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내면적으로 한참 갈등을 하다가 어느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말을 하기때문에,
속좁음이 표시가 안나는 거예요.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사소한 것으로 많이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고,
부족함이 없어보이는데도 불만이 많은 사람이 있고... 그렇더라구요.
그 원인을 관찰해보니,
사람마다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다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부(물질)가 원하는 만큼 채워져야 만족하는 사람은 다른 조건이 갖춰져도 경제력 때문에 불만스러워하고,
권력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남편의 사업으로 큰돈을 가졌는데도 내세울게 없음을 아쉬워하고,
아마도... 나는,
내가 가장 원했던 부분이 채워져서 빈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안가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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