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내가 살던 사택은 한 단지안에 사는 모두가 친한 이웃 같아서
어른 한두명만 놀이터에 있으면 아이들을 맡겨놓고 시장도 다녀오고, 또 집안일도 해놓고 나오고...
그렇게 서로 믿고 아이를 맡기던 시절이었어요.
나처럼 3~4살짜리 아이 엄마들은 보초를 서는 경우가 많고 5~6세가 되면 혼자서 나와 놀곤 했지요.
그중에서도 나는 연년생 엄마니까 작은애는 등에 업고, 혹은 유모차에 태워서 자주 보초를 섰습니다.
그래도 길어야 한두시간.
놀이를 마치고 엄마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주보는 두집씩 3층으로 된 한 동에 6가구씩 살던 방갈로식 아파트였지요.
놀이터가 가깝다보니 베란다에서 아이를 부르는 엄마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발견한 그 무엇이 내게 큰 교훈을 주었지요.
아이들은 멀리서 부르면 절대 안된다는 것을!
(큰소리로 멀리서 노는 아이를 부르는 일은 그당시엔 어느 도시 어디서나 자주 있는 일이었어요)
흙장난이나 놀이에 열중한 아이들은 부르는 소리를 듣지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중에는 듣고도 못들은 척 그냥 노는 아이도 있습디다.
두번,세번 부르는 소리는 계속되고...
그렇게 마지못해 돌아가는게 반복되면,
부르는 소리에 빨리 대답하고, 반응해야 한다는 교육은 애시당초 기대하지도 말아야 하는게 아니겠어요?
듣고도 못들었다고 적당히 둘러대는...임기응변 과 거짓말을 가르치는 결과가 되더라구요.
밖에서 노는 아이는 반드시
1.엄마가 찾으러 가서 아이의 놀이상황을 살펴보고,
2.끝나려면 얼마나 남았는지 아이에게 물어보고,
3.흙으로 만들기를 하든지, 뭘 세웠든지... 마무리를 다 하도록 기다렸다가,
4.아이의 동의하에 놀이를 끝내고 일어나야 하며,
5.벗어놓은 옷은 없는지,빠뜨린 장난감은 없는지 뒷정리를 하고 돌아와야 바른 지도가 되더라구요.
아이도 만족감(성취감)을 느끼고 자기가 뭘 하고 놀았는지 설명도 하고,
내일은 어떻게 놀겠다고 계획도 말하고...
집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밥먹으러 오라고 부엌에서 부르지말고,
옆에 가서 아이를 바로 쳐다보고 말해야 엄마의 의사전달이 더 잘된다는 것을 명심해주세요.
눈에 보이지않는 곳에서 부르면 두번,세번 부르는게 습관이 되어버립니다.
밥먹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놀이는 항상 마무리하는 버릇을 잘 가르쳐야,
훗날 공부할때 시작만 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그런 일이 적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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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처음부터 할 가능성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한것 같아요.
떠보려고 아이를 시험하는 행동은 서로에게 독이죠.
역시 그레이스님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셔서 육아서보다 훨씬 유익합니다.
저도 식사, 양치질, 외출 등등의 이유로 놀이를 중단시킬때 항상 예고제를 쓰거든요
(이것도 그레이스님께서 가르쳐주신거죠)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거 하고 나서 하자. 라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키면 훨씬 수월해요.
해린아빠가 그걸 모르고 우격다짐으로 아이를 덜렁 안고가서 본인이 필요한 행동을 하려고 하면 (양치질을 시킨다거나 옷을 입히는 것들) 꼭 해린이는 반항하고 울고불고. 안하겠다고 버티니 몸싸움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예고제를 해야한다고 설명하고난 후 한동안 익숙해지는 시간을 지나고 이제는 해린아빠도 자연스럽게 예고제를 쓰니 해린이와 갈등이 확 줄었지요.
생활지도를 할때는 반드시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하는것도 잊지 않을게요.
제가 제할일 하면서 입으로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하면 아이는 저절로 흘려듣고 잔소리처럼 느껴하는것 같더라구요. 제가 식사준비하면서 해린이한테 뭐라뭐라 말을 몇번 하면서. 해린이 태도를 보니 딱 그런것 같은거에요.
차라리 음식이 좀 맛없어지더라도 가스불 끄고 해린이 눈보고 말해야겠다 느꼈어요.
저번에 전화로도 말했지만,
짓궂은 장난으로 아이를 놀려먹고, 어쩌나 반응 볼려고 아이 시험하고,아이 애태우고 짜증나게 만드는 부모를 보면,
내가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더라.
그래서 나는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남편에게도 속을 떠보는 일은 안한다.
해린엄마에게 예고제를 쓰고 단호하게 끊어라고 말한게
잠들기를 싫어해서 밤에 잠들기전에 노래 불러주고,이야기 해주고,그 절차가... 길어서,
노래 3번 더 부르고 끝이야.등등으로 하라고 하면서, 생활전반에 꼭 예고가 필요하다고 그랬었지.
내가, 해린이에게 애착이 가는 이유는 내 조언을 해린엄마가 명심하고 잘 지켜주기 때문이야.
토요일 저녁에 우연히 호텔앞에서 정이엄마를 만났어.
초등학교때 부터 멘토를 했었던 지금은 대학 2학년이 된...
"혼란스러웠던 고비때마다 좋은 조언을 주셔서 지금도 남편이랑 자주 이야기 합니다" 그러더라구.
그러면서 이번에도 또 숙제를 주더라.
"잘 생각해보시고 판단을 주세요" 하면서...
설령 해린이가 수재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해린엄마의 정성으로 우수한 인재로 키워낼 것을 확신한다.
-
엄마의 일방적인 입장이나 생각만으로 행하는 길들임이 아닌
답글
아이 입장이나 상황까지 헤아리는 교육이군요.
정말 great 맘이십니다,^^ -
달이2011.08.13 01:08 신고
아.... 정말 반성하게 되는 글이네요. 내가 바쁘다고 항상 아이를 멀리서 부르고, 뭔가를 더 하고싶어하는 아기를 덜렁 안고 가서 씻기고... 그러니 무슨 뒷정리가 되었을까요.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늘 나의 스케줄에 맞춰 아이를 움직이려 했었어요. 앞으로 정말 조심해야 할 듯... 그리고 밑에 덧글에 나오는 '짓궂은 장난으로 아이를 놀려먹고, 어쩌나 반응 볼려고 아이 시험하고,아이 애태우고 짜증나게 만드는 부모'가 딱 남편 모습이거든요. 남편 이럴때마다 제가 맘이 너무 힘들고 아이도 힘들어하는데 남편은 그게 문제인지를 잘 몰라요. 특히 큰애한테 심해요-아마 큰애한테 애착이 많아서 더 장난을 치는 듯한데... 본인은 아이가 사랑스러워 장난으로 하는데, 큰애가 이제 8살 이거든요. 아주 짜증이 심하고 징징거리는 스타일인데 저의 양육태도에도 문제가 많겠지만 남편이 하루 한두번씩은 아이를 심적으로 힘들게 해요. 본인은 늘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아이가 어렸을땐 마구 당하다가 이제 좀 크니 아빠가 놀리고 약올리는 행동에 과한 반응을 보이고 남편은 또 그걸 참지 못하고 결국 아이만 야단맞게 되거든요, 시작은 남편이 하고선.... 남편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해줘야겠지요? 이제껏 여러번 말했는데 본인 행동의 문제를 모르더라구요. 남편이 장남으로 자라 싫은 말, 충고하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이번엔 진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깊게 전해야 할 거 같아요. 정말 옆에서 보는 제가 너무 힘드니 당하는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요
답글-
그레이스2011.08.13 06:34
달이님~
엄마의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곧 고쳐지리라고 믿어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심정을 이해해주고,아이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을 잊지마세요~~~
그것보다 남편의 행동이 정말 큰 문제이네요.
"짓궃은 장난으로 아이를 놀려먹고 어쩌나 반응 볼려고 아이 시험하고 애태우고 짜증나게 만드는..."
그건 아무 이유없이 아이를 매질하는 것과 똑같은 엄청난 재앙이에요.
아이의 마음속에 원망과 분노와 미움을 가득차게 만드는...평소에 아무리 잘해줘도 소용없어요.
남편이 아내를 욕하고 때리고 짓밟아놓고,선물주고 맛있는거 사준다고 마음이 풀리겠어요?
아이는 그정도로 상처 받는다구요.
지금은 어리고 힘이 없으니까 징징거리고 짜증내는 것으로 표현하지만 점점 청소년으로 크면
거칠게 반항 할 수가 있어요.
남편에게 간곡하게 말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잘 설명하세요.
언제나 웃는 얼굴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 그게 가장 큰 사랑이고 약이라는 것을~!!!!
부모가 자식에게 위로가 되어야 하잖아요?
부모의 행동이 바뀌면 아이도 곧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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