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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친정 엄마

by 그레이스 ~ 2011. 8. 30.

모레 (음력 8월 4일)는 친정엄마 기일이다.

 

이제는 담담해졌지만,

이 즈음이 되면 항상 우울증에 빠진 듯 감정을 추스리기가 무척 힘이 들었었다.

30대,40대, 꽤 오랜 세월을...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신 엄마.

내가 대학 1학년이었으니, 줄줄이 동생들은 어려서...

오빠가 대학 3학년, 나 대학 1학년,남동생 고등학교 1학년,여동생 중학교 2학년 그리고 6학년, 막내는 겨우 10살.

 

장례을 치르는 중에 뒤에서 어느 누군가가 그랬다.

저렇게 많은 애들, 새여자 들어오면 이제 공부는 다~ 틀렸다고...

우리들은 보란듯이 죽기살기로 노력했다.

 

 견디기 어려운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오빠가 대기업 삼성의 부사장이 되고, 남동생이 건국대학교 교수가 되고,

동경공대 박사학위를 받은 여동생 남편이 중역이 되고,

아기 같았던 막내는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되고...(큰누나가 시집갈때 중학생이었던 )

 

좋은 일이 생길 때 마다 42세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가 하루만이라도  이세상으로 와서 우리들이 사는 모습을 봐 주었으면...

경제적으로 가장 벅찼던 시기에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기일이 다가오면 나는 늘~ 가슴앓이를 했다.

 

지난 봄 어느날

결혼한지 10년이 지난 젊은엄마가 시아버지 장례식에서 목놓아 통곡을 한 사연을 이야기 했었다.

남들은 며느리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걸 이상하게 봤을꺼라고.

친정아버지 생각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단다.

초등학교 5학년때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너무나 가난해서 병든 아버지 치료도 한번 못하고, 제대로 장례를 치룰수가 없었단다.

겨우 나무관 하나를 장만해서 이웃사람이 지게에 지고...

엄마랑, 동생들이랑 삽으로 흙을 파고 산에 묻고 돌아왔다고...

삼베옷 하나없이 상여도 없이 그렇게 장례지낸 친정아버지 생각에,

 

많은 조문객에 부족함이 없는 시아버지 장례를 치루면서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더라고,

굶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따뜻한 밥 한상 대접해봤으면...

 풍족한 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그런 생각으로 목놓아 울었다는 말에,

 여간해선 말하지않는 내 사연을 털어놓았다.

 

겉보기에 다 갖춰서 아무런 아픔이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저마다 가슴 한켠에는 꼭꼭 여며둔...  설움 덩어리가 있다고.

 

 

    • 겨우 그 나이에 뭘 알겠습니까만,
      맏이라는 책임감이 큰 무게였지요.
      갑자기 몇년을 압축해서 살아버린 것처럼 어른이 되어버리고,
      모든 행동에는
      만약에 엄마가 본다면... 엄마에게 물었다면... 뭐라고 답해주실까?
      그게 항상 앞섰거던요.

      잘 자라준 동생들이 고맙고,
      엄마역활을 대신 해주신 할머니... 나의 롤모델 우리할머니를 내가슴에 품고 삽니다.

      이제는 엄마 기제사에 모든 형제자매가 다 모여서 파티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 해린엄마2011.08.31 01:20 신고

    그레이스님처럼 세월을 보낸 분도 "엄마" 라는 존재 앞에서는 여전히 가슴이 미어지시는군요.

    글 한줄한줄 읽으면서 아주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 그레이스2011.08.31 07:54

      부잣집 딸로 자라서 ,좋은 남편 만나 젊은시절은 잘 살았는데,
      경제적으로 제일 벅차던 시기에 아직 어린 아이들 줄줄이 두고 돌아가셨으니...
      그 젊음이 너무 안타깝고,
      자식들에게 큰 야망을 심어주고는 그 결과를 못보셨으니...
      목표를 향한 도전 이라는 좋은 생활습관을 물려주신... 좀 특별하셨던 분.

      포스팅 할려고 머리속에 준비했던 내용은
      살아가면서 갖게되는 여러 종류의 상대적 열등감과
      빈약한 여건에서도 전혀 열등감이 없는 사례들...
      적당한 열등감은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더 노력하게 만든다 였는데... 이다음에 한번 쓰지 뭐.

  • 정원친모2011.08.31 20:29 신고

    학기가 시작되니 정신이 없어요..이제서야 블로그 첨 들어오네요..좀 여유롭게 전화드리고 싶었는데..
    반빛에서 참좋은 당신이라는 시에서 그런 말이 있었어요
    어둠을 건너온 사람만이 가지는 빛을 가진 사람..
    어둠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레이스님만의 슬픔을 한가지 알게 되면서
    아!! 아픔을 겪어내면서 쌓아지는 부드러움 또한 존경스럽게 느껴지네요
    전..그냥 편안한 가정에 막내로 자랐어요
    그레이스님 맘안에 친정어머님의 어떤 슬픔과 아픔이실지
    정확하게 와닿지는 않아요...그럼에도
    저의 친정엄마에 대한 마음이 미치면 벌써 울컥 눈물이 고이네요..
    이번 생일에도 전 결국은 엄마가 차려주시는 생일상을 받았어요
    아직도 저에게 온전하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는 한사람은
    울엄마더라구요..어찌나 고마웠던지..
    저 올해 들어서 좀 컸어요- 마음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제 마음이 제가 가진 작은 것에 소중하게 느껴지면서
    그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좀 겸손할 필요가 있다는 걸
    참 늦게도 알게 됬죠^^
    넘 좋은 분이신 듯하고
    넘 뵙고 싶기도..그럼에도 이상하게 소심하게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말씀드리기 참 힘들었는데
    정말 감사했어요..꼭 여쭤보고 싶었거든요
    전화번호 저장하면서 인생에서 특별한 소중한 하나를 저장하는 기분..
    뿌듯했어요
    개강하면서 마음이 복잡했는데
    행복하게 뿌듯한 맘으로 새학기 들어갔어요ㅎㅎ
    또 길어졌죠..
    아직 목소리 들으면서 말씀드리고 말씀 드리기엔 제가 조금 더
    용기가 필요한 듯해서 망설이고 있어요
    그래도
    목소리 들려드리고 싶고
    그레이스님 목소리도 듣고 싶어요..뵙고도 싶고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1.08.31 22:14

      아마도, 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건성으로 대충 흘려 듣고, 귀찮아하면서 지켜보려고 생각도 안했을 것인데,
      엄마가 돌아가셨으니까
      엄마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기억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40대엔 외출을 할때마다 옷장과 설합을 정리해놓고 나가곤 했어요.
      갑작스런 죽음에 누군가 옷장을 열어보고,설합을 열어봤을때를 생각해서...
      가끔씩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살아있는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기도 합디다.
      긴장하고,조심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살아있는 날까지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자고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니까요~
      이런 얘기는 길게하면 안좋은데...

      좋은 인연으로...이어가면서,
      그리고 반가운 만남이 되기를 바랄께요.

  • 달진맘2011.09.10 07:27 신고

    삶에 신조가 뚜렸하신 분이셨군요...
    저도 두딸들이 제사후 어찌어미 를 기억 할란가 궁금하고 그들에게 따뜻하지만 자기삶에 열정을 갖고 노력했다는 인상을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친정엄마는 딸들 에게는 영원한 멘토시지요...

    • 그레이스2011.09.10 08:22

      일찍 돌아가셔서 ... 엄마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되나봅니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엄마 때문에 자주 내 삶을 정리해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주어진 삶이 얼마 안남았다면...???
      제일 먼저 어떤 마음부터 비워야 할까?
      무엇부터 먼저 매듭 지워야 할까?
      정리해햐하는 순서를...
      딸은 없지만, 아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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