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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오늘아침에 받은 편지.

by 그레이스 ~ 2011. 8. 31.

 

 

오전에 칫과에 다녀오느라, (오는 길에 마트에도 들러서)

바쁜 아침시간을 보내면서,

계속... 아침에 받은 편지를 생각했습니다.

 

내 블로그의 글들이 어쩌면... 나이 든 사람의 경직된 생각은 아닐까?

젊은 사람이 보기에는 듣기싫은 설교조의 내용은 아닐까?

며칠사이, 망설임이 생겼는데,

방명록에 남겨준 인사글 때문에 한결 즐겁고 맘이 편해졌어요.

고마워서... 여기 옮겨왔어요.

 

....................................................

 

 

꽤 오랫동안,  
마치 지나가는 길가에 예쁜 이층집 담장을 넘겨다 보듯 
몰래몰래 들어와 글만 읽고 돌아갔었습니다.

추측하건데, 전.. 그레이스 님의 자제분들과 비슷한 나이가 아닐까 싶어요.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요.
3년 전 쯤, 7080세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맡게 되어
도움이 될만한 이런 저런 자료를 찾던 끝에, 이곳을 알게 되었고
그레이스님의 글들을 통해
미처 다 알지 못한 어머니 세대의 감성들, 관심들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청소년 프로, 오락프로 등을 거치면서도
즐겨찾기에 담아둔 "햇살 가득한 오후"는
종종 클릭을 하게 만드는, 제목처럼 따스한 공간으로 자리해 버렸네요.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저희 엄마가 생각이 나요.
'아, 저런 상황에선 우리 엄마도 같은 심정이겠구나'하는 공감도 있구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포스팅 내용에는
'우리엄마도 저렇게 지내면 좋을텐데...'하는, 질투(?)섞인 안쓰러움도 생기구요.
자랑스런 자제분들 관련 얘기엔
'나도 저런 딸이 되고 있을까?'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죠.

이곳에서 살을 키운 감정들이 너무 많기에
진작부터 인사를 드리고는 싶었지만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함부로 이렇게 들락거림이 죄송스럽기도 하고,
또 '감히 내가?' 하는 생각도 들어.... 주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인사를 드리고 싶어졌어요.
실은, 친정 어머님에 대한 글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거든요.
아니, 어쩜 '괜히'는 아니겠네요.

저희집엔 저와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 이렇게 3대 모녀가 함께 있어요.
예의를 중시하시는 그레이스님이 보시기엔 좀 버릇없이 보일순 있겠지만,
올해 연세 아흔하나의 외할머니와,
예순 일곱의 엄마와,
서른 다섯의 전,
마치 친구처럼.. 가끔은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재미지게.. 시트콤의 장면들처럼 지내오고 있었죠.
물론 그레이스님 말씀대로, 집집마다 우환 없는 곳은 없겠지만,
그동안 힘겨운 일들도 같이 이겨내면서
대대로 물려오는 낙천적 성격을 무기삼아, 그렇게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같은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세요.
사실 2년전, 위험한 상황이 한번 있었고.. 지금까지 잘 버텨오셨는데..
어쩌면 헤어질 날이 머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통보를, 엊그제 받았네요.
머리로는, 더이상의 고통보다는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고는 하지만
가슴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먹먹하던 찰나,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게 되었고
마치 감정이입이 된 듯... 자꾸만 노트북 화면이 흐려지는게
덧없이 마우스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네요.

엄마 앞에서 약해보일 순 없어 맘놓고 울지도 못했는데..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마음이 허할때면
햇살이 가득한 이곳에 들러.. 광합성 좀 하고 가도 되겠지요?
 
 
답신;

 

서성거리다가~ 살포시 문 두드리며 찾아와준 손님에게~

많이 고맙고,반가워요~
64세에 갑자기 며느리 잃고, 손주들을 자식인양 맡으신 우리할머니.
혼신의 힘을 다해서 어린 손주들 돌보시고, 정성을 쏟으셨던 친정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새장가를 든 아들내외는 사택에서 따로 살게하셨어요.
한집에서 살게되면 혹시나 불화가 생기거나 아이들이 상처 받을까봐~
그 할머니~!
우리들의 생활, 우리들의 모든 것을 다 지켜보시고...(막내의 결혼생활까지)
91세에 보름정도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장례 나가는 날이 둘째아들 수능시험날이어서 나는 인사만 하고 그 전날 집으로 돌아왔었지요.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해서 ,또 아들을 위해서  가까운 절에가서 하루종일 울면서 기도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친정아버지 카테고리를 보면 아버지 먼길 떠나시던 그때의 글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마음으로 위안 받을 수 있으려나?

자주 놀러와서
소식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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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햇살가득한 오후" 의 의미는

지금 내 나이를 하루의 그 시간 쯤으로 표현했어요.

해질무렵은 아직 남았지만... 이미 늦은 오후

그래도 이왕이면 햇살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정원친모2011.08.31 20:35 신고

햇살가득한 오후가 그런 의미군요..
마냥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는데ㅎㅎ
전 쫌 놀랬어요
블로그의 글들이 아주 솔직하고 그러면서 교훈적이고
무지하게 지적임을 내세우지 안으시지만 단호함이 있는
그럼에도
그런 걱정을 하셨구나 하면서..
그레이스님 블로그에 있는 글들..각각의 하나하나
참좋아요
넘 좋은말만 늘 한결같음만 주장하셨다면
그렇게 생각지 않았을 거에요
살아오면서 느꼈고 살아가면서 느낄 소소하지만 중요하고
어찌보면 은근한 결단력이 전 소중하게 느껴지면서
강의하면서 인용해야지 하며
외우는 것들 참 많아요..
활기찬 자신감으로 멋지게
지금처럼 우아하면서 세찬 의미의 글들 많이 올려주세요..
함께하게 됨을 감사하며..

  • coco2011.09.18 10:04 신고

    햇살가득한 오후, 블로그명이 마음에 들어요.
    젊은 시절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햇살가득한 오후가 아닌 쓸쓸하고 썰렁한 오후가 될 수도 있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주변을 잘 가꾸고 관리하고 지켜야할 거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인간관계가 제일 어려운 숙제이자 난관이에요.
    상처 주고
    상처 받고
    좋은 관계가 사소한 일로 하루아침에 깨지기도 하고
    저 혼자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요...
    저 혼자 참는다고 상대방이 알아주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상대방이 나의 어떤 점을 참아내고 있는지
    잘 알고
    고마워하는 마음도 가져야 겠고...

    • 그레이스2011.09.19 09:24

      블로그를 통해서 코코님을 알게되어서... 좋은 인연 고마와요~^^
      전화에서도 말했듯이,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도 공통점이 있는지 참 놀라운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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