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가 간간히, 마트에 가느라 운전을 하면서, 또 잠깐씩 쉬는 틈에...
ㅇㅇ엄마의 사연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미 한계점을 넘어선 시댁에 대한 분노.
눈에 보이지 않는 피 흘리며, 온몸이 상처 투성이로 망가져있을 것만 같은... 상태.
그 분노가, 그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중년을 넘긴 여자라면 거의 누구나...
어느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분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고,
또 그럴 즈음에 자기 자신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망가지는지를... 경험했을 것이다.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만큼 자기 자신도 분노에 휩싸이게 되니까,
감정은 메말라 가고... 애꿎은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고...
어떤 위로의 글을 쓸 것인지 아직... 준비를 못했다.
처음부터 자기 의견 똑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은 저런 경우를 당하지 않는다.
쉽게 거절 못하고, 여리고, 주변의 눈치를 보는 유형의 사람이,
착한 며느리 역할에 팔다리 묶여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쌓이고 쌓여서 화병이 되는...
힘든 시집살이를 처음부터 작정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못해서 하는 경우와 내가 능동적으로 자청해서 하는 경우는
똑같이 힘든 일일지라도 받아들이는 감정과 결과는 아주 다르다.
젊은 시절 사택에서 이웃에 살던 - 해마다 여름휴가엔 시골 시댁에 가서 농사일 돕던 - 김익환이 엄마는,
10년을 넘게 휴가를 그렇게 보내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는 내 물음에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고 했었다.
신혼 첫해 휴가에 시골 가자고 했던 것이,
시어머니께서 여름이 오기 전부터,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올 거라고,
간절히 기다리고 계시는데 어떡하냐며...
시어머니 돌아가실 때까지는 여름휴가는 시골 가서 보내기로 아예 체념해버렸다고 했었다.
그러고 나니,
어떻게 재미있게, 보람 있게 보낼 것인가를 연구하게 된다고도 했었다.
아마도...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칭찬과 이웃 어른들의 찬사가 다른 선택을 못하게 했을 수도...
긴~ 세월 살아오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최악인 경우도 봤었고, 한집에 같이 살면서도 원만한 경우도 봤었고,
이해하기 힘든 별난 사람도 봤었다.
저마다 들어내 놓고 말하지 못하는 괴로움도 있고...
내가 겪고 싶지 않았던 일, 듣기 싫었던 말, 낱낱이 적어서 기록으로 남겼다가
훗날 내 며느리에게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명심하는 게,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들 - 40대, 50대 며느리들이... 앞으로 해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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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프2011.09.12 01:49 신고
그레이스님, 그간 안녕하신지요?
간간히 들어와서 아드님 소식 읽고 갔었지요.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오랜동안 글로 그레이스님 마음을 알고 있던터라 제 일 같이 함께 기뻐하고 있답니다.^^
조금씩 다 다르겠지만, 어느 누군들 고부간 갈등을 격지 않았을까요.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수 있도록 많은 분들과 긍정적인 소통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토로하고
경험자의 지혜를 읽고 배워 나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말씀대로 찬찬히 경험을 적어 올리시면, 이제 시어머니 되실 그레이스님도 그리고 며느리 될 분도
또 글을 읽는 모든 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지혜로운 말씀 올리시는 그레이스님! 매번 잘 읽고 동감하고 배우고 간답니다. ^^
한국 오늘이 추석 이지요? 인사드리러 왔더니 포스트가 올라와 있기에 이곳에 인사 남깁니다.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 명절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2011.09.12 11:05
오키프님~^^
정말 오랫만이네요.
저도 가끔 새 글이 없는지... 들러보곤 합니다.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오늘 예비며느리의 전화인사를 받았어요.
반갑고... 고맙고...
결혼전 마지막 명절이니 부모님과 좋은 시간 보내라고 했어요.
시댁 스트레스로 병이 난 경우를 보면... 모두 억울함이 쌓여서, 그 울분을 해소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더라구요.
심신이 쇠약해진 경우도 있고,
중병이 났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경우도 있고,
도무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으면 남편에게 그 싯점에서 선언을 하고,
이혼이든지,개선방안을 내든지 양자택일 하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아요.
나의 경우는
남편이 개천에서 난 용이어서 모든 경제적인 부담을 다 책임져야하는 애로가 있었지요.
중고등학교 부터 대학까지 조카들 모두의 학자금을 책임졌고,
놀고 먹으면서 사고만 치는 시동생네 생활비 까지 매달 보내야 하고,
(더 이상은 못주겠다고 거절했더니 우리시어머니 내가 죽어야지 하시며 단식투쟁 하셨다는... 기막히는 사연도 있어요)
장사를 해보겠다고 해서 제과점을 차려줬다가 망해먹고, 식당을 차려줬다가 망해먹고...
10년동안 피같은 내돈 5억이 날아갔지요.
이제는 아예 포기하고 삽니다.
내 자식들에게는 그런 종류의 고생은 없을테니까,
말로써, 상처 받는 일이 안생기도록 조심해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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