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은아들

상견례.

by 그레이스 ~ 2011. 9. 19.

토요일,

남편과 나, 세훈이.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이 훌쩍 지나 3시가 되었다.

이젠 정말 잠을 자자고... 두 남자가 잠이 드는 소리를 듣고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6시 반

겨우 3시간이나 잤을까?

눈은 충혈되었고, 얼굴은 푸석푸석 그래도 잠을 더 자기는 틀렸다.

커피를 연거푸 두잔을 마시고,

샤워를 하고,

 

1월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3.5킬로 짜리 쌀

내가 올때만 2인분씩 밥을 했으니 아직도 쌀이 남았다.

밥솥에 스위치를 넣어놓고.

 

9시가 넘어서 일어난 두 남자.

밥먹을 생각이 전혀 없다.

 

약속시간이 1시이니 12시에 집에서 나가자고 한다.

넉넉한 시간...  

또 나를 걱정해서 전전긍긍,노심초사... 어제밤 부터 눈치를 챘으나 내색을 안했더니,

이녀석 아침에 또...

직접적으로 "어머니 조금 조심해주세요~ "라고는 말 못하고, 언저리만 뱅뱅...

남편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친절해질 것 같은 남편에게 사돈이라는 사이는,

"사돈앞에서는 내 자식의 자랑을 해서도 안되고 흉을 봐서도 안되고, 서로 조심해야 하는 자리예요"

했더니 자기는 아주 친하게 가깝게 지낼생각이라며, 

"당신은 자기가  뭐~ 토지에 나오는 서희인줄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

"꼭 마나님 포스로 주위 사람에게  부담준단 말이야~"

 

참으려다가 열이 팍~! 올라서 큰소리를 냈다.

"세훈아~ 내가 너한테 그렇게나 믿음을 못줬었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준비를 하면서도 침묵으로 냉냉하게 있다가 준비를 다 끝내놓고...

더 길어지면 아들 잡겠다 싶어서,

"이제부터 엄마가 기분 바꿀거니까 아무 염려 하지마라~ 그리고 엄마를 믿어라~" 그러고는 웃어줬다.

 

나는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표정이 굳어지고 싸늘해진다고, 

내가 찬주 부모님에게 부담주는 표정이 나올까봐 그렇게나 걱정하는 아들이 참.......

"어머니, 제가 성격이 소심해서 그래요~ "

내탓이 아니라고 비위를 마춘다.

 

상견례 장소에 가서는

(아~참~^^ 상견례때 자리 배치와 예의에 관한 것은 검색을 해서 알아봤다)

아주~ 꽃이 피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더 친숙하게 우스게 소리도 하고,

어릴적의 에피소드도 이야기 하고,

우리 부부가 며느리 보고싶어서 얼마나 안달하고,온갖 주책을 부렸는지... 그런 얘기도 쏟아놓았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찬주를 만났다고...

남편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고...

 

성품이 좋아보이고 인상이 부드러운 좋은 분들이셨다.

신부쪽 아버지와 언니 부부, 우리쪽 아버지와 형은 떠나고

예비부부와 엄마둘, 한복집으로 가서 예비부부는 두루마기 갖춰서 겨울한복으로 맞추고,

엄마들은 원장이 권하는데로 맞추고.

 

예비부부와 나 - 압구정 현대백화점으로 갔다.

부산에서 올라오는게 쉽지않으니까 만난김에 해결하자 싶어서...

명품백과, 아르마니 투피스를 사줬다.

돈이 아깝지않을만큼 잘 어울리는 맵시~^^ 쳐다보는 내가 흐뭇해지더라.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졌다.

 

  • coco2011.09.19 11:09 신고

    하하~ 토지에 나오는 서희... 에서 빵~터졌습니다. ㅎㅎ
    너무 재미있으세요.

    어제 정말 큰일 치루셨네요.
    사돈어른들 인상이 좋아보이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드님 사랑받으시겠어요.^^

    한복
    명품 핸드백
    아르마니 투피스...
    모두 궁금해용~~~

    흠... 돈이 아깝지 않을만큼 잘 어울리는 맵시...^^

    답글
    • 그레이스2011.09.19 17:38

      남편은 이제 부산으로 가시고...

      사실... 고백하자면,
      토지에 나오는 서희 같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 욕심은...맞아요~ ㅎㅎㅎ
      내가 쫌 그런식의 오버를 하는 편이거던요.
      그래도 그렇지...

      그쪽 부모님을 만나고 나니 더욱 더,
      부담이 안되는 혼사를 치루어야겠다는 결심이 됩디다.

      홍색 치마 초록 저고리, 광택나는 흰색 긴 두루마기... 무척 화려하고, 기품있어보입디다.
      핸드백과 투피스는 평소에 며느리를 보면 사주겠다고 생각했던 브랜드의 제품~^^

      국립 발레단 단원이었으니 몸매는 설명이 필요없는...
      쇼핑하는 재미 - 이것 입어봐라,저것 입어봐라... 그것도 큰 즐거움이던걸요.
      본인이 원하는 것으로 선택했어요.

  • 동그라미2011.09.19 15:07 신고

    안녕하세요?너무 오랜만에 들렸는데 기쁜 소식이 있네요.축하드립니다.
    현명하신 시어머님이 되실거라 믿습니다.

    답글
  • 사랑jy2011.09.19 20:16 신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상견례가 상상되어 덩달아 함께 그 분위기를 즐겨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09.20 07:04

      처음 해보는 일이라... 조심스럽고,긴장됩디다.
      약간은 유쾌한 , 소개팅 같은 기분도 있고요.ㅎㅎㅎ
      아무래도 우리부부가 나이가 많으니까,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대했지만 아주 오랫만에 만나는 후배 부부를 대하듯,다정하게... 뭐~ 그런 분위기였지요.
      남편은,
      여동생도 없고,딸도 없고... 그러다가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니까
      옆에서 보기에 (경상도 사투리로 ) 눈꼴이 시어서...

  • 키미2011.09.19 22:38 신고

    며느님 될 분이 스타일이 멋지면 옷 사주는 재미가 솔찮아요.
    저는 요새 큰집 큰 딸, 옷 사주는 재미에 폭 빠져서.ㅎㅎ
    뭘 입어도 이쁠 나이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히고 싶어서..ㅎ
    축하드려요.

    답글
    • 그레이스2011.09.20 07:14

      아마도...앞으로의 내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ㅎㅎㅎ
      보통, 나이 꽉 찬 딸을 가진 엄마들이 결혼할 딸을 위해서 이것저것 사두고... 그러는데,
      나는 앞으로 며느리가 생기면 줄려고, 챙겨놓은 고급옷이 좀 있어요.
      그걸, 결혼식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주고싶어서 간질간질 합니다~
      우리부부 둘 다 이러면 안되는데...

      키미님의 그 기분 저도 경험했어요.
      딸이 없다보니, 친정쪽 조카딸에게 그런 맘이 생기더군요.

  • 여름하늘2011.09.20 17:11 신고

    정말 생생하게 후기를 잘 올려주셨어요.
    그 분위기가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군요.
    그레이스님에게 혼사에 관한 예기를
    많이 들어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딸들을 생각하며 말이예요.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맵시!
    참고할께용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1.09.20 23:31

      오늘 큰아들 집으로 왔어요.
      하루종일 컴퓨터를 못쓰니까 어찌나 불편하든지...
      조금전에 아들이 와서 컴퓨터 연결을 해줬어요.

      오늘도 여러가지 얘기가 많습니다만...ㅎㅎㅎ
      부산 가서 다음편을 쓸께요.

  • 호박꽃의 미소2011.09.21 09:02 신고

    집안에 희귀한 성별의 손님이라
    온 가족이 큰 성벽 처럼 둘러쳐
    혹시나...마음 다칠세라...바람막이 역활을 하는
    든든한 응원군이 많은걸 보고
    웃음이 납니다.
    표현이 ...상상이 가니까요.....
    그리고...참 정도 많으신 가족이십니다.
    또 얼마나 새식구가 이쁠까요?
    복이 많은 ...집안의 새식구...일테구요.
    그 복도 누구나 잡을 수 없는 ...타고 난다고 하던가...?? @@@
    벌써 부터 새신랑의 사랑을 온전히 받고
    시아버님과 시어머님 ...모두 휼륭하십니다.
    내 가족이니 내 가족을 아껴야 남들에게도 존경과 인정을 받는다는 ...
    얘기를 많이 듣고 살았으니까요.
    좋은 아침입니다.
    행복한 모습에 저도 기뻐요.

    답글
    • 그레이스2011.09.21 09:53

      지난 토요일 결혼식에서 옛 동료가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제아침 사망했다는 연락이 왔더라네요.
      월요일낮에 부산에 내려갔던 남편이 문상하려고 어제 저녁에 올라왔습니다.

      간밤에도 큰애와 이야기하는 즐거움에 빠져서 2시가 넘어서 잠들었어요
      큰애의 결혼에 관한 부모의 온갖 상상으로 아들을 웃게 만들고...

      저는 내일 부산 갔다가 둘째며느리의 일로 이번 일요일에 또 올꺼예요.(아시죠? 보석점 등등)

  • 하늘빛 향기2012.01.09 19:35 신고

    이곳에서 많은걸 배워야겠습니다.
    앞으로 딸아이 보낼 준비며...사위맞을 준비...ㅋㅋ
    지금도 많은 컷닝을 했어요...^^
    이젠 저도 슬슬 걱정이 되어요.

    답글
    • 그레이스2012.01.10 21:44

      칭찬의 말씀... 고맙습니다~^^
      조금 많은 나이여서 앞서서 경험하는 일이니까,
      후배님들은 저의 시행착오를 밑바탕 삼아, 더 좋은 계획을 세우시기를...

 

'작은아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며느리 소개합니다.  (0) 2011.11.21
아들...보내는 준비.  (0) 2011.09.29
손님맞이.2  (0) 2011.08.28
손님맞이.1  (0) 2011.08.22
엄마맘을 살피는... 아들.  (0) 201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