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둘이 있는 집에선 그중 하나가 아들 노릇을 하고,
아들만 둘인 집에선 그중 하나가 딸노릇을 한다.
세훈이가 상냥하고 애교많은, 그러면서 엄마 마음 달래주는 딸 같은 아들이다.
자기의 일상생활도 비교적 상세하게 얘기해주고, 의논해야하는 일도 엄마에게는 잘 털어놓고 묻는다.
그러다보니,
사귀는 여자애 때문에 속상하는 일도 얘기했었고...
"어머니는 미소가 부족해요, 제발 협조 쫌 부탁합니다"
"정색하는 표정으로 주위 사람을 긴장시키고 불편하게 하는 거 본인은 모르시죠"
그렇게 말했던 날,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참작을 하고 앞으로 신경 쓸게"라고 해놓고,
앞으로 엄마에게 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앞으로는 꼭 하고 싶은 말의 핵심만 전해라."
그 애가 무슨 말을 했든 감정을 표현한 말은 전부 가지치기를 하고 뼈대만,
그것도 한번 걸러서 전해야 한다.
"화내고 성질부리더라, 라는 말을 듣고 내가 그 애를 미워하면 어쩌려고 그대로 전하냐?"
그 순간, 아차~! 싶었는지
"어머니 도움을 받으려고 제가 과장해서 말한 거예요~." 열심히 변명한다.
아들에게 결혼생활에서 그 중간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줬다.
형도, 엄마도... 니 아내의 결점은 몰라야 한다,
그리고 니 아내도 엄마와 형의 결점은 몰라야 한다.
살면서 자연스레 직접 느끼고 알아지는 건 어절 수 없지만...
평소에 음식을 먹다가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두고 부산으로 내려온다.
이번에도 포장해온 갈비탕 이인분과 끓여놓고 안 먹은 김치찌개, 빵 종류... 냉동실에 제법 들었다.
그걸 보더니 세훈이가 냉동실 식품 모두 다 치우라고...
이제 아무것도 두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세훈아~~ 엄마가 먹을 거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도 앞으로 두 달 남았다"
"그때까지만 참고 봐주라~~"
"두 달 후부터는 엄마가 너희 집 손님 아니냐? 자주 올 일도 없을 테고...
더군다나 내가 냉장고 옆에라도 갈 일이 있겠냐"
"아~ 예~~~"
어쩌면... 아들은 온 집에 가득 찬 엄마의 흔적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나도 무의식 중에 길들여진 아들 집이 내 집 같은 친숙함을 경계하려고 다짐하고 있다.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은 다 없애라고 했다.
일부는 부산으로 택배 부치고...
그리고... 결혼식 이후엔 서울 다녀가시라고 연락이 오도록 거리를 둘 생각이다.
몇 번 권유를 받고 어쩌다가 가야 반갑기라도 하지.
이제 정말 마음에서도 떠나보내는... 둥지를 떠나... 날아가는 새 이구나.
많은 며느리들 하소연에...
아들을 쉽게 못 보내는 시어머니의 행동을 많이 들어서,
나는... 중심을 잡자~ 아침마다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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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몽깨몽2011.09.29 16:45 신고
글을 읽는데 제가 왜 눈물이 날려고 할까요?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늘 '대단하시다...'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둘째 아드님 결혼준비 하시면서 더욱 대단하시다고 느껴집니다
답글
중심을 잡으시는 그레이스님과 한번 내 가족이 될 사람이라고 결정하시고 나선,
따뜻하게 좋은 점만 보시고, 감싸안으시려는 마음, 대부분생각은 있지만 실천은 힘든데,...존경스럽습니다.
자식 마음까지 다헤아리고, 생각하는 부모 마음을 자식은 알기나 할까요? -
정말 저,
많은것을 배우며 신세대 어머님의 자녀결혼에 임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읽어내려가며~혼자서 들떠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제가 다~흥분이 되기도하는 아주 미묘한 갈등(?)을 느끼는 아들만있는 엄마예요..^^*
정말 아들만 있는 엄마의 외로움(?)~~ 아무리~아무리~ 내속을 다 보여도 아들과 딸.남자와 여자의 원초적, 생태적 이해가 다르는것 같아
때때로 한숨짓는 내 기분을 여기에서 느낄것 같아 가슴이 아려올것 같아요...^^*
존경합니다~~~~~~~~~~~~.... 저, 여기에서 미리 선행학습하는 맘으로 배우고 있답니다.
아들을 떠나보내는 연습.............
특히나~의료업에 종사하는 아들은 정말 부인 잘 만나야하는데......어느직업없이 똑 같겠지만....
제 남편을 보면서 정말 의사 아무나 하는것 아니란걸 피부로 확~느껴요...
휼륭하니 잘 키워 고이~고이 ~~또, 참선하는맘의 자세를 보는것 같아~~~~~~~아들만 있는 엄마로써
좋은 사돈 만나~내 아들 변함없이 좋은 가정 이끌어가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답글
참, 횡설 수설이 되었네요~~~~~그레이스님~~~~~~~~존경합니다........ [비밀댓글] -
coco2011.09.30 10:25 신고
저는 딸 하나인데
답글
이 아이가 아들 같은 딸이에요.ㅜㅜ
본인 일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편이라
제가 특별히 잔소리할 필요 없는 좋은 점은 있지만
보통 딸들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딸은 아니랍니다.
말도 조심스럽고....
딸 같은 딸이건
딸 같은 아들이건
둘째가 없는 게 요즘들어 정말 아쉬워요.
떠나보낼 준비하시는 모습,
정말 마음이 쨘합니다.ㅠㅠ -
아들집이 곧 내집처럼 다니셨을텐데
답글
냉동실 음식을 치우랴
내 물건 모두 치우랴
거리를 두랴
이글을 읽고 있자니 어째 쓸쓸해지는군요. -
아래 글에서 아드님 결혼 소식 읽었어요.
답글
정말 축하드려요.
서운섭섭한 감정이시겠어요.
대한 민국 상위 1%에 드는 신랑과 신부예요.
행복하게 잘 사시길 기도할게요.-
그레이스2011.10.01 16:27오늘아침~ 예비며느리가 안부전화를 했습디다.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 드시지않게 조심하세요~ 하면서...
이쁘네요~
하~도 오래도록 기다렸던 아들의 결혼이어서 그런지,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 더 커서 서운한 기분이 들다가도 곧바로 회복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아님~
저도,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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