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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아들...보내는 준비.

by 그레이스 ~ 2011. 9. 29.

 

딸만 둘이 있는 집에선 그중 하나가 아들 노릇을 하고,

아들만 둘인 집에선 그중 하나가 딸노릇을 한다.

 

세훈이가 상냥하고 애교많은, 그러면서 엄마 마음 달래주는 딸 같은 아들이다.

자기의 일상생활도 비교적 상세하게 얘기해주고, 의논해야하는 일도 엄마에게는 잘 털어놓고 묻는다.

그러다보니,

사귀는 여자애 때문에 속상하는 일도 얘기했었고...

 

"어머니는 미소가 부족해요, 제발 협조 쫌 부탁합니다"

"정색하는 표정으로 주위 사람을 긴장시키고 불편하게 하는 거 본인은 모르시죠"

그렇게 말했던 날,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참작을 하고 앞으로 신경 쓸게"라고 해놓고,

앞으로 엄마에게 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앞으로는 꼭 하고 싶은 말의 핵심만 전해라."

그 애가 무슨 말을 했든 감정을 표현한 말은 전부 가지치기를 하고 뼈대만,

그것도 한번 걸러서 전해야 한다.

 

"화내고 성질부리더라, 라는 말을 듣고 내가 그 애를 미워하면 어쩌려고 그대로 전하냐?"

그 순간, 아차~! 싶었는지

 

"어머니 도움을 받으려고 제가 과장해서 말한 거예요~." 열심히 변명한다.

아들에게 결혼생활에서 그 중간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줬다.

 

형도, 엄마도... 니 아내의 결점은 몰라야 한다,

그리고 니 아내도 엄마와 형의 결점은 몰라야 한다.

살면서 자연스레 직접 느끼고 알아지는 건 어절 수 없지만...

 

평소에 음식을 먹다가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두고 부산으로 내려온다.

이번에도 포장해온 갈비탕 이인분과 끓여놓고 안 먹은 김치찌개, 빵 종류... 냉동실에 제법 들었다.

그걸 보더니 세훈이가 냉동실 식품 모두 다 치우라고...

이제 아무것도 두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세훈아~~ 엄마가 먹을 거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도 앞으로 두 달 남았다"

"그때까지만 참고 봐주라~~"

"두 달 후부터는 엄마가 너희 집 손님 아니냐? 자주 올 일도 없을 테고...

더군다나 내가 냉장고 옆에라도 갈 일이 있겠냐"

"아~ 예~~~"

 

어쩌면... 아들은 온 집에 가득 찬 엄마의 흔적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나도 무의식 중에 길들여진 아들 집이 내 집 같은 친숙함을 경계하려고 다짐하고 있다.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은 다 없애라고 했다.

일부는 부산으로 택배 부치고...

 

그리고... 결혼식 이후엔 서울 다녀가시라고 연락이 오도록 거리를 둘 생각이다.

몇 번 권유를 받고 어쩌다가 가야 반갑기라도 하지.

 

이제 정말 마음에서도 떠나보내는... 둥지를 떠나... 날아가는 새 이구나.

 

많은 며느리들 하소연에...

아들을 쉽게 못 보내는 시어머니의 행동을 많이 들어서,

나는... 중심을 잡자~ 아침마다 다짐을 한다.

 

 

  • 깨몽깨몽2011.09.29 16:45 신고

    글을 읽는데 제가 왜 눈물이 날려고 할까요?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늘 '대단하시다...'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둘째 아드님 결혼준비 하시면서 더욱 대단하시다고 느껴집니다


    중심을 잡으시는 그레이스님과 한번 내 가족이 될 사람이라고 결정하시고 나선,
    따뜻하게 좋은 점만 보시고, 감싸안으시려는 마음, 대부분생각은 있지만 실천은 힘든데,...존경스럽습니다.

    자식 마음까지 다헤아리고, 생각하는 부모 마음을 자식은 알기나 할까요?

    답글
    • 그레이스2011.09.29 19:42

      마음을 정리할때는 항상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요.
      큰애를 대학에 입학 시키고... 이제부터 서서히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자~
      적어도 10년을 준비하면 결혼 시킬때는 품위있는 엄마가 되어있겠지... 그런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때도, 유학을 보낼때도, 이따금 만났다 헤어질때도... 큰애는 여러번 그런 경험이 있는데,
      둘째는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군복무 대신 보건소의사로 근무했으니)

      냉정해지려고 매일 노력합니다.

  • 빛과소금2011.09.29 17:40 신고

    정말 저,

    많은것을 배우며 신세대 어머님의 자녀결혼에 임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읽어내려가며~혼자서 들떠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제가 다~흥분이 되기도하는 아주 미묘한 갈등(?)을 느끼는 아들만있는 엄마예요..^^*

    정말 아들만 있는 엄마의 외로움(?)~~ 아무리~아무리~ 내속을 다 보여도 아들과 딸.

    남자와 여자의 원초적, 생태적 이해가 다르는것 같아

    때때로 한숨짓는 내 기분을 여기에서 느낄것 같아 가슴이 아려올것 같아요...^^*

    존경합니다~~~~~~~~~~~~.... 저, 여기에서 미리 선행학습하는 맘으로 배우고 있답니다.
    아들을 떠나보내는 연습.............
    특히나~의료업에 종사하는 아들은 정말 부인 잘 만나야하는데......

    어느직업없이 똑 같겠지만....
    제 남편을 보면서 정말 의사 아무나 하는것 아니란걸 피부로 확~느껴요...

    휼륭하니 잘 키워 고이~고이 ~~또, 참선하는맘의 자세를 보는것 같아~~~~~~~

    아들만 있는 엄마로써
    좋은 사돈 만나~내 아들 변함없이 좋은 가정 이끌어가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참, 횡설 수설이 되었네요~~~~~그레이스님~~~~~~~~존경합니다........ [비밀댓글]

    답글
    • 그레이스2011.09.29 19:48

      빛과 소금님~
      남편이 의사시군요.
      여기 내블로그에 오는 이웃들 중에서 의사부인도 몇명 있어요.
      정원친모님도 남편이 피부과 의사이시고...
      외국에서 공부하고와서 대학강의 나가는 엄마들도 몇명 있고...

      참~ 그러고보니,
      비슷한 성향끼리 좋아하게 되나봅니다.

      저의 며느리... 좋은 아이일꺼라고 믿어요.
      넓은 포용력과 속깊은 마음을 가진 여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후원자가 되어주려 합니다.

  • coco2011.09.30 10:25 신고

    저는 딸 하나인데
    이 아이가 아들 같은 딸이에요.ㅜㅜ
    본인 일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편이라
    제가 특별히 잔소리할 필요 없는 좋은 점은 있지만
    보통 딸들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딸은 아니랍니다.
    말도 조심스럽고....

    딸 같은 딸이건
    딸 같은 아들이건
    둘째가 없는 게 요즘들어 정말 아쉬워요.

    떠나보낼 준비하시는 모습,
    정말 마음이 쨘합니다.ㅠㅠ

    답글
    • 그레이스2011.09.30 11:45

      자식이 하나뿐이면... 정말 그럴 것 같아~
      둘인데도 부족하다고 느낄때가 있는데요 뭐.
      그래도, 그래도 ...
      내가 옛날 사고방식이어서 그런지 떠나보낸다는 기분보다 더 데려온다는... 그래서 자식이 많아졌다는 느낌이네요.
      욕심쟁이 사고방식인가?

  • 여름하늘2011.09.30 14:15 신고

    아들집이 곧 내집처럼 다니셨을텐데
    냉동실 음식을 치우랴
    내 물건 모두 치우랴
    거리를 두랴
    이글을 읽고 있자니 어째 쓸쓸해지는군요.

    답글
    • 그레이스2011.09.30 18:26

      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저런 말 안해도 되는데...아들의 말에 쓸쓸한 마음도 듭디다.
      그런 마음이 들다가도
      혹시나 엄마가 서운해 하실까?
      내눈치를 살피는 아들을 보니까...저 애도 애쓰는구나~ 안됐기도 하고요.

      집을 사든지,전세를 얻든지...
      신혼부부가 새로운 공간에서 같이 시작하는게 대부분의 경우인데,
      세훈이는 자기가 살던 집에 신부가 들어오게 되니까,
      혹시나 신부가... 부담을 가질까봐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식 전에 새 살림살이로 싹 바꿀려고...

  • 김정아2011.10.01 09:53 신고

    아래 글에서 아드님 결혼 소식 읽었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서운섭섭한 감정이시겠어요.
    대한 민국 상위 1%에 드는 신랑과 신부예요.
    행복하게 잘 사시길 기도할게요.

    답글
    • 그레이스2011.10.01 16:27
      오늘아침~ 예비며느리가 안부전화를 했습디다.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 드시지않게 조심하세요~ 하면서...
      이쁘네요~
      하~도 오래도록 기다렸던 아들의 결혼이어서 그런지,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 더 커서 서운한 기분이 들다가도 곧바로 회복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아님~
      저도,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까만콩2011.12.21 01:43 신고

    아 ~~~ 우리 시어머님 맘이 저러셨을까 ?
    맘 한켠이 쨘하네요 ...
    며느리인 내 입장만 생각했지 ...
    이렇게 시어머님 입장에서 진솔하게 쓰신 글을 처음 대해보니
    또 다른 맘이 드네요 ...
    무녀독남 외아들 하나만 키우신 울 시어머님 .... 많이 외로우셨겠다 ... 많이 서운하셨겠다 ...
    내일은 한국 계신 시어머님께 전화드려 오래 오래 수다 동무 해드려야 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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