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 마시는시간

흉내 내어 보다가 진짜가 된다.

by 그레이스 ~ 2011. 12. 1.

단체의 일을 맡아보면,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봉사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억지로 흉내만 내던 사람이 어느덧 진짜 봉사자가 되는 경우를 보면서

연극으로 흉내내다가  진짜가 되는 또 다른 사례,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평생 남편의 냉대와 구박을 받아오던 여인이 담당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더 이상 남편과 살다가는 미쳐 버리겠으니 헤어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의사는 진지하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지금 헤어지면 평생 상처로 남게 됩니다. 일단 같이 살면서 남편을 사랑하는 척 최대한 잘해주세요.

그러다가 남편이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그때 그 남자를 차 버리세요.

그렇게 복수하는 것이 당신의 정신건강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 여인은 의사의 충고를 그대로 따랐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부는 잉꼬부부로 백년해로했다고 한다.

그 여자는 사랑을 흉내 내다가 진짜로 남편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흉내 내는일.

다섯 살 때 이미 동생이 둘이었다.

학교에 입학한 오빠와 젖먹이 동생을 키우는 엄마를 위해

나와 동생은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졌었다

 

논일, 밭일에 바쁜 할머니 대신

두 살 아래 남동생은  집안에서나 밖에 나가 놀 때나 항상 내가 돌봐야 했다.

 

일곱 살에 집에 돌아와 학교에 입학하고

열 살 때는 이미 동생이 4명이었다. 

초등학생일 때 내가 많이 들었던 말은, "나이보다 일찍 철들었다." "어른스럽다."

나는 그렇게 어른들의 바람대로 길들여졌었던 모양이다.

 

결혼하고도... 그게 몸에 배어서,

시어머니께, 남편에게 

"너~참 대단하구나~!"라는 칭찬을 들으려고 노력했었고

나중에는 그게 생활이 되어버렸다.

 

잘못하는 일도, 단점도 많은... 그래서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도 참 많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애쓴다는 건 시어머님도, 남편도, 아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흉내를 내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된 모양이다.

 

아들의 혼사 -  큰일을 치르면서,

내가 고민하는 순간이 생기니까  남편이 내게 해 준 위로의 한마디;

 "당신의 제일 큰 장점은 이해심이 깊고 너그러운 성격이야, 그 점을 참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식들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남편.

 

 

  • 남편분께서 그레이스님의 참으로 훌륭한 스승이시군요.
    큰일을 앞두고 힘을 실어 주시는, 격려를 해주시는 말씀에 그레이스님께서
    더욱 힘을 내실것 같아요.

    그레이스님께서는 어릴때부터 늘 진짜가 되기위해
    참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사셨던 분인것 같습니다.
    어린동생들 돌봐가며 나이보다 철들었다 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힘들어도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을 리틀 그레이스님
    참으로 대견하고 안스럽고 그렇습니다.

    혼사를 앞두고 여러모로 마음이 바쁘시리라 생각되요.
    이일 치루시고 나면 더 큰 어른이 되어 계시겠네요.
    화이팅!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2011.12.01 17:42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들 혼사를 치룰때 아내가 모든 돈을 주관하고 결정하고 그렇겠지요?
      우리집도..
      얼마를 가지고 예산을 세우는지, 어디에 어느정도의 금액이 필요한지, 모두 내가 결정했어요.
      계획을 세워놓고는 남편에게 의논을 하는...
      "당신이 허락하면 이렇게 하고싶어요"
      "원래는 이렇게 할 계획이었는데, 필요한 일이 생겨서 저렇게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모두 이런식이었지요.
      내가 뭔가를 결정하고나면 남편은 꼭 격려를 하고 위로를 해줍디다.

      오늘은 백화점 포장코너에 가서 주례 맡으신분께 드릴 선물을 예쁘게 포장해왔어요.

  • hyesuk2011.12.01 17:33 신고

    인생의 스승같은 사람을 늘 가까이에 두고 함께 지낸다는것은
    복 중의 복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남편의 저의 멘토이기때문에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살지요..
    그레이스님이 전생에 나라를 구하실 때 제가 아마 옆에서 거든게 분명한 듯..ㅎㅎㅎ

    이런 좋은 글은 카페에도 올려주심이 옳을 듯 아뢰오~~~

     

    • 그레이스2011.12.01 17:57

      평소에는 성격급한 남편을 내가 진정 시키는 역활이지.
      참으라고... 이해하라고... 양보하라고...
      그러다가 내 감정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남편이 나를 타이르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아들에게,며느리에게,그리고 손주들에게 스승 같은 좋은 할머니가 되라는 말이 내 발목을 잡는다.

  • 달진맘2011.12.01 19:34 신고

    이미잘 하셨고 할미노릇 시엄씨 노릇도 잘 하실것 입니다.

     

    • 그레이스2011.12.01 23:28

      제가 이제는 못하겠다, 배째라~~~ 하고 반항할 것 같으니까,
      "지금껏 잘해왔잖아? 앞으로도 잘 할꺼야~"
      칭찬하는 듯 하면서 나를 꼼짝 못하게 묶어두는게 남편의 특기에요.

      시어머니 노릇... 잘하려고 애쓰지는 않으렵니다.
      며느리 앞에서 실수도 하면서...
      때로는 며느리를 혼내기도 하면서...
      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시엄니 할래요.

  • 까만콩2011.12.20 22:49 신고

    나의 롤 모델 .... 내가 가슴에 새기며 살아야 할 이야기 .....

    • 그레이스2012.01.03 12:08
      롤 모델이라고 말해주니...고마워~~~

 

 

 

 

'차 마시는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자식을 효자,효부로 만들려면...  (0) 2011.12.23
뜻밖의 기쁜소식.  (0) 2011.12.11
어른이 되는 연습.  (0) 2011.11.28
말하기와 듣기.  (0) 2011.10.08
예단.  (0) 201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