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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내자식을 효자,효부로 만들려면...

by 그레이스 ~ 2011. 12. 23.

시어머니가 되고보니,

앞선 선배들의 경험도 듣고 또 좋은 조언도 받고싶어서 시어머니 카페라는 곳을 찾아봤다.

 

카페에 가입을 안하면 어떤 내용인지 읽을 수 없게 되어있어서 가입을 하고,

천천히 글을 읽어보는데,

 

"어떻게 하니까 좋더라" 라는 내용보다,

구구절절 시어머니 때문에 고통 받는 사연들,

못된 며느리 때문에 고통 받는 사연들... 내 마음이 아득~해진다.

나의 기대치와는 아주 다른 뜻밖의 상황이라고 해야겠다.

 

어쨌거나 나는 시어머니 입장이니까,

며느리를 고쳐라 하기보다 시어머니가 고쳐야 할 그 무엇을 먼저 생각해봐야겠지?

 

큰애와 둘째의 나이차는 14개월이다.

큰애가 8개월이었던 때 둘째는 임신 4개월.

그 8개월 어느날.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혼자 몸으로,

입덧으로 더욱 힘들었던 나는 만사가 귀찮아서 큰애를 돌보는게 좀 소홀했을테고...

어떤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순한 아기였던 큰애가 울면서 많이 칭얼거렸다.

 

아기를 달래다가... 나도 서러워져서,

말귀도 못알아듣는 어린 아기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면서 애원을 했었다.

명훈아~ 엄마를 도와줘~,

엄마 뱃속에 동생이 생겨서 엄마가 지금 너무나 힘들어,그래서 너를 안아줄 수가 없구나~

울지말고 잘 놀아줘~ 너만 믿는다 명훈아~

 

아기가 내말을 알아들으라고 한 말이라기 보다

그냥 나혼자 하는 하소연이고 간절한 바램이었겠지.

눈물이 글썽해져서 8개월 아기에게 한 말이... 그 간절한 느낌이 통해졌는지,

아기는 조용해지면서 순한 표정이 되더라구.

 

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그 이후로 엄마와 자식은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철석같이 믿게되었다.

 

두살,세살,네살 나이가 더해질 수록... 눈높이를 마주하고,진심을 담아서,

착하구나, 참 잘하는구나,어쩜 그리도 침착하니?

내가 평소에 바라는 희망의 단어를 칭찬의 어휘로 사용하면서,

아무리 화가나고 야단칠 일이 생겨도 잘못된 행동 그자체를 꾸짖었지,

너때매 못살겠다,말안들어서 내가 죽겠다,등등... 나쁜 어휘를 써본적이 없었다.

 

잘못했을때도... 고의가 아니고 실수했구나~ 라며,

너를 이해하고 믿는다는 엄마의 마음표현을 수시로 했었지.

 

미울때가 왜 없었을까?

두갈래 마음이 생길때는 그때마다 바른 마음을 가질려고 노력했었다.

 

긴~ 세월이 흐른 지금

내가 생각해봐도 두 아들은 정말 속깊은 효자다.

 

며느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처음 며느리감을 보는 순간부터

어떤 장면장면 마다  미워할 수도 이뻐할 수도 있겠더라구.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이 있을 수도 있고...

 

나는 며느리의 어떤 행동에서 두개의 해석이 가능한 느낌이 들면

좋은쪽으로 해석하기로 결심했다.

마찬가지로,

내 행동도 며느리에게 똑같이 두개의 해석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들더라구.

 

예를들어,

고기를 양념하면서 손을 씻고 맨손으로 양념을 했는데,

그리고 삶은 사태를 찢어면서 맨손으로 했는데,

그게 며느리의 눈에 어머니의 손맛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이참~ 어머님은 왜 1회용 비닐장갑을 안끼실까?라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않으냐구.

목욕탕에 가서 비누로 손을 씻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강자의 입장이니까 싫은게 있어도 며느리는 더욱 싫은 내색을 못할테지.

며느리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수시로 체크해보는 것도 시어머니의 자세이겠다.

 

자칫... "내가 고생해서 만들어서 이렇게 갖다주는데 지가 왜 싫어해?" 라는 생각이 앞선다면

그건 받는사람 입장은 생각 안하는 오만일 수도 있다.

입덧하는 입장에서는 고기냄새가 싫을 수도 있고,

끈적끈적한 그릇들을 씻기 싫을 수도 있을테니까.

 

30년 전 이웃집 사는이가 몸살을 해서 아팠는데 시어머니가 장을 봐서 오셨더란다.

반찬을 만들어 먹어라며... 다듬지않은 채소를 이것저것 사오셨던 것.

아파죽겠는데 남편 밥해주게 생겼냐며 화가 잔뜩나서

시어머니 가시고난후 몽땅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말을 들었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게 고부간에 사이좋게 지내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고기 썰었던 도마랑 그릇들을 씻으면서 옛날의 아랫집 지한이 엄마 생각이 나더라.

 

자식을 효자로 만드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믿고 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

내가 며느리를 사랑스럽게 보면 그애도 나를 믿음으로 대할꺼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생길 두마음의 갈래 길에서

그때마다 내가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며느리도 똑같이 닮으려고 하지않을까?

그래서 효자,효부는...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에서 만들어진다고 ... 나는 그렇게 믿는다.

 

  • 키미2011.12.23 13:25 신고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어제가 시아버지 3년째 기일이라 시댁에 가서 음식 조금 해서 연도 드리고,
    식구들과 지내다가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감동이 없는 어른들 틈에서 아이들이 우리를 얼마나 반기는지.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 씀씀이는 알게모르게 주위에 영향을 끼칩니다.
    제가 조금 힘들어도 용돈 엄청 나누고 김치 한 통 얻어서 집으로 왔답니다.
    항상 도움이 되는 말씀 고맙게 듣습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12.23 20:33

      저녁 6~8시 친구 딸 결혼식이 조선비치 호텔에서 있어서 다녀왔어요.
      주차하기 어려울까봐 아예 택시를 이용했더니, 차 때문에 신경쓰지않고 편했어요.
      이제 겨우 옷 벗어놓고...
      화장을 지우고,샤워도 해야할텐데 이렇게 게으럼을 피웁니다.
      써빙이 늦어져서 기다리다 커피는 안마시고 나왔는데, 부엌에 가서 커피 부터 한잔 마셔야겠네요.

      키미님이 얼마나 다정한 숙모님이었을지... 조카들과 숙모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요.
      제사 모시고 왔군요.
      큰행사를 치루고난후의 확~ 풀어지는 피곤함과 마음을 내려놓는 편안함.
      감기 들지않게 편히 쉬세요.

      키미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들꽃2011.12.23 17:24 신고

    동감가는글에 고운 시어머니를 보네요,
    맞아요^*^
    시어머니가 먼저 입니다, 착한 며느리는 좋은 시어머니가 있어서 이겠지요,

    답글
  • 달진맘2011.12.24 05:54 신고

    물이 아래로 흐른다고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 게서 며느리를 보시고는 끌어 안으라고 내사람을 만들라고
    사랑으로 보듬 으 라고 시누인 당신딸 3명을 안쳐놓고 일장 연설을 하셨습니다.
    그레이스님 말씀에 공감 합니다.그러나 두갈래 길에 항시 며느리나 시엄니 아님 시누이나 올케입장이 같지 만은 안터이다

    돌아기시기 2달전에 친정 아버지 신발도 안 싣고 양말발로 딸집으로 내려오신 모습이 지금도 안잊쳐 지네요...
    어려운 세상살아가는 두갈래 길 입니다.
    눈이 내렸서요..
    오늘손주놈 돌인데 에미가 유산기가 있서 병원으로 가고 마음이 심란하네요...
    사돈식구들 오셔게시니 예정대로 돌상 잡이는 해 주어야 겠고 ...
    마음이 갈래갈애 아파옵니다.
    그레이스님 감기 잘 치유하시고 즐거운 성탄절 보내셔요..
    메리크리스마스 ....신의 은총이 온세상에...

    답글
    • 그레이스2011.12.24 08:26

      두갈래 길 - 서운한 마음과 좋게 생각하는 마음,
      상대의 행동을 기분나쁘게 받아들이는 마음과 좋은쪽으로 해석하는 마음.

      남편에게도,자식에게도,동생에게도...가끔 그런일이 생기잖아요?
      젊은시절엔
      우리남편은 내가 왜 삐졌는지도 모를때도 많았는걸요.
      40대를 넘기면서 맘에 거슬리는게 생겨도 이해할려는 맘이 더 많아지더군요.
      동생의 말에도 예전에는 감히 누나를,언니를 가르치려들어?
      속으로 발끈하는 감정이 생겼는데, 이제는 좋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하고요.

      달진맘님에게 상처로 남아있는 친정아버지의 어느 모습처럼...저도 계속 양보하다가 한번 틀어지면 영영 안봅니다.
      돌아가신 친정할머니께 못된 행동을 한 누구에게는
      몇번이나 사과를 했건만 세월이 얼마나 흘렀건만... 아직도 선을 그어두고 있거든요.
      한번 틀어지면 매섭고 냉정하고 무서운 성격이에요.

      어머나~
      유산징후라니??
      얼마나 놀라셨을까?
      돌상 준비하느라 따님도 무리를 한 모양이군요.
      이래저래 바쁘고 수고로우신 달진맘님~
      편안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기를...

  • 호박꽃의 미소2011.12.26 12:49 신고

    언제 보아도
    정도 많고 매력이 넘치는 여인의 모습에다

    어쩜 잔 정도 많으신지...
    배려심도 넘치는 그레이스님이 너무 휼륭해 보여요.
    모두의 시어머님이 님과 같다면
    나쁜 며느리는 없을듯 합니다.
    이끌어 가는 만큼
    따라 가는게 인륜의 이치 아닐까...하는

    아드님도 잘 하실것 같군요.
    휼륭한 시모님 밑에서
    배울게 많은 며느님은 더욱 이쁨 받는 모습으로 다가 올테니까요.
    모두 부럽기만 한 님의
    행복을 조금 뺏어 오고 싶을 정도 랍니다.
    인생의 선배답게
    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성탄 잘 보내셨는지요?

    답글
    • 그레이스2011.12.26 17:51

      과한 칭찬에 어찌할바를 모르겠네요~

      오늘 울산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어요.
      블로그에서 몇번 언급을 한적이 있는... 과거 런던에서 같이 살면서 여행도 같이 다녔고...
      그때는 갓 과장으로 발령 받은 젊은이였는데,
      5년전에는 다시 런던 지사장으로 근무하게 되어서 내가 런던 놀러가서 그집에서 신세를 졌던...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하셔서 친 시동생인듯~ 여동생 남편인듯~ 어찌나 반가운지...
      옛시절을 회상하면서 많이 즐거웠어요.

  • 여름하늘2011.12.29 05:26 신고

    제가 요즘 한국 드라마 ' 결혼해 주세요'를 보고 있어요
    늘 고두심 씨의 드라마상의 역활이 참 좋아서 살짝 고두심씨의 팬이 되기도
    했는데 이 드라마 역시 시어머니 역활하는 고두심씨가 좋아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전에는 고부간이 친정엄마와 딸같은 사이라면 가장 좋은 사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사이 보다 더 좋은것은
    같은 여자로서 생각해 주고 말해주는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제 시어머님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아 감동적일때가 많거든요.
    같은 여자 입장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말씀해 주셔서
    어떤땐 남편보다 시어머님이 더 좋아서 시집 잘 왔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내가 아이를 키울때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을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답글
    • 그레이스2011.12.29 07:46

      '결혼해주세요' 아직 보지못했는데, 어디서 하는 드라마인지 찾아볼께요.

      저도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엄마와 딸'같은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만큼 마음을 터놓기도 어렵고,흉허물이 없는 사이도 아니니까요.
      어느 정도 서로간에 예의를 차려야 하는...
      며느리를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동등한 여자의 입장 - 그게 현명한 생각이다 싶네요.

      저도 여름하늘님에게서 여러가지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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