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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어른이 되는 연습.

by 그레이스 ~ 2011. 11. 28.

일요일 아침에,

다음 메인 페이지에 실린 사진에 이화여대에서 41년째 구두수선을 하는 허완회씨라는 글이 있었다.

 

"41년이라면 장인의 솜씨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사를 클릭해서 읽었고,

기자의 질문과 허씨의 답변 중에서 요즘 내가 화두로 삼고 있는 내용과 겹치는 글이 있어서 메모를 해뒀다.

 

기자 - 대학생은 청바지에 운동화가 더 어울리지않나요?

허완회 씨-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채플 끝나고 점심시간이면, 이화교(이화 다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어요.

따가닥 따가닥 하고 다들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고요.

근데 요즘 애들은 다들 운동화를 신고 다니잖아요, 그냥 산에 가도 되겠더라고.

그러다가 4학년 때 취업 면접 가려면 하이힐 신어야 되잖아요 그러면 너무 힘든 거야.

취직은 잘 안되고 하이힐은 힘들고 그러니까 "내가 왜 이걸 신어야 돼?" 하면서 구두에 화를 내죠.

 

여자는 야금야금 만들어지는 거예요, 조금씩 하이힐을 신고 훈련을 해야 돼요.

치마를 입고 높은 구두 신으면 얼마나 조심하고 신중해지는지 알아요? 그게 바로 여자다운 거예요.

기자 - 구두만 봐도 사람의 성품을 알겠군요?

기자 - 구두와 성품이 어떤 관계입니까?

..............................................................

여러 가지 질문과 답변 중에서,

내가 인용한 부분이 토요일 오후에 새 며느리에게 내가 설명해준 어떤 내용과 일치하는 글이어서

시간이 나면 꼭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 젊은 주부들이 왜 시집의 '시'자만 들어도 부담을 느끼는가?

왜 두려움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가?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한 내 나름의 진단을 새 며느리에게 설명해줬었다.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딸에게 하는 말 중에 " 결혼하면 다 배우게 되고 날마다 하게 될 텐데 뭐하러 일을 시키냐고?"

그래서 음식 만들기는커녕 설거지도 안 시킨다는...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새댁이 되어서 집안일을 하려고 하면 갑자기 뭐든지 잘하게 될까?

자신이 없고, 하기 싫고, 귀찮고, 짜증 나고, 피하고 싶고... 그게 인지상정 아닌가?

시험공부 안된 상태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두렵듯이.

 

만약에 시험공부 준비가 되어있다면?

약간 긴장되면서, 설레고, 얼마나 좋은 점수가 나올까 흥분되고...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보고 싶겠지.

하이힐을 신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불편하고 힘들고 짜증 나겠지만,

가끔씩 신어봐서 훈련이 되었다면... 맵시 있게자신 있는 걸음걸이를 보였겠지.

 

요즘 거의 대부분의 아가씨들은 어른이 될 기본 준비

즉 살림살이의 기본과 어른을 대하는 예절, 임신과 육아에 대한 아무런 교육 없이 - 말하자면 어른이 될 면허증도 없이

결혼을 하니까 매사에 자신이 없어서 조금만 까다롭고 성가신 일이 생겨도 다 피하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조심성이 필요한 시어른과 시댁에 관한 일은 다 멀리하고 싶은 거라고.

 

황당하게도 자기 자신은 전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태어날 자녀들은 남보다 모범적이고 뛰어난  인재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중성을 보인다고...

 

새아기가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처럼 저도 앞으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자식은 부모의, 특히 엄마의 말과 행동을 보고, 듣고, 느끼고, 따라 하면서 배운다."

서서히... 무의식적으로, 스며들듯이 몸에 배고 익숙해지는 게 교육이라고 했었다.

 

예절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할 나이가 된 아가씨가 사과 하나 제대로 못 깎는...

그런 가정교육이 요즘의 세태란다.

90%가 그렇다면??

반듯한 10%에 기대를 걸어볼까?

 

 

 

  •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 엄마들은 딸들을 그렇게 아끼시더라고요.ㅎㅎ
    예전에 저희는 국민학교 3학년때부터 밥을 했는데.
    동생들도 다 업어 키우고.
    당연하게 설거지 했고요.
    어쩌다 방문해보면 밥만 먹고 그릇도 그대로 놔 두고 일어서는 아이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어른들.
    도시락 현관에 내 던져도 아무말 안하고.
    그걸 손님이 나무랄 수도 없고.
    언젠가 도시락 설거지통에 담궈라 했다가 친구와 의가 상할뻔 했다니까요.ㅎㅎ

    • 그레이스2011.11.29 09:03

      요즘 엄마들 잘못을 말하다보면, 그게 모두 지금의 50대 60대 탓이더라고요.
      60대의 엄마가 아들과 딸을 그렇게 키웠기에, 그 아들과 딸은 또 자기의 자식에게 그대로 가르치는...

      예전에 식탁예절에 관한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학교의 점심시간 -아무런 질서도 예절도 없는 난장판 도시락먹기에 기가막혀서)
      식탁예절은 3~4세에 이미 시작되어야 하고, 식탁예절에서 모든 질서의 기본이 시작된다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며느리에게
      왜 그게 중요한가를 이번에 예를 들어서 말해줬답니다.
      편식은 물론이고,다른사람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일,식탁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어른과 함께할때의 자세...
      아기때 부터 서서히 몸에 배면 자기도 모르게 품위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우리부부는
      식탁에서의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활용했어요.

  • 달진맘2011.11.29 04:49 신고

    가끔 저희목장에 여대생들이 목장견학을 받으러 옵니다.
    여대생들이 오면 잠자리가 불편해도 조바심에 제집 작은방을 내어줍니다.
    다음날 아침 준비를 하는데 4명의 여학생들이 다 테레비젼앞에서 히히대고 안쟈 있는데 아침에 무척바쁘거든요,,,목장엔
    할줄 몰라도 부엌에 얼굴내밀고 자기가 먹을 음식 챙기고 그러면 이쁠텐데 자기가 먹은 밥그릇수저조차 두고 그냥 자리를 뜨는데...
    두딸들에게 그런모습으로 남의집에가서 하지말라고 엄마 욕먹인다고 일갈했섰지요...
    준비를 안하는 모습이 저희일상에는 너무 많지요,,

    • 그레이스2011.11.29 09:14

      일을 잘못하는 것,서툴러서 실수하는 것... 그런건 이쁘게 보일 나이잖아요.
      할려는 의욕과 성의만 있다면 말이지요.
      남의집에 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그런 경우도 있군요.
      친척집,친구네집에 가서도 그렇지않겠어요?
      눈치까지도 없는... 맙소사~!!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일을 하나도 할 줄 몰라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태파악만 알아도 욕먹지않을텐데...

  • 여름하늘2011.11.29 09:42 신고

    대학생은 청바지에 운동화
    공부하는 학생이니 그 모습이 더 현실성있게 다가오는데
    하이힐에 관한 그분의 말씀이 참으로 철학이란 생각이 듭니다.

    준비를 하라
    늘 깨어 있으라 (카톨릭에서 나누는 말)
    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반듯한 10프로에 우리 딸들이 들어 갈수 있게
    현명한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자극도 받아봅니다.

    • 그레이스2011.11.29 12:13

      대학생은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 - 그게 가장 어울리는 차림이라고 저도 생각해요.
      그런데, 가끔씩은 갖춘 자리에도 참석해보는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네요.
      외국의 젊은이들이 평소에는 소탈한 차림으로 지내다가 행사나 파티에 참석할 때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듯이...

      여름하늘님 따님들은 이미 유능한 재원이고 솜씨꾼이더군요.
      엄마의 도움없이 혼자서도 잘 해내잖아요?

      반듯한 아가씨가 10% 라는 건 너무 적은 숫자 같아요.
      내 주변의 딸들은 다들 잘하고 있던걸요.
      최소한 30%는 될 것 같은데요?

  • fish2011.11.29 11:11 신고

    대학교 일학년 첫 여름방학 .. 친정 엄마가 제게 넘기신 일이 부엌일 이었답니다.
    오늘 부터 한끼는 니가 준비해라~
    예를들면 오늘 저녁은 잡채를 해 먹을까? 하시면서 재료준비 손질 만드는법 등을 옆에서 코치 하시면서 제가 다 하도록 하셨죠..
    워낙 만들고 이런것들을 좋아했기에 힘들이지 않고 했었는데 돌아서 생각하니 다 엄마만의 교육 방법이셨더라구요.
    딸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들교육이 이렇게 힘들고 중요한지는 살면서 더 와 닿습니다. ^^
    그래서인지 그레이스님이나 다른 어르신들 보면서 참 많은 걸 배운답니다....

    한창 바쁘시죠?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언제까지 서울에 계시는지요? 조만간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레이스2011.11.29 12:28
    • 우리 어머니도 워낙 엄하셔서... 고3 입시생일때도 설거지는 내차지였어.
      난 그게 참 속상했어, 저녁마다 설거지만 안해도 점수가 10점은 올라갈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
      큰솥에 10인분 밥을 해본다든지, 제삿상 진설(차림)을 혼자 한다든지, 김장을 해본다든지... 모두 스무살전에 배웠지.
      결혼해서 일하는 사람을 집에 두고 살더라도 안주인이 할 줄 알아야 일하는 사람도 긴장을 한다면서,
      참 엄하게도 가르쳐주신 우리어머니.

      아들교육도,딸교육도... 처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무리 억센 소나무도 처음에는 어린 새싹이었으니...
      새싹일때 곧은 받침대를 세워주면 힘 안들이고 자연스레 곧게 자라게 되는 이치와 같이.
      그냥 자유롭게 자라다가 몇년후에 자리를 잡아줄려면 이미 막자라버린 가지들을 비틀어야 되고...

      이번에 서울 오면 꼭 전화해요~
      한번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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