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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며느리 생일.

by 그레이스 ~ 2012. 6. 3.

오늘 둘째 며느리의 생일이다.

결혼 후 첫 생일.

 

9시가 넘으면 전화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옆에서 묻는다.

찬주에게 전화 안하냐고?

 

며느리의 첫 생일에 선물을 뭘로 할까?

선물과 함께, 옛날 방식으로 생일상 차리는데 필요한 재료를 택배로 보낼까? (사실은 친정에서 보내는 거지만)

그냥 현금만 보낼까?(그럼 얼마 정도?)

며칠간 머리를 썼다.

 

74년도 결혼해서 75년 첫 생일 때 -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가족의 생일날 아침엔 머리 감고 속옷까지 새로 갈아입으시고 정성껏 기도하고 빌어주시는 할머니 영향으로,

나는 생일을 참 귀하게 생각했다.

시집간 딸의 첫 생일 전에 곡식과 미역 돈과 편지를 보내어  

딸의 생일날을 시댁에 알리는... 옛 풍습 그대로 친정에서 보내줬었는데,

내 생일 전에 시어머니께서 그 팥으로 단팥죽을 끓여 드셨다.

 

좀 의아했지만, 내색은 할 수 없었지.

생일 전날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고...

생일날 아침, 시동생이 팥밥을 안 좋아한다며 흰밥을 하라 하셨다.

생일 축하한다는 한마디도 안 하시고.

부엌에서 눈물이 주르륵~~~

 

방 두 개짜리 사택에서 시어머니 시동생과 함께 사는 새댁은

서러워도 편하게 울 장소도 없더라.

다음부터는 잊지 않겠다고 쩔쩔매면서 달래주던 남편은,

변명이라고 덧붙이는 말이...

자기네 가족은 생일이라고 챙겨본 기억이 별로 없단다.

 

그후로, 가족의 생일날은 축하와 감사의 날이 되었다.

친정 할머니 방식대로 부엌에 찬물 한 그릇 떠놓고 건강과 소망을 비는 간절한 기도는 내 몫이 되었고.

 

멀리 떠나 있는 자식일수록 더 간절히~!

 

 

  • 키미2012.06.03 16:14 신고

    어제 저녁에 동서랑 세째딸이 와서 미사 드리고, 저녁 먹고, 오늘은 시내 나가서 옷 몇 가지 사 주고 방금 들어왔어요.
    얼마나 더운지..그런데 집에 오는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오마나...이 더운 날, 4키로 정도를 걸어왔네요.
    그래도 운동한다 생각은 했지만 역시 힘들긴 하네요. 빵까지 사 들고 오느라.ㅎㅎ

    친정어머니 생각 나네요.
    제 생일과 남편 생일엔 꼭 돈을 부쳐 주시고, 맛있는 거 사 먹어라 하셨는데..
    남편과 제가 생일이 같은 달에 8일 간격이라 시댁에서는 남편 생일날 애들이 케잌도 사고, 동서가 미역국 끓여주시고.
    강원도로 이사오고 난 후에는 제가 남편 생일날 같이 미역국 끓여서 먹어요.

    그레이스님 시어머니 ㅎㅎㅎ 단팥죽이라니..정말 난해하시다~~~~~!!
    지금 아마 기억도 못하실걸요. 원래 행위를 한 사람은 기억 못하고, 당한 사람은 오래 기억나고.

    • 그레이스2012.06.03 18:52

      아이구나~ 무척 괴로운 운동을 하셨네요.
      더운날 4킬로라니~!!!
      운동가기싫어서 딩굴거리다가 깜빡 잠이들었는지 깨어보니 4시가 넘었습디다.
      서둘러 가서 스트레칭만 하고 수다 떨다가 목욕은 얼른 끝내고 조금전에 왔어요.
      어제도 게으름 피우느라 안가고,
      그제는 친구들과 점심먹고 이런저런 사연 듣느라 6시가 되어서 헤어졌기에 늦어서 곧바로 집으로 왔고...
      이번주엔 딱 3일 갔네요.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이성적으로는 며느리라고 생각하시는데, 감정적으로는 질투의 대상으로 여기셨어요.
      서른 일곱에 혼자 되셨고 마흔여덟에 며느리를 보신...같이 살면서 엄청 힘들었지요.
      그래서... 단 한번도 생일밥 미역국 축하인사... 그런 건 없었고,
      따로 살게된 이후에도,오히려 내가 간장,된장 담그고 고추장 만들어서 시어머니께 드리는 세월이었네요.
      사건이 많아서 단팥죽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 여름하늘2012.06.03 16:24 신고

    며느리의 첫 생일선물을 뭘로 할까...
    고민하시는 시어머님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져서 참 좋아요.
    며느리 생일 챙기시는 우리 어머님 생각이 나는군요.
    시어머님께선 매번 제생일때마다 전화를 해 주시고 또
    커다란 미역을 보내주시는데 그 미역은 한 일년은 먹을수 있는양이예요 ㅎ
    그런데 어머님도 이젠 연세가 드셔서 잊어버리셨는지 올해는 전화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녁에 제가 전화 했지요 뭐
    "어머님 오늘 저 생일 인데요.." 하니 어머님께서 깜짝 놀라시더군요
    내가 이젠 나이가 들었나보다 하시면서 또 기장 미역이라며 커다란걸...ㅎㅎ
    이러하신 어머님이 제게 있어선 참 감사하지요.
    가끔 그런생각이 들어요.
    침정엄마에게서 받는 생일은 당연하것이고
    시어머니에게서 받는것은 비록 작은것일지라도 감동스럽다는걸요.
    그레이스님 작은며느리님이 오늘 시부모님 사랑을 느껴서
    참 감격 스러울것 같으네요.

    • 그레이스2012.06.03 19:09

      세상에 태어난 날이니 누구에게나 생일은 참 소중한 날이잖아요?
      축하해주고 같이 기뻐해야 하는 날로 알고 자랐기에 그 충격이 참 컸었어요.

      우리시어머니께서는 내 생일은 그렇다쳐도
      3년을 기다렸던 첫손자가 태어나서 보러 오시면서도 미역 한줄 없이 빈손으로 오셨다는...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시장에 가시는 분이셨어요.
      아들이 매달 생활비를 드리는데도 절대로 당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없으셨지요.

  • hyesuk2012.06.04 00:02 신고

    돌아서서 눈물흘리는 언니모습 상상중..ㅎㅎ
    저는 첫애 낳고 비슷한 그런일 있었지요..밤새 어찌나 울었던지..지금생각해도 아~~울컥..ㅠㅠ

    • 그레이스2012.06.04 10:53

      몇살때 부터의 습관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소리를 내어 울어본적이 없었어.
      속상하거나 슬프거나... 입은 꼬옥 다물고 그냥 눈물만 흘리는...(참을성은 챔피언급이다)
      남편에게 입으로는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면서 눈물만 흘리는 그런 일도 있었지.

  • 깨몽깨몽2012.06.04 10:06 신고

    작은 며느님이 큰 감동 받으실 것같아요.
    저역시 결혼해서 시댁에서 생일 축하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같아요.
    친정어머니는 사위, 딸, 손주까지 다 챙겨주시는데...
    그러고나서는,
    기대없이 살았는 것 같아요.
    심지어는 막내아들인 남편 생일도 잊고 안챙겨주셔서,
    남편에게, 자랄 때, 애지간히 어머니 속 썩이면서 컸나보다고 말했어요.
    의무감은 다 똑같은 아들인데, 곁에 있는 큰 아주버님만 챙기시더군요.
    근데, 시어머님이 나중에 그러시더군요. 남편은 맏사위라 걱정안하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섭섭하더군요.

    • 그레이스2012.06.04 11:02

      한번도 축하를 받아본 적이 없는 깨몽과 나같은 사람은 감동이라 하겠지만,
      여름하늘님 처럼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축하를 받고 살았더라구.
      참...별거 아닌데 어른들은 왜 그러셨는지...
      부잣집 맏사위든지,장모가 없는 집 사위든지, 엄마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아들인데... 속상했겠다.

  • 달진맘2012.06.04 21:59 신고

    생일날 우셨다는 부분에서 가슴이 짠하고 동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울시엄니 ...동네사람들이 생일날이라고 며느리 생일날 선물 사갔고 왔다고 화를 내고 오라고 오시어 밥드시라 하고 사람을 두번이나 보내도 안 오시던 심술이 많은 신 분이셨죠,,
    많이 서운하고 지금도 남편이나 시집삭구들한테 생일날이라고 축하한다는 말한마디 못듣고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작은며느님 시어머니 께서 챙겨주심에 가슴이 절절하게 기뻣슬터,,,

    답글
    • 그레이스2012.06.04 22:58

      우리 시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딸로 자라서 그런지 보통의 어머니들과 많이 다르시더라구요.
      물자가 귀한 일제시대에도 갖고싶은 건 다 구해서 쓴 신여성이셨답니다.
      남편이 돌아가시고 집안이 망했는데도, 현실파악을 못하시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말썽장이 시누이 같았어요.

      남편은 정말 다정다감한 사람이예요.
      신혼초 부터 한결 같이...
      시댁 때문에 속썩는 마음을 남편이 다 갚아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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