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면 결혼 2주년이 되는 여동생의 딸 자인이가
이번 추석에 혼자서 명절음식을 다 만들었더란다.
결혼 이후 설,추석,설, 3번의 명절에 시어머니께서 준비하는 과정을 도우고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가늠을 했겠지만,
직장 다니는 새댁이
도움없이 혼자서 모든 재료를 사고 준비하고 음식을 다 만들었다는 게
(친정엄마에게 전화로 묻기도 하고,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기도 했다지만)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한 일이다.
시댁의 사정으로 시어머니, 시동생 부부가 명절 당일에 참석했다고.
친정으로 인사를 오면서,(시어머니께서 친정엄마에게 니 솜씨를 보여드려라며 싸주셨다는)
음식 보따리를 들고왔는데 잡채며 갖가지 전이며 솜씨가 제법이더라고 한다.
" 아이구~ 참 대단하다~ 니가 딸을 잘 키웠네~"
"자인이가 어렸을 때 부터 유순하고 너그러운 아이였잖아,
그러니까 어려운 일이 닥쳐도 짜증 안내고 긍정적으로 풀어 나가는구나."
내 칭찬이 더 이어졌었다.
(시어머니 딴곳에 계시고,
신혼부부가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다는 것은 아침저녁 음식준비와 많아진 일 뿐아니라
그 조심스러움과 불편함은 오죽할까?)
결혼 한 딸 집에 각종 밑반찬이며, 음식을 해다 주는게 요즘엔 유행처럼 되었지만,
그 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여동생은 언성을 높인다.
성년이 되어서 결혼을 했으면,
서툴러서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하더라도,
모든 살림살이를 둘이서 해결해 나가야 되는 게 아니냐고?
육아도 마찬가지로 왜 친정엄마나 시엄마가 아기를 봐 주어야 하냐고 반문한다.
세탁기도 없던 시절에 모든 기저귀와 빨래를 손으로 해결하면서도 연년생도 키웠지 않느냐고?
힘들고 지쳐서 코피를 쏟으면서도, 못하겠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요즘은 엄마들이 자식을 망쳐놓는다고.
나약한 정신력, 참을성 없는 젊은이
그런 아들과 딸이, 속터지는 사위가 되고, 밉상 꾸러기 며느리가 되고...
정작 본인들은 원망만 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매사가 분명하고, 철저한 여동생은,
부모 자식간에도 책임과 의무 그 한계를 분명히 해놓았다고 했다.
가난하고 부족한 것 투성이로 어린시절을 보낸 60대 50대의,맹목적 열망과 과도한 자녀 뒷바라지로
이기적인 미성숙 어른이 많은 30대...
세계경제의 정체기로 고속성장의 황금기를 맛보지도 못했고,
자녀 뒷바라지도 노후준비도 모든게 벅찬 40대...
여동생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느라, 새벽까지 잠 못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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