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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산후 조리.

by 그레이스 ~ 2014. 1. 6.

10일 부산에서 약속이 있어서 9일 오후에 내려가야 할지~ 참석을 못한다고 연락을 하고 좀 더 있을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했더니, "어머니 그냥 계획대로 가세요~ 저 혼자 해볼게요~" 한다.

내 몸 상태를 봐 가면서 그때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자기의 처지가 서럽겠다 싶어서) 아주 옛날 얘기를 해줬다.

 

친정어머니 안 계시니 첫애 낳고 산후조리 한 달을 여동생이 와서 돌봐줬었다고...

27세 언니와 21세 여동생.(학교를 잠시 쉬는 동안 언니 집에 묶인)

꽃다운 나이에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지... 부지런하고 깔끔한 성격이어서 엄청 고달팠을게다.

그런데도 여동생이 고생스럽다는 내색을 하면, 동생을 위로하기보다 서운하고 눈물이 났었다.

 

그렇게 생색을 낼 거면 그냥 가라고 한 언니, 그 말이 서운해서 동생도 울고 언니도 울고...

산후조리하는 동안은 친자매간에도, 친정엄마라도, 조그만 일에 그리고 대수롭지 않은 말에 서러워지더라.

 

너는, 내가 시어머니라서 오죽하겠니.

불편해도 말 못 하고, 조심스럽고 눈치 보이고 신경이 많이 쓰일 게다.

내가 불편하고 못마땅하다고 느끼는 게 있으면, 너는 몇 배 더 그러하리라 짐작한다.

도움 되는 게 60%라면 불편한 것도 40%는 되겠지 다~ 그런 거란다.

내 얘기를 듣고 한결 맘이 편해졌겠지 싶다.

 

나도 마찬가지로 속 좁은 생각이 들 때도 있더라.

평소에 밥을 먹고 나서 그릇들을 싱크대에 다 갖다 놓고 가는 걸 보고면서,

아기 낳은 지 한 달이 되었으니 이제는 설거지를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더랬다.

그런데,

어제 낮에 며느리가 나 대신 그릇 씻는 걸 보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훨씬 속편 하겠다는 마음이더라

부엌일은 전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머리에 입력이 되었나 보다.

 

버릇 나쁘게 들면 안 된다고 하윤이를 심하게 울리는 경우에도 저렇게 안 해도 될 텐데... 속이 답답하지만,

며느리의 방식대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떠오른다.(간섭했을 경우의 심각한 후유증도...)

 

이러다가

시어머니 처신에 대해서 논문이라도 한 편 쓰게 생겼네

 

산후조리 도와주러 왔을 때는 시어머니라는 위치를 잠시 잊고, 순수하게 도움을 주는...

도우미 역할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솔직한 심경의 변화를 글로 표현햐 주시네요
    양면성이 있다봅니다. 고부간에는
    그래도 남남끼리 인연으로 맺여져 이렇게 저렇게 정이 들지 싶습니다.
    딸인 저는 친정엄미가 해주시는 조리에 육아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부간에 갈등은 어느 교수님 말씀대로 인류가 멸망하지않는한 없서 지지 않을 거라는 말 ...
    그래도 그레이스님 짱 ,,,,시엄마 세요...
    며느님은 일뜽 며느리 시구요...

    • 그레이스2014.01.06 08:30

      고부간의 갈등이라기보다 서로 조심하느라 생기는 불편이겠지요
      아들이 일요일 오후에 하윤이를 데리고 외출하면서 어머니도 같이 가시자고 합니다
      나는 며느리 생각이 어떨까 싶어서 거절합니다
      친정어머니라면 30분씩 아이 울린다고 한마디 할 수도 있겠지만 시어머니라서 못본척하고 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 키미2014.01.06 19:17 신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상이 다 물질이 만능이라지만,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아기 키우는 일은 힘들고, 산후바라지도 힘듭니다.
    그 사이에 자리한 인간의 마음 때문인가 합니다.

    ㅎㅎ 여러모로 고생 많으십니다.
    그래도 그레이스님이시라 지혜롭게 잘 하고 계시는거죠?
    힘 내세요~~~!!

    • 그레이스2014.01.06 23:28

      돈으로 해결이 안되는 것들ᆢ 참으로 그렇네요
      큰애도 돌봐주면서 음식도 잘 해주면서 신생아도 돌봐주는 산후도우미는 없더라구요
      있더라도 그런 사람은 예약이 쫙 밀려 있어서 우리에게는 차례가 안왔겠지만ᆢ
      건성으로 대충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며느리도 진심으로 고마워 하고요

      사실은ᆢ 하윤이 잠투정하는걸 버릇 고친다면서 너무 오래 울려서 좀 속상했거던요
      맘에 안들었다는 건 그때문이예요
      내가 아무 말 안해도 며느리는 내 눈치가 보여서 불편했을테고요
      시어머니가 와 있으면,남편에게 짜증 내거나 한마디 할 일이 있어도,맘대로 못하니까 불편할테고..
      어른이 계시면 조심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잖아요.

    • 키미2014.01.07 07:58 신고

      제가 예전에 스위스에서 아기 돌보미 아르바이트 했을 때, 아기가 어리면 너무 울면 배가 아파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아기가 조금 크니까 너무 울면 성격이 나빠진다고 적당히 울면 안아주고, 안심시켜주라고 하던데..
      무서워서 그런다고요. 스위스 애들은 다 따로 재우니까 그런지..저는 동요를 불러주었어요. ㅎㅎ 한국노래 불러도 멜로디가 있으니까 방긋 웃어요. ㅎㅎ

    • 그레이스2014.01.07 08:22

      아기울음을 자세히 들어보면 감정이 들어있어요
      1개월짜리도 배고픈지 졸린지 기저귀가 젖었는지ᆢ
      조금 큰애는 훨씬 다양하고요
      키우면서 점점 터득해 나가는 거죠
      일종의 기싸움 같은 것도 있어요
      떼쓰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까봐 버릇 들이기인데 아무래도 초보엄마 이니까 아직 서툰 부분도 있어요
      하윤이가 요즘 부쩍 아빠에게 집착을 합니다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겼다는 심리적인 상실감에서 더 그러겠지요
      그렇게 집착하고 매달리는게 정상이라고 말했어요
      둘째가 엄마품에서 내려오는 때가 되면 그 증세가 없어질꺼라고ᆢ 성장 과정이니까요
      지나치게 아빠만 찾으면 엄마는 서운할 수도 있어요

    • 키미2014.01.07 08:30 신고

      앗, 답글 빨리 올리셔서 깜짝 놀랐네요. 잘 주무셨죠?
      친정어머니가 예전에 조카를 키우면서 조카애가 (지금은 대학졸업하고 취직) 일주일에 한번 엄마아빠가 오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할머니만 좋아해서 엄청 동생내외가 서운해했다고 하시대요.ㅎㅎ
      그런데 엄마말씀이 그래봤자 다 크고 나면 지 엄마 아빠만 찾고, 할머니는 안중에 없을기다, 하셔서 한참 웃었어요.
      아기 키우는 공이 없다는 말이 공연히 있는게 아니니까, 마음을 나누는 일이 참으로 힘든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2014.01.07 10:32

      여동생이 자기는 결혼한 딸이 아기 낳아도 산후 도우미 노릇은 안할꺼라고 하길래 우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아마도 결국엔 하게 될꺼라고 했어요
      뛰어나게 공부를 잘 하는 삼촌이나 사촌형이 있는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나중에 보면 자기의 인생에 큰 길잡이가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우리들에게는 친정할머니가 그런 존재랍니다
      오빠부터 막내동생까지 엄마젖 떨어지면 데려다 키워서 학교에 입학 할 때 보냈거던요
      촌에서 농사일 다 하시면서 아이까지 둘씩 맡아 기른 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ᆢ 지금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하겠어요
      가끔 속좁은 생각이 들때는 얼른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보배운다 ᆢ는 옛말이,자라면서 저절로 보고 배운다는 ᆢ 그 말이 참으로 의미 깊은 말이구나 싶어요

  • 하늘정원2014.01.07 13:21 신고

    참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이런것은 어디서도 가르켜 주시지 않는데요
    매사가 지혜로우셔요

    • 그레이스2014.01.07 20:06

      저녁 먹고 하윤이랑 놀다가 잠시 이불위에 누웠습니다
      누워서 휴대폰을 들고 글을 쓰고 있다는ᆢ 상상이 되세요?

      배울점이 있다고 말해주니 고마워요~

  • 여름하늘2014.01.08 21:15 신고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시는군요
    내마음보다 주변 마음을 먼저 체크하고 이렇겠구나 저렇겠구나
    거기까지 신경 쓰시며 생활하시니...
    두아기 데리고 앞으로 생활해나갈 아기엄마도 눈에 선하고
    두아기와 아기엄마를 돌봐주시며 이런저런 경우를 접하고 계시는
    그레이스님도 눈에 선하고...
    아직 하윤이도 아기인데 동생이 태어남으로해서 언니취급 받는 모습이
    참 안타깝네요. 우리 큰딸은 동생과 세살 차이인데도 동생때문에 못받은 사랑 타령을
    아가씨가 되어서도 가끔 늘어놓곤 하더라구요.

    • 그레이스2014.01.09 07:08

      내가 부산으로 가고난 이후를 많이 생각합니다.
      이번달 부터 파출부아줌마 오는 횟수를 더 늘리고,또 유아교육과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쓸 생각도 하고있어요.
      신생아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하윤이에게 신경을 많이 씁니다.
      신생아는 모유와 액상분유를 섞어서 먹이는데,
      아기가 분유를 먹을때 질투를 해서 아기 먹는 걸 빼앗을려면(장난감 가지고 놀때는 그냥 넘어갈 때도 있고)
      아기는 할머니가 먹이고,배달우유를 하윤이 젖병에 넣어서 엄마가 아기처럼 안고 먹여요.
      아기처럼 안겨서 먹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요.(평소에는 하윤이가 우유병을 잡고 먹었는데)
      며느리도 하윤이에게 더 신경 쓰느라 신생아를 내가 맡을 때가 많아요.
      내가 가고나면, 아마도 눕혀놓고 울리더라도 큰애를 챙길 것 같아요.
      요즘 젊은엄마들은 큰애가 받을 정신적인 상실감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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