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 쵸코렛 선물은 받았냐며 큰며느리가 안부전화를 했었다.
60대에게는 밸런타인데이보다 음력 정월대보름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오곡밥과 나물들,
소소한 얘기를 하고,너희들은 어떻냐고 근황을 물었더니,
한밤중에 들어오고,3~4시간 밖에 못 자는데, 새벽 3시에도 전화를 받고... 24시간 매달려있다는...
체력이 떨어져서 지쳐있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에요~ 한다.
치열한 경쟁이 막바지인 모양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심장이 떨리면서도, 며느리가 아들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며칠 전,
아는 언니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손자를 부산으로 데려온다는...
그 사연을 듣고,
올해 칠십인데 손자를 맡아 돌본다는 게 말이 되냐~ 고 한 마디씩 했다.
며느리가 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었는데, 사정이 복잡해져서 아들이 이혼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아들이 결혼 직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시댁에서 며느리 학비까지 부담해서 박사학위를 함께 했었다.
공부 중에 아이를 가져서 아줌마를 구해주고 그 생활비까지 다 책임지는...
돌아와서 강사부터 시작해서(계속 경제적인 지원을 했었다)
아들도 며느리도 대학교수가 되었으니 보람 있는 뒷바라지였다고 뿌듯해하시더니...
이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아들의 말에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아내의 아침밥을 먹어본 적이 없고, 저녁밥도 아줌마가 해주는 밥을,
집안 살림과 육아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오직 자기의 일과 성취에만 열정을 가지는 아내여서
참고 감당하기에 한계가 온 것 같다며,
따뜻하고 평범한 가정을 가지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눈물이 났다고.
학교에 입학하는 일곱 살이 아주 중요한 시기이니 교환교수를 포기하라고 설득을 했더니,
반대하면 이혼하고라도 가겠다고 하더란다.
(이혼을 하겠다는 뜻보다는 그만큼 가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는 표현이었을 거다)
몇 날 며칠을 잠을 못 잤다고 하시면서, 생각하고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서로 잘 해결을 보고 같이 살 경우를 생각해서,
며느리에게는 싫은 소리를 안 할 생각이고,
서로 가치관이 달라서 결국 이혼을 하게 되면,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은 아들의 인생이 더 좋아질 것 같아서...
아들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자존심 상해서 친한 친구에게도 말 못 하고,
여동생에게도 말 못 한다는 하소연을 듣고,
그분의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집으로 돌아와서 내 남편에게도 그 댁 사정을 말 못 하겠더라.
가족과 일... 인생에서 무엇이 우선순위인가~
똑똑한 전문직 며느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주말이었다.
어이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유사한 문제가 많아지는걸 주변에서 많이봐요.
현명하게 대처해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겠구만..
그 며느님이 좀 이기적이긴 하네요.
문제점을 스스로 느끼지 않는 이상 그 분은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믿기때문에
주변에서 아무리 말을 해도 들리지가 않을듯해요.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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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4.02.17 19:38
며느리는 자기가 육아를 포기하면,어쩔수없이 시부모가 맡을 꺼라는 계산을 하는 모양이야.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
(내가 알고있는 기막힌 사연도 많이 있지만 여기서 남의 집 며느리 흉 볼 일이 아니어서...)
아들이 불쌍해서,손자가 불쌍해서
이혼을 하든, 안하든, 아이는 할머니 차지가 될 것 같네.
딸들이 알면 상심하고 걱정할까봐 아직 비밀이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