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라는 건 오랜 시간 축적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게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의 약속을 믿지못하는 경우도 있고,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사람의 말에는 믿음이 가는 경우도 있더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두 아들에게 믿음을 주는 엄마가 되자 다짐을 했었다.
명절에 또는 특별한 날에 어른들 친척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이나 용돈을,
엄마가 맡아둘게~ 하고는,
나중에 아이에게는 조금만 주고 엄마가 써 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속으로 항의한다.
약속을 지키라고~
자녀에게 신용을 잃는 짓이라고~
(생활비가 떨어져서 그랬다는 답변도 있겠지만, 나중에라도 갚아야 되잖아)
내가 어릴 때도, 오빠와 나는 세뱃돈 용돈 그리고 노동의 대가로 계산한 금액까지,
엄마에게 맡긴 돈이 계산상으로만 계속 불어나다가,
중학생이 된 이후에,
너희들 공부시키고 키워준값 내놔라는 말씀으로, 하나도 못 받게 되었을 때,
많이 속상하고 허무했던 경험으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100원 200원까지도 빠트리지 않고, 돼지저금통에 넣었다가 통장을 만들어줬고,
둘 다 대학 입학하는 해에 찾아서 현금으로 줬었다.
자식에게라도, 꼭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무엇이든 약속했으면 지키자~라고 다짐했다.
너희들 학교 갔다가 오는 시간에는 엄마가 집에 있을 께, 약속을 했는데,
모임에 갔다가 약속시간보다 늦게 오는 사람 때문에 점심이 늦어져 1시에 밥을 먹게 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아무래도 늦어질 것 같아서) 점심을 먹지 않고 먼저 일어나 돌아온 적도 있다.
많이 노력했지만 못 지키는 경우도 몇 번 있었지.
학교 자모회 일로, 학교의 호출을 받았거나, 회의가 길어졌거나,
내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들과 한 약속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꼭 지키려고 애썼고,
믿고 맡긴 건, 돈이든, 메모지 한 장이건, 구슬 한 봉지라도 잘 챙겨서 아이를 기쁘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청년이 되니,
왜 그렇게 했는지 엄마의 노력을 알아주고... 서로 믿음이 더 단단해졌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그런 노력이 필요한 건데...
누구를 믿지 못한다는 건, 어느 한 부분 때문에 생긴 평가가 아닐 것이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여러 가지가 쌓여서 신뢰를 잃은 게 아닐까 싶다.
딱 한 가지를 가지고 어떻게 그런 평가를 하겠는가.
오해를 받았다고 억울해 하기보다, 다른 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알아보는 것도,
억울함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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