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
도착한 날 저녁,식탁에 앉아 아들과 얘기를 하는 중,예전 이야기가 나왔고,
성인이 된 아들에게 잔소리하거나 야단치는 일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중에,
옆에 앉아있던 산후도우미 아줌마가 끼어든다.
아니~ 성인이 된 아들에게 왜 야단을 쳐요?
그러면 안되지요,나는 아들 야단 안쳐요~ 아들과 친구처럼 편하게 지냅니다.
왠만하면 그냥 넘어갈려했는데,아줌마의 말이 길어진다.
아줌마~ 참 특별하시네요 하고는 빤히 쳐다보니,
무슨 뜻인가 싶어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아줌마에게 충고 들어야 하는 사람인가요?
그제서야 얼른, 충고가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뜻이란다.
분위기를 보고는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아들과 엄마가 이야기하는 자리에 같이 끼어드는 것도 못마땅하다)
아들과 단둘이 남아서,
엄마의 심기를 살피고 아들이 변명을 한다.
아줌마가 말은 거친데,일은 잘해요~ 한다.
좀 삐딱하게 비꼬는 듯이 말하는데,별 뜻없이 그냥 버릇인 것 같단다.
아기를 잘 돌보면 그것으로 됐다.
아들과는 그후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맥주 한잔도 하고,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아줌마에게 정색을 해서 기분나쁜 내색을 했으니 내맘에 숙제로 남았다.
대부분의 산후도우미들이 갑중의 갑으로 행세한단다.
신생아 부모는 어찌할바를 몰라서 쩔쩔매고 산후도우미의 도움이 절실한 현실이니까,
이렇게하면 안된다
그러지 말라.
아직 먹이지 말라.
자기의 지시를 따르라고 명령쪼로 가르칠려고 드는 경우가 많다고.
이튿날 7시전에 아들과 며느리는 나가고...
어쩌겠는가.
나도 지시받는 시늉을 했다.
윤호 지금 먹일까요?
아직 시간이 안됐다고 기다리란다.
윤호야~ 선생님이 안된데~ 기다려야 된데~ 먹고싶어하는 손자를 안고 얼르면서
아줌마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더니,활짝 웃는 얼굴을 한다.
10시쯤 외할머니께서 오셨다.
명절음식을 다 가져오셨는지 냉장고 두개가 가득 찼다.
갈비찜, 수육, 만두와 떡국, 전 종류들, 나물들.생고기로는 구이용꽃등심,미역국용 양지와 사태 덩어리.
아줌마에게, 아기 돌보는 사람이 잘먹어야 한다며 뭐든지 많이 드시라고 권한다.
게다가 아기 돌볼때 편하게 입으라고 옷도 사오셨다.
아줌마가 아주 맘에 든다고 좋아하니까,다음에 다른색으로 하나 더 사다드릴께요~ 하시네.
사부인은,사람들을 잘 챙기고, 기분좋게 따르게 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으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도 있고,살림이 넉넉해야 베푼다고 하지만,
부자라고 다 베푸는 건 아니지.
부자이면서 인색한 사람도 많은 게 현실이니까.
나는 말이 거칠거나 예의가 없는 사람을 보면 표정이 굳어지는데,
사부인은 그걸 보고도 내색을 안하신다.
나에게 살짝 귀띔으로 "아기들이 인질이잖아요~기분좋게 해줍시다~" 라는.
나는 사람 다루는 실력이 한 참 부족하다.
사부인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에피소드.2
물끓이는 전기포트가 신기하다.
40도 60도 80도 100도 원하는 온도를 누르면 그만큼만 끓는다.
처음 100도로 끓여두고,필요할 때 마다 40도로 재가열하면 시간도 안걸리고 분유를 타기 딱 좋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반가운 물건은 세탁한 빨래를 바짝 말려주는 건조기.
한여름 장마철에 연년생 둘 기저귀를 말릴 수 없어서 다리미로 말렸던 생각이 나더라.
쌍둥이여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빨래꺼리들이 삶아지고,또 뽀송하게 말려져 나온다.
애타게 기다리다 아기를 낳고보니,
며느리는 걱정이 많아서 신제품은 다 써 볼 작정인 모양이다.
아기침대 양쪽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며느리는 휴대폰 크기의 모니터를 가지고 다니면서
식탁에서도, 안방에서도, 화장실에 가서도, 아기가 깼는지, 우는지 계속 살핀다.
칭얼거리는 소리,잠투정,뒤척이는 모습, 모든 게 다 들리고 보인다.
또 아기방에도 거실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출근후에도 휴대폰으로 아기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다행히 방 전체가 아니고 아기침대만 비춰지더라.
아기방 청소를 하는동안 손자손녀를 거실에서 바운스에 앉혀서 놀았는데,
그모습을 아들이 사무실에서 봤단다.
남의 손에 아기들 맡기고 아들 며느리 둘 다 출근을 해야하니 고민이 많았겠다.
에피소드.3
12월 31일에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단다.
어린이집 신청을 하려면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1월 4일 신청을 했다.
종로구에는 구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있는데,아주 인기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단다.
다행히 우리 애들은 가산점이 높아서 내후년 가을에는 다닐 수 있을꺼라고 한다.
우선 쌍둥이는 가산점이 있고,
부모가 다 직장 다니면 가산점이 있고,
또 한가지 더 엄마가 외국인(미국국적)이니 다문화가정이라서 가산점이 있단다.
오마나~~~ 너희들이 다문화가정이구나~ 웃음이 터졌다.
새해 첫 출근을 하고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자마자 딸래미 공부(?) 시키는 아빠.
천으로 만든 인형을 들고 시선이 따라오는지 이쪽으로 저쪽으로 움직이는...
작은 손을 잡고 악수도 하고.
손이 나와서 얼굴을 긁을까봐 아들이 테이프로 소매를 묶어놨다.
아니, 이게 뭐냐고 했더니, 조리원에서 간호사들이 그렇게 하는 걸 봤다나?
장갑을 씌워주면 될것을 소매끝을 묶어놓다니(그때는 신생아니까 바람 들어가지 말라고 그랬나보다)
생후 35일째 윤호는 4.6킬로
유라는 3.9키로
3일 지났으니 오늘은 더 컸겠지?
-
그새 많이컷네요
답글
딸이 아빠를 지긋이 쳐다 보는것 같네요
아가들 외할머니 사람 부리는 지헤는 본 받아야 할듯 싶네요
얼마나 보고싶으실까요 할머니께서
엄마가 전문직으로 일을 하시면서 육아로 사람을 쓰는 일은 어렵고 힙이드실테구 신경을 많이 쓰실것 같아요
할머니가 가끔은 구원 투수로 서울 나들이를 하셔야 할듯싶구
건강 챙기시어 손주들 자라는 모습 지켜 봐주세요
내자식 클적보다 더 기막하게 감동적인 순간이 많답니다.-
그레이스2016.01.07 22:19예전 새댁시절,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어느 가정이 생각났어요.
시어머니는 아주 가난하게 살았던 생활습관이 몸에 베여서 맛있는 반찬은 며느리는 못먹게 했다더군요.
아들이 출근하고나면 상위에 있던 고기나 생선은 저녁에 한번 더 아들 먹이겠다고 치워버리는..
그 며느리가 너무나 속상해서 얘기합디다.
음식으로 차별하면 그게 제일 맘 상하는 일인데,
지금 생각하면 남의집 식모살이까지 하면서 아들을 서울대학 보낸 그 시어머니의 행동이 안쓰럽기도 하고.
아들의 생활수준에 맞춰서 시어머니의 사고방식도 바뀌었으면 갈등이 없었을 것을...
아들집이든 딸집이든,
자식의 집에서는 자식의 수준과 형편에 맞춰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가들도 백일이 지나면,돌보기가 한결 수월해지겠지요.
며느리는 일단 4개월은 출산휴가에요.
돌보는 사람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하는 그 이후가 걱정이 되기는 해요.
가까이 사시는 외할머니께서 많이 도와주실꺼에요.
저는 아무리 보고싶어도 자주 가지는 못하고 한달에 한번 갈 것 같네요.
-
2016.01.07 23:14 신고다문화가정에 가산점이 있다는거에
괜히 말이 생길수도 있을거 같아서요...
별일 없겠지만, 제가 오바쟁이인가봅니다..
-
-
-
그레이스2016.01.08 09:22
다문화가정 아이에게 가산점을 주는 이유는 이중언어 때문이에요.
집에서 어른들이 두가지 언어를 쓰니까 한국말 배우는 게 어려워서,
또래들과 어울려서 쉽게 배울 수있게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부의 제도에요. -
산후 도우미가 '갑중의 갑'
답글
'아기가 인질이잖아요'
정말 직장맘들이 아기 키우면서 생기는 고충이 이 한마디로 고스란히 드러나네요
어제 성당 성가대의 어떤 분이 한참 성당에 안나오시길레
연락을 해봤더니 어제 나오셨어요.
딸이 직장 다니면서 출산휴가로 일년을 받았는데 지난 10월부터 출근을 했데요
아기를 보육원에 맡기고 퇴근길에 데리고 오는데
주 이틀을 친정엄가가 데려오는것으로 딸과 약속을 했는데
막상 딸이 출근하고 나니 바쁜일이 생기다보니 엄마에게 약속한 이틀이 삼일이 되고 사일이 되고
요즘은 5일이나... 친정엄마네 윗층으로 이사를 오고...
퇴근길에 아기 데려가면서 와서 저녁먹고 가니 밥도 해 놔야 하고...
아기는 귀엽지만 요즘은 힘에 부치고 스트레스도 쌓이고...
저보고 딸이 둘이니 그중 한명은 분명 봐줘야하는 일이 생길것이라며
마음가짐을 해두라는...
슬슬 손주 돌봐주는일이 전쟁치루는 일처럼 긴장이 되어 오는군요 ㅎㅎ
이 모든것도 내가 취러 내야할 인생의 한 과정인가봐요-
그레이스2016.01.11 13:12
우리들 나이에 가장 큰 고민이 할머니 육아입디다.
고등학교 동창모임에도
친손주 외손주 돌보느라고 1년 이상씩 참석 못하는 친구가 몇명이나 됩니다.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외면하겠어요?
너무 힘들어서,
절대로 둘째는 못봐주니까 하나면 됐다고, 더 낳지말라고 했다는 친구도 있어요.
남편이 절반은 도와준다는 경우는 가끔 모임에 옵니다.
저희 큰며느리의 경우는 쌍둥이여서, 상당기간 아줌마가 함께 살면서 돌봐줄 예정이에요.
그래도 아줌마 쉬는날,예방주사 맞으러 갈 때 등등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
-
그레이스님! 안녕하셨어요?
답글
새해 건강하시고 손주들 크는거 보는 재미에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어머~~아기들이 너무너무 이뿌네요~
두 할머님들께서 사랑으로 듬뿍 볼봐줄 기회를 제공? 해 주셨군요ㅎㅎ
정말 사진으로만 봐도 행복한 모습들입니다.-
그레이스2016.01.12 11:12
혜정씨~^^
가장 마음 편안하고 즐거운 새해가 되었을 것 같아요.
둘째가 대학 들어간 해는
자녀들 뒷바라지가 끝나서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듯 가벼운 맘이라고 하잖아요.
여행도 자주 다니고,지금의 시간을 많이 즐기세요.
지금부터 결혼전까지가 엄마들의 황금기이니까요.
자식들 결혼적령기가 되면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됩니다.
많이 컸지요?
벌써 6주가 끝나고 7주가 시작되었어요.
지난주에는 1~2개월에 필요한 소근육 대근육 발달에 필요한 동작과 시각 청각 반사운동에 대한 조언도 했어요.
밤중에 깨서 아기 분유 타서 먹이고 트림 시키고, 칭얼거리는 아기 안고 토닥토닥 재우고...
꼭 하고싶었는데,그런 기회를 줘서 고마웠어요.
피곤해도 무척 흐뭇한 기분~~~
1월 30일 대전에 결혼식 참석하러 갑니다.
결혼식 끝나고 서울 갈 예정이에요.
큰아들집 2일,작은아들집 2일 4박 5일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남편이 아기들 많이 안아줄꺼라고 벼러고 있어요.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아기돌보는 아줌마가 자기집에 가는 날이어서
할아버지찬스가 유용할 것 같아요. -
네~~정말 그런거 같아요~
이제 스스로 역량을 키워 나가는 시간인거 같습니다.
입시 끝난 아이와 여행 다녀왔습니다.(스페인,포르투칼)
저는 그동안 고생했다고 수고 한 아이에게 선물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는 엄마랑 같이 가 주는거라고 생각하는 동상이몽 여행이었습니다ㅎ
작년에 큰아이 입시 끝났을 때도 여행을(서유럽쪽) 다녀왔었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저의 황금기를 여행과 더불어 잘 보내 보려구 해요~
이달 말을 기다리시며 하루하루 손꼽아 시간을 보내시겠군요ㅎㅎ
할아버지 찬스에 그레이스님은 밀리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기다림이겠습니다^^ -
그레이스2016.01.12 17:57
ㅎㅎㅎ 대학 1학년 딸이 여름방학에 집에 와서
날마다 외출하고 저녁에 늦게 들어오고 해서 야단을 쳤더니,
점심때 엄마랑 밥먹어줬잖아~! 하더랍니다.
엄마는 딸 맛있는 외식시켜줬다고 생각하고,딸은 엄마와 밥먹어주는 봉사를 했다고 생각하고.
요즘 아들 딸 다 그런 모양이네요.
아들과 여행 갔던 게 나중에는 소중한 추억이 됩디다.
쉽진 않겠지만 두 아들 데리고 가족여행도 다녀오세요.
국내여행이라도 좋아요.
순식간에 4~5년 지나갑니다.
오늘 새해들어서 처음으로 운동했어요.
사실은 12월에도 운동을 거의 못해서 기분상으로는 두달만에 스트레칭하는 것 같았어요.
서울에서 부딪쳐서 발가락을 조금 다쳤는데,그 게 불편해서 쭉 운동을 못했고,
1월에는 서울 다녀와서 쉬다가... 오늘 처음이네요.
-
'윤호 유라 윤지 유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사람 만나기는 너무 어려워. (0) | 2016.01.27 |
---|---|
예뻐진 유라. (0) | 2016.01.13 |
긴급 호출.1 (0) | 2016.01.06 |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0) | 2015.12.27 |
첫 상면 (0) | 201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