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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큰아들 큰며느리.

by 그레이스 ~ 2016. 3. 9.

 

6시 30분 김해공항에 내려,

공항 주차장에 두었던 차를 타고 시내로 오면서 7시 뉴스를 듣고 있으니, 중간에 광고가 나온다.

참 좋은 여행...

광고 멘트를 듣고, 남편이 하는 말,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여행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를 명훈이와 같이 갔었던 그때였다며,

꼭 가고 싶은 여행지, 모든 걸 잘 챙겨주었던 아들의 정성, 긴 시간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

하나하나 모든 것이 참 좋은 여행이었다는 말씀을 되풀이하신다.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두 아들과 두 며느리에 대한 고마움으로 이어지고,

인생의 마무리가 더할 수없이 만족스럽다며,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냐고 하신다.

 

큰아들 집에서,

며느리가  현관문 카드키가 새것으로 바뀌었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키를 달라고 하더라.

결혼할 무렵 받았던 아파트 출입 카드키를 지갑에서 꺼내 돌려주는데,

새로 바뀐 카드를 가져와서 다시 주더라.

 

나는 이제 필요가 없다며, 서울에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또 집에는 항상 아줌마가 있으니,

카드키가 없어도 집에 들어오는데 문제가 없지 않냐고 괜찮다고 했더니,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아들 집 열쇠를 받았다는 의미로 가지고 계시라고 한다.

어머니께서 하나 가지고 계시는 게 좋겠어요~ 하는 며느리의 말이 뭉클하게 고맙더라.

내가 며느리에게 어른 대접을 잘 받고 있구나~ 싶은...

 

백일날,

첫 비행기로 올라가서 아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아기 보는 아줌마가 없어서 좀 놀랐다.

나는 아줌마가 있을 줄 알았다고 했더니,

어제 일찍 쉬러 가시라고 보내서 오늘 12시쯤 올 거예요~ 한다.

 

11시 지나서 가사 도우미 아줌마, 아기 보는 아줌마도 와서 아기와 같이 사진도 찍고...

식사하러 외출하면서,

속으로는 아줌마 두 분은 집에서 아기 돌보고 있을 줄 았았는데,

백일잔치에 두분은 초대손님이었더라고.

 

유모차에 태운 윤호와 유라가 잠들어서 처음에는 모두 편하게 식사를 했는데,

중간에 윤호가 깨서 울었다.

아줌마가 일어서려 하니, 아들이 앉아서 편하게 식사하시라며,

큰아들이 윤호를 계속 안고 있었고 며느리와 번갈아 가며 식사를 했다.

 

내 상식에는 아줌마는 한 달에 300~4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고용인인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아들과 며느리는 아줌마들은 오늘 초대손님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더라.

월급을 주는 고용인일지라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며느리와 아들을 보고,

나의 얕은 생각을 반성하게 되더라.

 

고용인이 맘에 안 들면, 곧바로 자르고 내보내는 단호함도 있지만,

함께 있는 동안에는 그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만큼 잘하는구나~

아들과 며느리의 인간성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백일 다음날은 큰아들 생일인데,

아들과 며느리 둘 다 백일잔치 준비에 정신 팔려서 깜박했던 모양이다.

내 말에,

아들도 며느리도 정신이 없어서 잊어버렸다며 웃는다.

큰아들 부부와 아기들 모두 힘들 거라고, 우리는 작은아들 집으로 가서 잠을 잤다.

 

다음날,

생일 축하 전화를 하고.

퇴근길에 잠깐 들리겠다는 큰아들 전화를 받고,

약속시간에, 혼자 아파트 밑에 내려갔더니,

아주 잠깐 엄마를 보고 가는 아들.

건강하시라며, 엄마를 꼬옥 안아준다.

고맙고 고마운 아들.

 

남편을 낳아주시고, 훌륭하게 키워주시고,

저의 남편으로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큰며느리.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 뜨거운 게 올라오는 듯했다.

자주 올라오셔서 아기들 모습을 직접 보시라고~ 월말에 또 오라고 하는 며느리.

나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월요일 낮에 두 아줌마가 솜씨를 발휘해 생일상을 근사하게 준비해줘서 저녁을 잘 먹었다고 한다)

 

  • 여름하늘2016.03.09 09:00 신고

    정말 그레이스님은 복이 많이신 분이십니다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가 정말 예쁘네요
    이렇게 시어머님을 감동 시키는 며느리
    요즘 보기 힘든 며느리인것 같습니다
    축하드려요

    인생의 마무리가 더할수 없이 만족스럽다하신
    하윤이할아버지의 말씀
    인생마무리할때 저러한 기분이 들도록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벌써 늦었나??? ㅎ

    답글
    • 그레이스2016.03.09 10:44

      참~ 어제 여행이야기 끝에 여름하늘님 이야기도 했어요.
      우리가 감동했던 아들과 함께한 여행처럼,
      도쿄 사는 금희씨가 큰딸과 단둘이 홍콩여행을 다녀왔는데,
      나혼자 이렇게나 효도를 받아도 되나~ 싶을만큼 딸이 신경 써서 여행준비를 하고,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 모두, 엄마가 감동할만큼 잘 챙겼다는... 그 내용을 들려줬어요.

      남편은
      2008년 3월 서울에서 파리에 갔다가 바르셀로나로 가서,
      영국에서 출발한 큰아들과 바르셀로나에서 만나서 같이 다녔던 여행을 제일 좋았던 여행이라고 하는데,
      나는 큰아들과 함께 한 기억에 남는 여행이 많아서...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졸업때)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왕복 운전해서 다녀온 첫번째 여행,
      (인시아드MBA 졸업식후)파리에서 남부해변까지 운전해서 다녔던 큰아들 작은아들 나 셋이서 다녔던 프랑스여행,
      (싱가포르의 네델란드 투자은행에 근무하던 때) 발리로 놀러 간 며칠,
      (스위스 투자은행 런던본사에서 근무하던 때) 영국에서 옛추억을 찾아 다녔던... 남편과 나 큰아들 세사람의 여행.
      큰아들은 나에게 많은 추억을 주었어요.
      결혼전에 이미 충분한 효도를 받았는데,지금도 계속 부모를 기쁘게 하네요.

      큰며느리의 마음씀씀이는,
      타고난 심성도 큰몫을 하겠지만,어릴때부터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 영향이 크다고 판단됩디다.
      교양이라는 게 짧은 시간에 익혀지고,몸에 베이는 건 아니잖아요.

      "인생의 마무리가 더할 수없이 만족스럽다~"
      저도 그 말이 참 좋았어요.

      집에 와서 흐뭇한 맘으로 맥주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큰아들 큰며느리,작은아들 작은며느리 칭찬을 한바탕 늘어놓으면서...

  • 來夢來人혜정2016.03.09 12:23 신고

    "아들집 열쇠를 받았다는 의미" 너무 뭉클하네요~~정말 감동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6.03.09 15:26

      아주 많이 흐뭇하고 좋았어요
      시어머니 며느리 사이나쁜 이야기가 하도 많아서
      내가 존중받는 시어머니라는 게 어찌나 좋은지
      사방에 자랑하고 싶더라구요

      토일월화 4일 빠지고 5일만에 왔더니
      온 몸이 고장이 난 듯 여기 저기 아파서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했어요
      목욕하러 가기전에 잠시 휴대폰을 봅니다

      저녁에는 백일사진 2편을 올릴려고 해요

  • 새침떼기2016.03.09 18:10 신고

    고부 사이가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아들 내외의 도우미 아주머니에 대한
    배려심에서 감동도 받았구요
    성숙한 인격을 갖춘 한 가족의 일상이
    저의 작은 가슴에
    큰 울림을 줍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6.03.09 19:44

      도우미 아줌마를 대하는 태도에 저도 속으로 많이 놀랐어요.
      이게 제대로 된 매너구나~ 느꼈고,
      직업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예의를 갖춰 존중해주는 모습에,
      이다음에 윤호 유라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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