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남의 장소는 마산 카톨릭 교육회관.
위치는 내 기억속의 마산 지역을 벗어나서 진동에 가까운 바닷가 숲속이었다.
마산 친구 두명을 갑자기 잃고(두 친구가 카톨릭 신자)
그 친구를 추모하고,우정을 다지는 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카톨릭 교육회관을 담당하시는 신부님이 영희의 남동생이어서, 장소섭외가 쉬웠다고.
작년 봄에 만났을 때도 멀쩡하던 해선이가,10월에 간암으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를 치루기전날 마산 가서 영정을 보며 절을 하던 심정과
밤중에 차를 몰고 부산으로 돌아오며 떠올랐던 생각들이 다시 생생하게 생각나더라.
오랜 지병이었던 B형 간염이 더 나빠져서 간암으로 변한 케이스.
다른 친구는 나와는 가깝지 않았는데,췌장암으로 암에 걸린 걸 알고나서 3개월만에 떠난 게 지난 4월이다.
이번 모임을 주도하고,
모든 진행을 맡았던 미자는, 두 친구를 마지막까지 격려하며 지켜봤던 절친이다.
화요일에는 폭우가 쏟아질 꺼라는 날씨예보에,서울에서는 2명만 왔더라.
(6학년 때 한반이었던 길자는 못왔네)
대전에서 1명,대구에서 1명,울산에서 2명,부산에서 2명( 이 사람들은 거의 모든 행사에 참석하는 편이다)
그리고 마산친구들.
왼쪽이 숙소동.
하루 쯤은 잠 안자도 괜찮다며,우리방에 다 모여서,돌아가며 한명씩 옛이야기 혹은 근황을 털어놨다.
다음날 아침 7시에, 불교신자도, 종교가 없는 사람도, 다같이 미사를 드리고.
저녁식사후 산책을 하다가 여기 긴의자에 앉아 오래도록 수다를 떨었는데,
그때는 휴대폰을 안가지고 나가서 아침에 사진을 찍었더니,전날의 안개 자욱한 그 느낌이 안난다.
는개비.
손으로 잡으면 축축한 느낌이 드는 비에 가까운,아주 짙은 안개.
짙은 안개와 가랑비의 중간을 부르는 이름이 는개비라고, 작가인 윤희가 설명해 주더라.
안개 자욱한 운치있는 저녁을
손을 잡고 걸어다니고,사진을 찍고,일상사 얘기를 하고,은퇴후 봉사활동을 하는 얘기도 듣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여름에 여행 갈때마다 가져가는 치마와 젤리고무신을 신고,편하게 다녔다.
내휴대폰으로 친구들과 사진 찍은 게 한장도 없는데,
즉석에서 전송되어 온 사진이 딱 한장 있다.(오늘 쯤 친구들이 함께 찍은 다른 사진도 보내주겠지)
동기생을 대표하는 두 친구.(졸업생 대표와 지금의 동창회장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나.)
7시에 미사를 드린후,30분간 신부님과 담소 시간을 가졌고,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11시까지 산책도 하며 놀다가,교육관을 나와서
점심은 횟집에 가서 장어구이를 먹었다.
비싼 장어구이를 많이 시켜서 다들 과식이 될 정도로 먹었으나,그래도 남았더라.
나도 나중에 들어 온 식사는 도저히 못먹을 지경이어서,몇가지 반찬들 맛만 보고 말았다.
옛 가포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곳에 지중해라는 커피숖이 생겼는데,
마산의 명소라고 추천해 줘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구경도하고,
팥빙수를 4그릇 시켜, 한그릇을 3명씩 나눠 먹었다.
불루베리 팥빙수 한그릇 양이 어찌나 많은지
작은 유리볼에 1인분 들어냈는데도, 남은 게 저 정도로 많다.
친구들과의 만남중에 특별히 의미가 깊은 1박 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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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교육관 위치가 참 좋군요. 미사를 드리면 저절로 신심이 우러나오겠어요. 한 번도 못 가봤네요.
답글
신부님이 집안에 있으면 카톨릭에서는 은총을 받았다고 해요. 신부님 한 분 나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문학단체의 어떤 시인은 아들이 하나인데 신부님이 되셨는데 만날 때마다 그 마음에 숙연해집니다.
신부님 본인보다 그 어머님의 마음이 대단하신거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친구분들이 갑자기 그렇게 가시면 참 안타깝겠습니다.
초등학교 동창들 중에서도 50이 안 되어 간 친구들이 몇 명 되어요.
교통사고가 많아서 항상 운전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가 폐렴이 와서 형님이랑 큰 시누가 걱정이 태산이라 어제 다녀왔습니다.
치료를 다행히 잘 해서 제가 가니 괜찮으십니다.
그런 식으로 시간 싸움인게지요.
의식은 있으나 아픔이 인지가 안 되니 불행중 다행입니다.
아픔이 인지되면 본인도 고통이지만 옆에서 자식들도 그 고통을 덜어드릴 수도 없어서 더 큰일입니다.
주변에 90이 넘으신 분들이 참 많더라구요.
연령은 높아지고, 수발할 젊은이들은 더욱 힘든 그런 세상입니다.-
그레이스2016.07.13 21:36
장소가 특별해서 그랬는지,각자의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불교신자 2명 무 종교 2명 말고는,모두 카톨릭 신자여서,서로 편하게 맘을 털어놓았나봐요.
70세가 얼마 남지않았다고,
자주 만나자고,
국내여행이라도 같이 다니자고,
다음 계획을 의논하기도 했고요.
오늘 호텔에서 반신욕을 하며 얘기를 하다가,
바이올린에 재능이 있는 딸을, 초등학교를 마치고,중학교를 줄리아드로 보내놓고,
10년을 넘게 한달은 부산에서 한달은 뉴욕에서 매달 왔다갔다 하면서 생활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뉴욕의 집세는 얼마나 비싸며,렛슨비는 얼마이며,항공비와 양쪽의 생활비는 얼마나 많았겠냐고...
얘기 들어주고,고생 많았겠다고 맞장구를 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물질적인 풍요와 어제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느꼈던 바른생활에 대한 자부심(정신적인 만족감),
그 사이에서 중심잡기를 생각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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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6.07.14 12:28
여러가지 에피소드중에,
답글
내가 입고있는 치마를 보여주며,20년 된 옷이라고 자랑을 했더니,
사진속의 가운데 있는 영숙이가,"나는 요즘 입는 모든 옷이 20년 넘은 거다" 라고 합디다.
근검절약이 몸에 벤 사람이라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학생시절에도 전교 1등 학생답게 말과 행동이 타인의 모범이 되었거던요.
남편이 대학교수였고,
본인도 고등학교 선생으로 퇴직했으니,한달 연금이 700만원 정도 될꺼예요
경제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나이에 새옷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내친구에 소개한 A 도,영숙이도 사진속의 오른쪽 친구 명순이도,
세사람 다 남편이 교수이고 본인은 고등학교 교사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
친구분이 두분이나 아직은 이른 나이에 그렇게 가셨군요...
답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갑자기 숙연해집니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갔을때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차분하게 쉴수 있어서 좋다고 했는데....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이러한 곳에 찾아가서 미사도 드리고
하루 이틀 쉬고 왔으면 좋겠다는 충동이 불쑥 드네요
가톨릭에선 이것을 피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엔 피정의 집이 많을텐데 아직 제가 관심있게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몰라요
다음에 한국에 갈땐 그러한 곳을 찾아서 가보고 싶어집니다
참 좋은 곳에 다녀오셨네요-
그레이스2016.07.15 08:10
이번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까지 다 맡았던 친구가 앞에 소개한 B 입니다.
두사람의 투병과정과 마지막에 나누었던 얘기를 친구들 앞에서 차분하게 설명해줬어요.
울산 사택에 살던 시절에,
미자도 옆동네 살아서 자주 만났지요.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아들과 딸을 데리고 한달에 한번 삼랑진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 봉사 다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는데,그게 오래도록 머리에 남아있어요.
장애인들 목욕 시키고 밥먹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딸과 아들이 엄마를 따라 봉사 가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고요.
나에게 봉사의 의미를 일깨워 준 친구예요.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수련원이 전국 곳곳에 많이 있다고 합디다.
숙소이용이 1인당 3만원 식사가 한끼에 6천원 그래서 1박과 두끼에 42000원 이었어요.
다른곳도 비슷할 거예요.
카톨릭신자는 누구나 신청해서 이용할 수있고 신자가 아닌 사람도 동행할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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