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고집을 피우시면,
좋고 나쁨을 따지거나 언쟁을 하지 않고, 남편 의견에 따르는 엄마가,
아들이 보기에는,새삼 신기한 모양이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처럼 양보하는 아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요즘 보니까 60대 70대 부부라도, 어머니 같은 사람은 드문 케이스였어요~ 한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때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엄격한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의 어려움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셨더라.
그래서 엄마가 많이 힘들었다.
어느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고.
신혼초에,
예절이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결심하고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노력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서 어떤 단어를 쓸지 생각을 하고 나서 말을 하니까, 말다툼이 안되더라.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이제는 습관이 되었네.
아버지도 말씀을 가려서 하시더니,은퇴후 긴장이 없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늙은탓인지,
요즘은 품격에 문제가 좀 생겼다~ 했더니, 아들이 내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웃는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좌절과 우울을 겪는 일도 많이 생기겠지.
감정이 격해져서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순간도 있을 테고.
그런 순간마다,
엄마가 어떻게 감정을 다스리는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아버지의 결단력과 자신감도 닮았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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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20:02 신고
제 남편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아주 주관적이고 보수적인 부서의 현직 고위 관리자일때일때.
지역의 특색인 언행에.
자라온 환경에.
서울 인근 나름 양반집안이라 칭하던 곳 에서 나고 서울에서 교육받고 직장 생활한 저로서는
아주 쇼크였고 지금도 때때로 쇼크와 가슴이 두근 거릴 때가 많습니다.
아드님이 생각이 깊고 따듯한 심성인것 같네요.
부모님의 심중을 헤아려 행복을 선물하는 아드님이네요.-
그레이스2016.10.05 09:26
그나마 다행인것은 남편은 말이 거칠거나 비속어를 쓰지는 않았어요.
자기가 하고싶은 걸 포기하지않고 기어이 하고야 마는...말려도 소용이 없으니,
맞서서 싸우기보다 그냥 편하게 양보하는 방법을 택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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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6.10.05 09:54
자기가 하고싶은 것은, 기어이 하고야 마는 성격이어서,
만약에 반대를 했다면 싸움이 되었을 꺼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려야 되겠다 싶으면,한번만 더 생각해보자고~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차근차근 설득하는 게 통합디다.
아들이 있을 때 고집 피우는 일은,
더 잘해주고싶은, 아버지의 과잉의욕으로 생기는 문제라서,답답해도 참을 수밖에 없어요.
아들 며느리 모르게, 손으로 쿡쿡 찔러서 그만하시라고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레지나님~^^
항상 좋은말로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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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이유2016.10.05 12:17 신고
그레이스 선생님! 전 즐겨찾기로 해놓고 틈틈이 글을 읽습니다. 어떻게 살라고 말하기 쉽지만 이렇게 살기는 어렵습니다. 참...배울 점이 많습니다. 사람을 향한 깊은 배려, 정성,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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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6.10.05 13:22
아~~~ 반가워요.
무척 오랫만이네.
논문 통과되고 대학원은 마쳤겠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사일을 하면서 1인3역으로 공부까지 해냈으니... 참으로 대단해요.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16.10.05 14:45 신고
선생님, 저는 사실 노트북을 켜서 작업을 하는 날에는 즐겨찾기 해놓은 선생님의 방에 꼭 들립니다. 저는 작년 8월 졸업하고, 지금은 두 곳의 학교에서 강사생활을 하고 있고, 계속 학술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술지 실적을 지속적으로 쌓아 내년에는 학교를 지원해보고 싶어서요.
선생님, 지난번 아이들이 조금 클 때까지 아들들에게 따로 오라고 하셨다는 그 글을 보면서도 지혜로움을 배웠습니다. 제가 비슷한 상황에서 형제들끼리 섞여 보니 득보다 실이 큰 것 같아요. 사촌끼리 어울림을 배우는 것은 탄탄한 애정을 집중하여 받은 뒤에 해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그 대목에서도 선생님의 섬세함을 느꼈지요. ^^
암튼 잔잔한 선생님의 일상과 관련된 글들을 통해 제가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감사해요.^^ -
그레이스2016.10.05 18:47
이제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군요.
내년에는 원하는 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있기를... 나도 기도할게요.
시댁에서 혹은 친정에서 형제들이 모였을 때,아이만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어른도 상처를 받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그중에는 서운한 아이가 생기고,
또 며느리 입장에서도, 내아이에게 소홀한 것 같으면 미묘한 감정이 생길 수 있어요.
며느리 입장에서는 내색하자니 속좁은 것 같고,그냥 넘어가자니 서운하고...
따로 따로 오면,양쪽으로 신경 쓸 필요없이 사랑을 쏟을 수 있잖아요.
이다음에 같이 오게 될 때는, 하윤이 하영이에게 사전에 설명을 충분히 할 생각이에요.
동생들 잘 데리고 놀아라고 부탁도 하고요.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16.10.07 11:15 신고
선생님, 계속 성찰하시기 때문일까요? 선생님 자신과 타인을 대하시는 모습에서 일관성있고, 안정적이고, 섬세함이 녹슬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아래 화가 정말 극하게 난 그 지점을 넘기고 나면 시야가 넓어진다는 그 느낌을 담은 구절은 핸드폰으로 찍어두었습니다. 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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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6.10.07 11:54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면 좋겠는데...
그냥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눈앞에 나타난 사건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아들이 학교 다닐 때, 시험을 망친적이 있어요.
성적이 얼마나 나빠졌을지... 보다,
그 아이의 맘이 어떨까~ 눈앞이 캄캄하고 지옥같을 그 심정이 먼저 느껴지는 거지요.
아들에게,
며느리에게,
주의를 줘야 할 일이 생겼더라도,
내가 하고싶은 말보다,
아들의 마음상태, 며느리의 마음상태를 읽고 그 감정을 알아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손녀도 마찬가지에요.
어린아이지만,
왜 서운한지, 왜 짜증이 나는지,
그걸 알아주고,니가 왜그런지 할머니는 안다고 다독여주면,금새 풀어집니다.
내가 하고싶은 말보다 상대의 속상함을 이해하고,들어주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그게 풀리고난후 주의를 주면 되니까요.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16.10.07 13:41 신고저는 머리로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은데...선생님께서 모델로 보여주시며 다시 설명해주시니 조금 더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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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6.10.0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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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끓어오르는 듯한 그 순간을 참고나면,시야가 확 넓어진다고 해야하나...마음이 달라져요.
억울하고 분한 순간에는 나의 고통만 보이는데,
내 감정이 갈아앉고나면,가해자의 아픔도 보이더라고.
남을 아프게 만든 사람도 저렇게 괴롭겠구나~ 그게 느껴지니까,연민이 생기는거지요.
그리고,화를 내야 할 사람이 화를 안내면,
남편은 무척 미안해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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