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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아버지의 메모습관.(영국여행)

by 그레이스 ~ 2017. 5. 27.

 

아버지께서 83년 7월 26일 영국 도착하셨다는 것도

이번에 사진을 보고 알았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7월말이라는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30일간 계시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한국으로 가시기 전에 현상을 해서 드렸는데,

일일이 수첩에 메모하셨던 내용과 사진을 대조해서 다시 사진뒷면에 기록하셨다.

그당시에는 내가 옆에서 설명을 해드렸는데,

지금은 사진을 봐도 어딘지 모르는 게 많아서 뒷면의 설명을 읽고 아하~ 하면서 놀란다.

 

 

옥스포드 대학 도서관앞의 주점.

조용한 분위기, 같은 방안에 똑같은 카운터가 또 있음.

(이라고 써 놓으셨는데 나는 그 자체가 기억에 없다.)

 

 

 

 

 

 

 

이 사진 뒤에는,

주점앞 - 한잔하고 나오다 문앞에서 마시고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 또 같이 한잔.

(이라고 적으셨다.)

이런 기록이 있어서,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83년 8월 6일.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소설속 히스꽃이 만발한 언덕과 모델이 되었던 집을 보러가는 길에

하룻밤 묵었던 B&B에서 아침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결혼한지 1년 된 젊은부부가 살림가구를 갖추기 위해 민박을 시작했다고

자기들 소개를 했던 모양이다.

새댁이 수줍어하면서 식사시중을 해줬다고.

1박과 아침식사에

어른 7파운드 아이 3파운드.

음식 내용과 1파운드는 1200원이라는 것도 적으셨다.

 

 

 

위의 사진은 아버지 카메라에 찍으셨던 모양이다.

나에게는 생소한 사진이다.(그당시 나에게는 평범한 것이어서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었겠지)

83년 7월 31일.

워윅성

지하 화장실 손 말리는 곳.

화장실에서 용변후 손을 씻고 이 기게 앞에 서서 페달을 밟으면 더운 바람이 나와서 

손을 말리게 되어있음. 

800년이 넘은 고성의 화장실에 현대시설을 갖추어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

참 부럽다.

 

 

 

 

 

아래 사진 역시 아버지 카메라에 있던 사진.

83년 8월 1일.

세훈이 유치원.

방학중이라 학교 관리자만 있고 교직원은 없음.(이라고 써있다)

 

 

 

아이들 집옆의 탬즈강.

강에 갑문 장치가 되어 있어 상류까지 유람선이 다니겠끔 되어 있음.

(우리동네 바로 옆이어서 자주 산책 다니는 곳이다. 동네 구경을 나왔던 날이었나 보다)

 

 

 

 

 

야외에서 밥해먹은 여러날중에,사진만으로는 어디인지 가늠도 안되는데,

뒷면의 적어놓으신,

83. 8.3

워본 사파리.

점심식사준비

입구에서 정문 매표소까지 자동차로 20분,넓이 약 600만평.

안에 케이블 웨이도 있음

(덕분에 워본 사파리라는 걸 알았다)

 

 

사진만 보고도 어디인지 알 수있는,유명장소의 기념사진보다

아버지의 메모 덕분에,

이렇듯 소소한 사진들이 더 반갑고,추억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3년 전에, 아이들이 나오는 사진들, 모두 년도별로 분류하고,

새로 사진첩을 만들어

명훈이 세훈이에게 보냈기 때문에 집에 사진이 없는 탓도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사진에는 상세한 설명이 없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메모가 된 아버지의 사진첩이 필요했다.

사진첩이 붙이는 접착식이 아니고 포켓식으로 되어서,

뒷면의 글이 하나도 손상이 안되어 ,

얼마나 감사한지~~~

 

 

  • 키미2017.05.27 20:21 신고

    제가 마음이 다 찡하네요.
    메모도 참 세심하시고, 달필이시고..
    멋진 아버님이십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7.05.28 07:05

      몇번 말했듯이,
      외아들이신 아버지께 맏딸로 태어난 나는 오빠보다도 더 사랑 받았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고요.
      아버지와 좋은 추억이 많아서 행복합니다.

  • 현서2017.05.27 20:50 신고

    아버님이 무지 핸썸하십니다~
    영화배우는 저리 가라십니다.
    반갑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7.05.28 07:15

      학생 때는 잘생긴 아버지가 친구들에게 자랑꺼리였어요.
      180의 키에 잘생긴 외모는 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했으니까요.
      사진속의 아버지는 58세이십니다.
      나는 33세이고요.

  • 여름하늘2017.05.31 22:13 신고

    정말 감사한일입니다
    아버님의 필체를 만나볼수 있으니 또 얼마나 반가우실까
    하는 마음도 들어요
    1983년이면 제가 대학교 3학년때 ㅎㅎ
    남편과 처음 만남이 이루어지던 해 이기도 하지요
    그당시에 화장실에 손말리는 기구가 있었다니 놀랍네요
    저희가 일본에 왔을 당시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언제부터인가 화장실에 손말리는 기게가 배치되어 있었던것 같은데...
    손닦는 휴지가 있는곳도 아직 있지만
    휴지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손말리는 기계를 설치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요

    8월1일 사진을 보니
    윤호 유라 같기도 하고
    하윤이 하영이 같기도 하고
    어딘가 모르지만 닮았네요

    답글
    • 그레이스2017.06.01 07:31

      요즘은 옛날사진 보느라 추억에 빠지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기억을 더듬어서 글도 쓰고요.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82년 영국에 처음 갔을 때,여러면에서 문화적 충격이 무척 컸더랬어요.
      시골에 가도 공중화장실에 화장지가 여러개씩 놓여있는 것도,
      백화점에서 1층 매장에 지갑을 놓고 2층으로 갔는데 그걸 주워서 카운터에 맡겨 놓은 것도,
      그 친절과 정직함에 감동 받았고,
      어디를 가나 편리시설이 되어있는 것도 놀라웠고요.
      35년 전이잖아요.
      10년점에 다시 가보니,옛날보다 오히려 나빠진 듯 보입디다.
      좀 지저분해졌고,친절과 매너를 지키는 것도 예전보다 훨씬 못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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