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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by 그레이스 ~ 2017. 7. 18.

 

 

20년을 매일 만나는 사이라도,자신의 약점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다.

그게 자식의 문제일때는 더욱 더.

어렵사리 꺼낸 걱정꺼리는,

명문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직장생활에 적응 못해서 사표를 내고 창업을 하겠다고 해서 마음고생이 심하단다.

자기 남편과 똑같은 식으로 되풀이 하는 삶이 될까봐.

 

40~50년 전에는 비슷한 수준의 집안과 집안끼리 결혼이 많았다.

서로 잘 아는 집안이어서 양쪽 아버지께서 혼담을 성사 시켰다고 하더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남편은,

젊은시절에 무려 다섯번이나 직장에 들어갔다가 몇달만에 사표 낸 경력이 있는데,

조직사회에 맞춰야 한다거나,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70년대의 대기업 업무강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만뒀다고 하더라.

 

건물 임대수입만으로 충분하니까,

평생 직업없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골프와 사교, 늦은 술자리...

아내와 자녀에게, 감사함이나 존경 받을 꺼리가 없는 생활.

(천만다행으로,사업을 하겠다거나,주식을 한다거나,도박을 한다거나...에는 관심이 없었고,

요행을 바라는 성격이 아니라서 재산을 날리는 재앙은 없었단다.)

아버지의 생활이 그러했으니,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에게도 영향이 컸으리라.

 

남편은 젊은시절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안하고 술을 좋아해서 일찍 건강을 잃었다.

지금 70세에 여기저기 문제가 생겨, 삶의 질이 말이 아니게 낮아져 버렸다.

45년동안 남편을 지켜보며 실망했던,직업없이 사는 생활을,

아들이 똑같이 되풀이 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더라.

 

죽을만큼 힘든 일도 겪어내고,

고생고생 노력했던 일이 결과가 좋아서 성취감도 맛보고,

작은 실수로 큰위기가 생기는 것도 경험하고,

마음고생을 하면서 인간관계의 복잡함도 깨닫고,

내가 겪은 어려움 때문에 남의 사정에도 귀 기울이게 되고,

가뭄과 태풍을 이겨내고 곡식이 익어가듯이, 사람도 그렇게 나이 들고 성숙해지는 것일게다.

여러 고비를 넘기고,내가 이루어낸 것이라야

지극히 평범한 삶일지라도,자기의 살아온 세월이 소중하고 가치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위기가 없고 자극이 없는 삶,자기 반성이 없는 삶은,

인격적으로도 미숙한 사람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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