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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뜻밖의 소식과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by 그레이스 ~ 2017. 6. 9.

 

 

늦게 운동하러 가서 매트를 깔고 10분쯤 운동을 했을까~

전화벨소리에 받아보니,결혼 전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임선생이다.

잘 지내냐고 근황을 묻고나서,

정정희 선생이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과 송선생님이 치매로 요양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정희는 나보다 나이가 적고,송 언니는 이제 70을 넘겼는데...

놀라움과 또 옛 이야기로 30분 넘게 통화를 했다.

 

깨끗하게 삶을 마감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다양한 방향으로 전개가 된다.

 

90세 되신 친구어머니.

허리관절 무릎관절에 이상이 없다고 하셨다.

고혈압이나 성인병도 없으시고,

매일 호텔에 와서 자전거타기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시고 목욕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하셨다.

내가 처음 뵈었을 때 그분이 70대 초반 이었으니,친구를 본 것만큼 그 어머니도 만난 셈이다.

젊은나이에 돌아가신 내엄마와 같은 나이라서,

가끔은 그분의 모습에 엄마를 대입시켜서,살아계셨으면 지금... 가상 현실을 만들 곤 했다.

 

친구는 엊그제 우리 끼리 점심을 먹으면서,

구순 생신을 앞두고,

아직 아픈 곳이 없지만,주변을 정리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얘기해 주더라.

수십년 다녔던 통도사 암자에 가서 스님께 마지막일 것 같다고,

앞으로는 오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인사 드리고,

40년 전에, 운전기사로 10년간 남편을 모셨던 청년을, 수소문해서 찾아,

그 뒤로 많은 사람을 겪어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젊은이라고,정직과 친절과 성실을 칭찬하시고

마지막 선물이라며 오백만원을 주셨단다.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편지와 선물도 준비해 두시고,

앞으로 몇년을 더 살지 모르겠지만,90세 생일에 정리를 하고싶다고 하시더란다.

(다섯 자녀들이 200만원씩 천만원을 만들어 드렸더니,그 돈을 그렇게 쓰셨다고)

구십 평생이 평탄했던 것도 아니고,

큰 고난도 겪으셨던 분이,

움켜쥐는 욕심없이, 가진 것 다 털어서 나눔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다.

(자식들에게 유산상속은 몇년 전 아버지 돌아가실 때 정리했다)

 

 

    • 이분은 아직은 건강하시고 불편이 없는 상태세요.
      앞으로 몇년을 더 살지 모르지만,건강할 때 주변 정리를 하겠다고 하셨답니다.
      장신구나 애장품도 딸들에게 나눠 주시고요.
      평소에도 연말이 되면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과 연하장을 보내셨는데,
      자녀들의 초등학교 중학교 은사님중에 친했던 선생님께도 편지와 선물을 보내셨다고 해요.
      자녀들은 결혼해서 살면서 자기 담임을 잊어버리고 사는데,
      어머니는 그분들을 기억하고 편지를 보내시더래요.
      그런식으로, 각양각색의 다양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사셨대요.
      본받을 게 많은 좀 특별하신 분이에요.

    • 그레이스2017.06.10 14:13

      키미님이 엄마 돌아가시고,
      엄마 다니시던 절에서 49제를 지냈다는 글을 읽고,
      여러해전에 엄마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키미님은 카톨릭 신자이면서 절에 가서 49제를 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져서 머리에 자꾸 떠오르네요.
      더불어,
      저도 친정할머니 돌아가시고 장례 나가던 날이 생각나고요.
      할머니를 추억하는 글 한편 더 써야겠어요.

    • 키미2017.06.11 17:04 신고

      저도 결혼 전에는 팔공산 갓바위에 자주 갔었어요.
      시댁이 워낙 구교 집안이라 저도 세례를 받았지요.
      그런데 종교는 참 신비한 것이 제가 여고시절에 성당에 다녔거던요.
      우리 동네에 성당을 새로 지어서 호기심에 갔다가 죽 다녔어요. 그때는 세례를 받지 않았구요.
      결국 카톨릭으로 왔구나 했습니다.

      엄마와의 49제 약속은 꼭 지키고 싶었어요.
      엄마는 주위에서 워낙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는 소리를 듣던 분이라..
      그런데도 돌아가시기 전에 장남의 뜻에 따르시고, 자식들 편하게 하겠다 하셨지요.
      결국 종교도 사람이 만든 것이니, 진리는 하나라고 하셨습니다.

  • christine2017.06.10 00:24 신고

    저도 요즘 친정엄마에게 많은 일이 일어나는것을 경험해보니 마음이 많이 복잡하네요..

    딸아이 100일쯤 친정에서 한달을 지냈는데 몬가 예전과는 다른 옴마의 모습을보고 좀 이해가 안돼고 속상했어용 그뒤 계속 증세가 악화되어 아버지도 많이 힘들어하시고해서 지난 주말에 큰언니가 엄마모시고 올라왔어요...ㅠㅠ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괜찮은 시설의 실버타운에선 거의 reject된다해서 요양원으로 가시기로 했는데 적응기간이 필요해서 한달은 주간에만 가계시는걸로 했구요
    작은언니&형부병원 가는 길목에 있는 요양원이라 당분간 수고를 해야될것같아요

    집안에 큰일이 있을때 control tower가 되어주는 언니가 고마울따름이예요

    6개월전 아파트정리하고 시골집들가서 자연과 더불어 사시다보면 호전이 될거라 기대했는데 막상 그리해보니 아버지가 더 힘들고 불편해지시니 엄마 요양원 왠만큼 적응하시면 아버지도 저희들 근처에 사셔야 할것같습니당

    아버진 자식들 폐끼치는 일 절대 안하다주의시라 시골집계시다 기력떨어지면 은퇴전에 사셨던 울산언양근처 실버타운으로 들어가신다는데.... 언니랑 형부가 멀리 계시는것 자체가 우리에게 폐끼치는것이니 암소리마시고 서울로 오시라고 설득했어용

    몇주간 용인 하남 남양주쪽 실버타운과 요양원투어를 하면서 저도 부모님나이가되면 여기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당 적어도 그런데 들어갈 노후대책은 꼭 해야할것같습니당

    살면서 어쩔수없는 일이 생길땐 정말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주변가족들을 힘들지않게하는것이 우선인것같습니당

    • 그레이스2017.06.10 09:04

      말기암보다 치매일 경우에는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서서히 진행되는 기간에 (요양원에 모시기 전에)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으니까요.
      윤정씨 어머님은,언니도 형부도 의사여서 큰 도움이 되겠어요
      요양원에 계시고 자주 찾아 뵙는 게 모두를 위해서 현명한 결정이니,잘 하셨어요.

      엄마와 딸이라는 글에
      말기암 판정을 받은 친정엄마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 사표를 내고 엄마 곁으로 간 미경씨의 사연을 소개했는데,
      말기암에는 항암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 시키는 치료,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를 해야하고,
      본인과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겨우 3개월 남았는데도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웠어요.

      웰 다잉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에요.

    • christine2017.06.16 21:54 신고

      다행히 요양원들가신지 일주일짼데 적응잘하시고 계시더라구요~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칭구도 사귀고 텃밭도 가꾸고~~ 가자마자 노래자랑에서 상품도 받으시고용

      시골집에서 아버지랑 외롭고 불편하게 지내신것에 비하면 잘한선택인것같아용!! 자연도 몸과정신이 맑을때 누릴수있지 아플땐 암소용이 없더라구요..

      당신스스로 아버지와 딸들한테 짐이되는걸 원하시지않고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에대해 평소 긍정적인생각을 가지고계셔서 결정하는게 어렵지않았어요~

      3주후에 입소를 하게되더라도 주말엔 딸들집에서 지내기로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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