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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행

여행후기.2 큰며느리의 성품.

by 그레이스 ~ 2017. 10. 7.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윤호 유라와 재미있게 놀아주겠다고, 이번 여행이 아이들과 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좋아했는데,

아이들이 여행 내내 엄마만 찾아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뿐 아니라 아빠가 해주겠다고 나서봐도 소용이 없었다.

 

간편하게 접을 수 있는 휴대용 유모차 2개를 이번 여행을 위해서 새로 샀다고 가져갔는데,

그걸 뒤에서 미는 것도 엄마가 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이 유모차 손잡이만 잡아도 울음을 터뜨릴 표정으로 "엄마가~"라고 한다.

유모차 두대를 며느리 혼자서 계속 밀어야 하는 지경이라니...

내가 옆에서 하나를 밀면서 아이가 뒤로 쳐다보면 며느리가 손만 올려놓는 눈속임으로 아이를 달랬다.

더 힘든 노릇은 걷는 것도 유모차도 싫다고 엄마가 안아달라고 매달리는 순간이다.

한 아이를 며느리가 안고,다른 아이는 아들이 안으려고 하면,

기어이 둘 다 엄마에게 안기겠다고 떼를 쓴다.

그러면,며느리는 양팔로 둘을 안거나,

유라는 안고  윤호는 손을 잡고 걷거나, 윤호를 안고 유라 손을 잡고 걷게 하거나...

아이가 원하는 바를 잠시 만족시켜주고, 그 후에 유모차에 태운다.

그런 상황이 며칠째 계속 되어,몸도 마음도 다 지쳤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내색이 없었다.

 

엄마에 대한 집착이 서로 질투하면서 경쟁적으로 더 강해져서,

옷을 갈아입힐 때도,밥을 먹을 때도, 엄마가 해줘야 한다며,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건 완강하게 거부를 해서, 난감했었다.

그 전에는 아빠가 해줘도 괜찮았는데, 2주 전부터 엄마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눈치가 멀쩡해서 엄마가 출근하고 나면, 말을 잘 듣고 의젓해진다는 유모의 설명이다.)

엄마가 한 공간 안에 같이 있으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엄마가 필요 없다는 듯이 잘 놀다가도,

엄마가 안 보이면 곧바로 찾느라 부르고 야단이 나서,

며느리가 샤워를 하거나 여행가방을 챙기느라 , 아이들을 맡아줘야 할 때는,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해서 아이들 마음을 홀려야 가능했다.

 

젊은 엄마들이 아무리 참고 노력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감정이 폭발해서 짜증이 날 수도 있을 텐데,

며느리는 7일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으니 참으로 놀라웠다.

돌멩이에 정신 팔려서 차에 안 타겠다고 투정을 부리면,

강제로 태우는 게 아니라 출발시간을 늦추고, 유라가 그만두도록 타이르면서 5~10분이라도 기다려준다. 

그런 부분에서는 아들도 적극 협조를 하더라.

아이들에게 무한정 너그럽지만 단 한 가지

장난감이나 자리다툼으로 윤호가 유라를 밀거나 머리카락을 쥐고 당기거나, 괴롭혔을 때는

그 순간 단호하게 잘못을 지적하고 야단을 쳤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유라가 윤호를 밀쳐서 싸움이 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아들과 며느리를 옆에서 관찰해보니,

아들이 아이들에게 괜한 장난을 하거나 짓궂은 행동을 할 때가 있더라.

큰아들은 그런 행동을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의외였다.

그런 순간에도 며느리는 남편에게 싫은 내색을 하는 게 아니라,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남편의 행동을 멈추게 한다.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것도 없이 남편에게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아들은 얼른 알아차리고...

슈퍼마켓에 심부름을 갔다가 잘못 사 왔거나,

판단 잘못으로 다른 길로 갔거나,

예상 밖으로 돈을 많이 썼거나,

(저녁을 외식 대신 호텔에서 만들어 먹자 하고 아들이 장 봐왔는데 식품재료를 30만 원어치나 사 왔다고)

잘못된 일에 잔소리가 없다.

타고난 성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저 정도이면 감정 절제를 하는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아들 부부가 아직 말다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는데,

화를 안내는 아들의 성격도 큰 몫을 했겠지만, 며느리의 현명한 대응 덕분이구나 싶었다.

 

여행을 마치고,

식탁에 앉아 보고 느낀 소감을 말하면서,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 타이르고,

아이들의 감정을 존중하는 며느리의 대응방식 덕분에,

나중에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사춘기를 반항 없이 잘 넘기겠다고 덕담을 했다.

 

내 아들이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하고 싶어도, 며느리가 싫어하면 불가능한 일인데,

반갑게 같이 가줘서 많이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처음부터  며느리가 좋았지만,

볼수록 겪을수록 더 좋다는 시아버지의 말씀도 함께 전했다. 

 

  • christine2017.10.07 22:22 신고

    지금 한창 떼쓰고할때네용~~

    더구나 이모님이 케어하다 옴마를 매일보니 둥이들이 옴마껌딱지가 될수밖에용~~

    해외생활을 오래했고 또 logical한 직업군을가져 보통 육아맘들과는 정서나 방식이 다를거라 생각해용~~

    아이가 돌지난후부터

    서울에 파견온 주재원부인회서 만난 넘나라칭구들과 주2회 교류하면서 공동육아를 했습니당~~

    넘나라칭구들이나 교포맘들을 보면 아가들이 떼를 쓸때나 룰을 갈킬때 우리방식과는 많이 다르더라구용~

    우리보다 느긋하게 아이를 핸드링하는건 배울점인것같아용~~ㅎ
    무엇보다 시어른들과 여행을 가는건 저도 솔직히 좀 힘든일인데 유한 인성을 가졌을것같아용~~ ㅎㅎ

    친정갔다가 오늘 시댁행사있어 대전에 들렸는데

    귀경차량땜시 7시에 출발하나 8시에출발하나 도착시간이 똑같다해서

    아예 느긋하게 9시반에 출발했는데 체증없이 잘 달리고있네용~~ ㅎ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7.10.08 08:07

      본인의 성격과 자라온 환경 또 직업의 영향이 컸겠지만,내가 생각하는 한가지가 더 있어요.
      결혼후 4년간 임신을 기다리면서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거던요.
      나도 첫애를 가지기 전에 똑같은 경험을 해서
      매달 간절히 기다리다가 또 실망하고 한달 한달 반복했던 그 심정을 잘 압니다.
      그렇게나 소원하던 임신을 했으니,
      날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누운채로 "아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일어났어요.
      입덧이 그렇게나 심했어도 짜증 한번 안납디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며느리는 윤호 유라 때문에 힘든 순간마다 임신을 기다리던 때의 간절함을 떠올릴 꺼에요.
      그래서 어떠한 어려움에도 화가 안나는 자기절제가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河슬라2017.10.08 21:31 신고

    인간관계는 상대적이라
    워낙 며느님 성품 자체도 곱겠지만
    시부모님, 남편도 서로서로 잘 하니 그렇겠지요.
    암튼 요즘 보기 드문 며느리 성품인거 인정합니다.

    행복한 여행 하셨군요.

    답글
    • 그레이스2017.10.08 23:19

      서로가 상대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모든 인간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에 며느리의 새로운 장점을 보게되어
      많이 감동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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