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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

엄마 마음.

by 그레이스 ~ 2017. 11. 25.

 

 

운동하러 가면,거의 매일 만나는 사람중에 70대 회원.

평소에 외손자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서,

그냥 가벼운 인사말로,외손자 수능 잘 쳤느냐고 물었다.

밤에 잠을 한숨도 못잤다면서,

외손자가 수능 치러 안갔다고 하더란다.

"왜요?"

"공부를 안했으니 자신이 없어서 안갔겠지."

시험을 안 본 외손자보다 마음고생 심하게 할 딸 걱정에 잠이 안오더라고.

속이 터질 것 같다면서,줄줄이 사연을 털어놓는다.

 

중학교까지는 1등할 만큼 공부를 잘했는데,고등학교 1학년 가을부터 반항기가 시작되었단다.

2학년,3학년,2년을 새벽까지 게임을 하고,

늦잠자는 아들 전쟁을 치루듯이 깨워서 학교 보내는 일과를 되풀이 했다는 설명이다.

아버지(사위)와 아들은 2년동안 서로 피하고 말을 안하는 사이라 하고.

몇번을 부딪치다가 더 이상 나빠지면 가출하겠다 싶어서 딸이 간곡히 부탁한 모양이다.

사위에 대한 원망이 봇물 터지 듯 한다.

지난 여름휴가에 아내와 아들은 집에 있고,사위가 중학생 딸 데리고 외국여행을 다녀왔단다.

아들은 자기자식 아닌듯이 그럴수가 있냐고...

어찌 편하게 해마다 여행 다니냐고...

 

손자가 4~5살무렵이었던가?

사위가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어,가족이 다같이 갈 계획이었는데,

딸이 젖먹와 큰애들 데리고 외국에서 힘들거라고,

큰애는 친정엄마에게 맡겨놓고 가라고,좀 적응이 되면 데리고 가라고,강력하게 주장했던 모양이었다. 

엄마 떨어져서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까~

아이가 얼마나 크게 상처 받았을까~

6개월 지나서 아이를 미국으로 보냈단다.

외할머니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 또 이별을 했으니...

낯선곳에 간 외손자의 눈에는, 아빠와 엄마 어린 동생만 한가족으로 보였을 게다.

물위에 기름 같은 느낌으로 한동안 많이 외로웠을 듯.

그 아픔과 외로움을 어린시절에 터뜨려서 다 풀고 지나갔어야 하는건데,

속깊은 곳에 고여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내짐작을 언니에게 표현은 못하고,

상담은 받아봤냐고 물었더니,

2년동안 실력있다고 소문난 심리상담사,전문의는 다 찾아가봤단다.

 

영어 특기생으로 수시로 합격한 곳이 있으니,

이제 대학생이 되면 달라질 꺼라고,걱정 하시지 말라고, 위로를 드렸다.

 

칠십이 넘어도,

딸이 얼마나 속상할까~ 밤잠을 설치게 되는 게,

엄마 마음이다.  

 

 

  • sellad (세래드)2017.11.25 10:48 신고

    제가 지금 가르치는 학생 중에도 영어 특기생 수시가 있는데 이번학기 마치고 뉴욕 주립대로 편입이 됬습니다.
    본인은 욕심이 더 생겨서 아이비리그로 한 번 더 도전 한답니다.
    그런 경우도 이야기 해주시면 좀 위로가 될 듯 해서요!^^ [비밀댓글]

    답글
    • 그레이스2017.11.25 12:06

      고맙습니다~ 세래드님.
      오늘 만나서 꼭 이야기 할게요.
      큰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되겠어요. [비밀댓글]

  • 키미2017.11.25 14:15 신고

    큰댁의 막내가 재수해서 수능을 봤어요.
    부담스러울까 묻지도 못하고 있다가 단체카톡방에 어땠냐고 올렸더니
    맏이가 삼수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하더라며 전략을 잘 짜면 된다고 하네요.
    작년에 수시로 된 대학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재수하더니
    서울대 간 같은 학교 친구를 멘토 삼아 열심히 했습니다.
    학원에 안 가고 독서실만 다녔는데, 어찌나 진득하니 집중력이 뛰어난지
    전 볼 때마다 감탄했어요.
    그런데 아주버님과는 영 진로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아 서먹하게 지냅니다.
    이상하게 아빠들은 아들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딸들은 아빠가 불쌍하고 안 되었다고 하면서 썰렁한 농담에도 웃어주지만
    아들은 어릴 땐 그렇게 아빠와 친하더니 커서는 영 어색하네요.
    형님은 아들의 입장에서 아빠가 변해야 된다고 말씀하시고
    저나 남편은 아이들이 그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7.11.25 19:17

      재수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군요.
      작은아버지도 숙모님도 많이 기쁘시겠어요.

      위의 글에 나오는 학생은 내신성적이 나쁘고 수능공부도 전혀 안해서 재수도 할 수없는 상황입디다.
      (1학년때는 성적이 좋았는데,2,3학년때 너무 못해서 평균하니까 4등급 나왔대요)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영어 특기생으로 수시에 합격한 대학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운동가서 만나서,
      입학해서 다니다가,
      미국의 대학으로 편입시험을 치는 방법도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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