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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어느 쓸쓸한 엄마의 사연.

by 그레이스 ~ 2018. 3. 21.


아침 6시에 긴급 재난문자 알림에 눈이 떠졌다.

금일 일부 지역 강설로 인하여 교통통제중이오니

대중교통이용및 안전사고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안전안내문자가 왔네.

부산에, 그것도 3월 하순에 눈이 많이 와서 교통통제가 되다니~!!!

(우리동네도 제법 많은 눈이 오더니,1시부터는 비가되어 내린다)


굳이 눈오고 바람부는 날 병원 갈 필요가 없겠다고 진료의뢰서는 내일 가기로 마음을 바꾸고,

남편과 차마시는 중에 10시쯤 작은며느리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에서 수술을 한 이후에,

입원실에 있는동안 아버지께서 간병인으로 계시면

아버지 성격 때문에 어머니가 불편해서 안된다고(작은아들의 표현) 간병인을 따로 구하고,

아버지는 작은아들집에 계시면서 하루에 한번씩 다녀가시는 게 좋겠다고,

아들과 며느리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며느리가 매일 운전해서 아버지 모시고 병실에 가겠다고 하네.

마음 써 줘서 고맙다고 하고,

일단 수술날짜가 결정되면 다른 문제는 천천히 의논하자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남편과 얘기하면서...

남들은 수술을 앞두고 혹시나 잘못 될까봐 걱정도 되고, 우울하다고 하는데,

나는 매사 긍정적이어서 고민이 없다고, 그게 참 다행이라고 했다.


올해 칠십이 된 어느 엄마가,

살아 온 날들을 되집어 보면서,오만가지 생각으로 괴롭고 쓸쓸한 맘을 털어놓은 글을 읽었다.

아들 둘 정성을 다해 키웠고,금전적으로도 부모로써 할만큼 다 했는데,

아들도 며느리도, 신혼초에는 자주 전화하고 2주일에 한번씩 다녀가더니,

점점 멀어져서 이제는

몇달에 한 번 안부전화를 할 정도로 멀어졌고,

일년중에 명절에 한 번 오고 부모 생신에만 연락을 한다고.

좋은 시어머니 노릇하느라,서운한 게 있어도 내색없이 지내왔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말없이 조용히 지냈던 게,사람도 정도 다 잃은 게 아닌가~ 생각된단다.

이따금 새벽에 일어나,

아들에 대한 서운함에,

분노가 치밀었다가 가슴을 휘집어놓고 지나가는 쓸쓸함으로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다.


그 글을 읽고,

많은 엄마들이 자기 글인가 착각이 든다면서,나도 똑같은 심정이라고 공감을 하더라.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결혼한 자식은 그들의 삶을 살도록 내인생에서 분리하고,

내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아야한다며,

자식에게 위로와 보상을 받으려고 하면 불행한 노인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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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어린시절, 혹은 젊은시절 때문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젖먹이 아기가 배부르게 엄마젖을 먹고나면,

엄마가 옆에 없어도 찾지않고 잘 논다.

또 갈증을 느낄 때가 아니면 물병에 가득 물이 있어도 그걸 마시고 싶은 욕구가 안생긴다.

(반대로 심한 갈증을 경험한 사람은 목마름이 없어도 물을 계속 쌓아두려고 하겠지)

채워지지 않았던 그 부족함 때문에

점점 나이들면서 자식에게 애정의 갈증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자녀를 키우면서,

사랑받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편애없이 골고루 사랑을 쏟아야 겠다.

그 결핍을 모두 덮을 수 있을만큼,

젊은시절부터 남편의 사랑을 듬북 받았다면 갈증이 해소되었을텐데...


부모에게는 의무를 다하고, 자식에게는 대접 못받는...

우리들, 끼인 세대가 겪는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