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기전에,
내 말이 듣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들릴까를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보니,어떤 단어로 표현할지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다른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엄마에게는 쉽게 짜증을 부리고,화를 내고 감정폭발을 해도,엄마가 다 받아줘서
결혼한 이후에도, 화가나면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리면서 감정표현을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하더라
나이가 많아져서는 딸에게 구구절절 하소연하고 푸념하고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딸은 꼭 있어야 된단다)
나는 가족중 누구에게도 한번도 그렇게 해 본적이 없어서,
당혹스럽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는
할머니집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일곱살 봄에 엄마 아버지가 계시는 우리집으로 왔을 때,
한달쯤 지나니 할매가 보고싶어 눈물이 나는데,
어린 맘에도, 그 걸 엄마가 보면 서운할 것 같아서 집뒤 구석진 곳에 가서 혼자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일곱살 어린 나이에도 엄마가 서운할까~, 할매가 서운할까~,
내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어른들이 마음 상할까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게 몸에 익숙해서,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했고(내가 양보하는 편이어서 싸움을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결혼후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순간적으로 욱하는 성격에는,
직선적으로 나쁘다거나 남편이 틀렸다는 말을 하면 안된다.
수술이후 한달이 넘게 부엌살림을 맡아서 고생하는 남편에게,
내맘에 안드는 일을 지적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고구마를 한냄비 삶아놓고,또 단호박도 쪄놨길래,
나는 고구마도 몇개만 삶고,또 고구마를 삶았으면 단호박은 다른 날 쪄서 먹는다고 했더니,
"나는.... 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했지?" 라고 발끈하신다.
명훈이도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거 고치라고 했었잖아? 라고 덧붙이면서.
"명훈이가 지적한 포인트는,
엄마는, 대화의 마지막에 "나는... " 이라고,자기자랑을 넣는다고 지적한 것이고,"
"당신에게 말한 "나는..." 은,
차마 그렇게 하지말라고 할 수가 없어서 소심한 반항을 하는 거예요."
라고 했더니,
맘에 안들어도 속으로만 생각하란다.
한번 쪄놓은 고구마와 단호박이 많아서 며칠이 지나도 어쩔수 없다.
생선찌게를 큰냄비 가득 해놔도,
돼지고기를 볶으면서 카레를 넣어 이상한 음식을 만들어 놔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내색하기가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서,
한달동안 아구찜 한 번,김밥 한 번 사달라고 했던 게 전부다.
생선초밥이 먹고싶다고 사오라고 부탁했으면,
기꺼이 사다주셨을텐데, 차마 그 말을 못하겠더라구.
남편에게 구박받는 처지도 아닌데... 참...
어제 지인들과 젠스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본 음식 전에 나오는 음식은 다른 곳과 같고,
스시는 밥을 아주 조금씩 넣었다.
성게알 가득 담은 스시.
청어알 날치알 스시는 그릇을 돌려서 찍었어야 제대로 보일텐데,계란찜이 가려버렸다.
참치 붉은 뱃살을 다져서 밥위에 올린 초밥.
초밥 다음으로 새우튀김이 나왔고,
그다음 우동이 나왔으나 이미 배가 불러서 국물만 조금 마셨다.
후식으로는 직접 만든 요깡과 과일 한 조각.
수술이후 식당에 처음 가는 거라서
허리를 받쳐 줄 방석을 들고 가서 의자에 놓고 앉았다.
당분간은 들고다녀야 하는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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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님의 성품이십니다.
답글
그러시다보면 스트레스도 좀 있지 않으시나요?
저는 남편은 세상 순하게 생기고 말도 조근조근하는 편이라
사람들이 전부 저더러 꽉 잡고 살지 않냐고 해요.
제가 좀 강하게 생긴 편이라..
실상은 고집이 엄청 센 남편에게 거의 맞춰주는데 말입니다.
예전에 저도 외할머니댁에서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지냈는데
학교 입학한다고 집에 와서는 엄마를 못 알아봤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먹고 살기 힘들때라 그러려니 하셨겠지만
나중에도 저는 만만하지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제 여동생은 뭘 사달라고 조르면 애교를 부려서라도 얻어내는데
전 한 번 안 된다고 하면 알았다고 다시는 말을 안해서 냉정하다고 했지요.
딸이 있으면 엄마는 위안이 많이 된다고 하시던데..
그레이스님 두 아드님은 보통 아드님들과는 달라서 괜찮습니다.
우리나라의 보통 아드님들은 결혼하면 다 해외동포라고 합니다.ㅎㅎ-
그레이스2018.05.27 22:09
나는 어른이 되고 나이가 많아진 후에는 강한 성격이 생겼는데,
스무살까지는 유순하고 시키는데로 잘해서 엄마에게 제일 편한 자식이었어요.
오히려 여동생은 고집도 세고 자기 하고싶은 말을 하는 편이어서,엄마가 속상하다고 푸념도 하셨어요
남편이 나보다 다섯살이나 많으니까,
(두살 위의 오빠에게도 고분고분했으니)처음부터 윗사람으로 생각하고 내가 맞추는 편이었어요.
이렇게 잘하는 게 진심인가 가식인가 남편이 의심을 할 정도로요.
이제와서 가끔 반격을 하면,
날더러 변했다면서 남편이 너무나 서운하다고 하네요.
당신은 그러는 사람이 아니잖아 하면서요.
그래서 양보를 하는 게 속편해요.
나는 만약에 딸이 있었더라도,
이런 저런 하소연해서 딸을 부담스럽게는 안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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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답글
그레이스님 같은 분이 엄마나 언니였음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분이네요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으려나...
저도 철이 일찍 들어 혼자 삭히고 감내하고...
허리는 많이 좋아지신 듯하여 참 다행입니다
그래도 절대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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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8.05.28 11:27
육십세 넘은 여동생이, 엄마 같은 언니라고 했어요
가정환경탓이 큰 몫을 했습니다
엄마가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으니
동생들에게 연민이 많았거던요
타고난 성격에 환경까지 더해서
점점 더 달라졌을 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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