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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담갔다 건지기.

by 그레이스 ~ 2018. 8. 18.

아침에 일어나서 블로그를 보고 나면,

네이버 뉴스에 들어가서,

각 신문사 내용 중에 오피니언 카테고리를 클릭하고,

오늘의 칼럼 전체보기를 펼쳐서 본다.

오늘  읽은 글 중에, 인용하고 싶은 글을 가져왔다.

지난주 형제 카톡방에서 있었던 일과 연관이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인터뷰한 책.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문학동네)라는 책에서,

하루키는 창작의 비밀 하나를 공개하는데,

어떤 하나의 원석 같은 이야기를 의식의 표면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 깊은 지하까지 푹 담갔다가 건지지 않고

처음 상태 그대로 문장을 만들면 울림이 얕다는 게 하루키의 주장이다.

소설만 그럴까요?

why? 는 커버스토리로 늘 긴 인터뷰를 싣습니다.

200자 원고지로 길면 50장, 짧을 때는 30장.

적지 않은 독자가 신문에 실리는 인터뷰는 상대방의 말을 100% 그대로 옮겼을 거라고 오해합니다.

그럴 리가 없죠.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조리 있게 말을 잘 못하며,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일관되지도 논리적이지도 못합니다.

............................................

칼럼은,

사실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빼거나 더하지 않고,

상대방을 돋보이게 만드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재구성된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독자를 상대로 글을 쓰는 게 아닐지라도,

사소하게 부부나 부모 자식,

형제자매간에 말을 할 때도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면,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한번 담갔다가 꺼내는 방식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성의 영역인 머리를 한번 거쳐서,

상대방이 듣기 좋은 문장으로 바꾸어 질문하고,

내 의견을 전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10일 전쯤 형제 카톡방에,

형님의 휴대폰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이 누구냐고?

형제가 아닌 사람이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고 글을 쓰냐고... 항의가 있었다.

막내의 일본 여행 글을

과거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공개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소감을 남겨줘서,

오빠가 그 내용을 복사해서 올려놓으니,

형의 휴대폰으로 누군가가 계속 글을 쓴다고  남동생이 착각을 했던 모양이다.

오빠가, 초기에 다른 사람들의 소감을 소개한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진즉에 지나가버려서 잊어버린 듯.  

여동생의 한마디와  남동생의 답글, 오빠의  설명이 다시 이어졌었다.

허물이 없는 형제간이라도 약간의  서운함이라도 남을까 봐,

큰 남동생과,

오빠와,

여동생과,

차례로 통화를 했다.

 

나이 60이 넘으면,

듣는 사람이 기분 좋게 말하는 법이 이미 터득이 되었을 텐데... 쟤는 그게 왜 안될까요?

오빠,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했더니,

네가 왜 사과를  하냐고?

서운한 마음 없다고, 괜찮다고 하면서,

그러게 60이 넘었는데 그게 왜  안될까~ , 오빠도 반문하면서 같이 웃었다.

 

큰 남동생 편에서 변명을 하자면,

가장 활발했을 30대 40대 시절에,

본능적 감각에 따라 취재를 하고,

촌각을 다투는 기사를 썼던 게 몸에 베여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동시에 바로 반응이 나오는... 기자의 습관일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  이후  오랫동안 대학교수로 있다가 8월에 정년퇴직했다)

 

  • 네...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제 경우엔 문장이 떠오르면 밤새도록 고민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써 보는데,
    대부분 그런 문장들은 괜찮습니다.
    남에게 들은 간접경험도 사실 양해를 얻고 써야하는데
    요즘은 남이 쓴 글들을 꼭 자기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씁니다.
    인터넷에선 흔히 있는 일이고
    예전에 시화전을 하는데,
    어떤 모르는 사람이 자기 시라고 사진을 찍는 걸 봤습니다.
    그걸 어디다 쓰는 걸까요. 참...
    일일히 다 이야기할 수도 없고.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요.

    저도 좀 걸르지 않고 말하는 편입니다.
    많이 반성하고, 결심하고, 실천하고..
    그래도 때때로 불쑥 드는 생각.
    "왜 나만??" ㅎㅎ

    • 그레이스2018.08.19 12:42

      키미님은 소설가이시니,
      하루키의 글에 더 공감되겠어요.
      요즘은 남의 글을 자기 것인양 아무렇지 않게 쓴다는 말에,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내 블로그의 글을 그대로 가져가서 자기 글인양 올려놨더라구요.
      내가 글 주인이라고 삭제하라고 댓글을 썼더니,다음날 삭제했습디다.

      남동생이
      형 이름으로 매일 소감을 쓰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형제카톡방에 왜 다른사람이 글을 쓰냐고 항의를 했으니...
      오빠가 사유를 설명했습니다만,
      겉으로 화를 안내는 사람의 특징중에 하나가
      서운한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편이라서,혹시나 오빠가 서운했을까봐
      전화를 해서 대신 사과를 했어요.

      남편에게도,
      어떤 단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듣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나서 말하게 됩니다.
      계란을 많이 삶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수고하셨다고 먼저 말하고,한번 먹을만큼 삶으면 더 좋겠다고... 눈치를 보면서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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