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반짝 해가 나더니,
드디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세차게 내리는 비.
며칠 전 태풍이 올라온다고 걱정했더니
남편의 대답이,
바람 피해는 없을 거라고,
고기압이 머물 때 태풍이 올라오면 바람의 강도가 더 강해지지만,
지금은 장마중이라서 올라오는 태풍이 저기압과 합쳐져서 바람은 없고 엄청난 비를 뿌릴 거라고 하더니,
남편의 예측대로 강한 바람없이 비가 쏟아진다.
오늘 외출을 접어야 하나...생각 중이다.
내가 가입한 카페가 2개인데,
하나는 유럽에 사는 젊은 주부들이 대부분인 미씨 유럽 카페이고,
하나는 시어머니들의 지혜와 하소연과 생각들을 읽을 수 있는 카페다.
두 카페의 절묘한 조화가 자칫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판단의 중심을 잡게 해 준다.
최근 며느리가 쌀쌀맞다고,
딸같이 다정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며느리를 바라는 어느 시어머니의 글에,
그런 바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길게 글을 썼다가 지웠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없다. 그런 기대를 버려라, 는
상투적인 내용이 아니라,
며느리는 물론,
내가 낳은 딸에게도 그런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딸에게 처럼 온갖 하소연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다는 심정.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순간들.
시어머니와 시댁 때문에 고생했던 일들.
젊은 시절 중재 역할을 못해줬던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분노.
마음을 터놓고 말하고 싶고, 그 말을 들어줄 대상이 필요하다는 딸이 없는 엄마들.
과연,
딸들은 엄마의 하소연과 푸념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엄마가 안쓰럽고, 애틋하고,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벗어나고 싶은 끔찍한 굴레라고도 말한다.
엄마의 푸념을 들으면서 컸던 딸들.
수시로 하소연을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지, 얼마나 속상한지... 푸념을 늘어놓았던 그 엄마는
딸의 심정을 상상이나 해봤을까?
딸에게 정신적인 괴로움과 부담을 주는 일.
친정엄마든,
시엄마든,
제발 그런 하소연은 안 했으면 좋겠다.
함께 외출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전람회도 가고, 영화관도 가고... 며느리와 데이트하면서
다정한 사이로 지내고 싶다면,
아들 부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고, 어른이 먼저 예의를 차려야 한다.
서서히 신뢰가 쌓여
시어머니를 멀리하고 싶은 마음의 벽이 없어져야
그런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
제 여동생의 며느리가 얼마전 둘째를 낳아서 여동생이 쉬는 날 큰 애를 보살피려 갔다가
이틀을 파김치가 되어 와서 했던 말이 있어요.
친정어머니가 딸과 사위를 얼마나 극진히 대접하는지 자기가 볼 때
며느리를 일을 시키면 안되겠더라고 합니다.
안사돈이 내 아들까지 저렇게 잘 해주는데, 그 딸을 내가 일 시키면 되겠냐고..
서운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이제 그런 생각 안해야 되겠다고 하면서
아무리 사위가 장모에게 다정하고, 집안 일도 잘 하고, 아이들도 잘 봐주지만
자기 딸만 하겠냐고 말입니다.
아직도 많은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들이 왜 자신을 몰라주냐고,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하고 하소연을 합니다.
적당한 거리라는 것을 인정을 못하는 거죠.-
그레이스2018.07.03 12:07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왜 내맘을 몰라주느냐고...
몇년 전 어느 시어머니가
새며느리를 맞이하고는 딸같은 사이가 되고싶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점심먹자 하고,
만날때마다 며느리에게 옷이나 소품을 선물을 하고...
자기가 생각하기엔 최고의 시어머니였대요.
하지만 며느리는 그게 점점 싫어서 시엄마를 피하게 되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같이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었고,
시어머니 취향대로 고른 선물도 하나도 맘에 안들어서 싫었다고요.
받는 사람이 불편한 친절은
안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가져왔어요.
아들이든,딸이든 결혼을 했으면
살림살이에 참견하지도 말고,
지나친 관심도 갖지 말고,
잠자코 지켜봐 주는 기간이 필요합디다.
설령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내색하지 말고요.
며느리를 내자식이다~ 하고,시엄마의 울타리안에 넣으려고 하니까,
갈등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미 세상이 달라졌는데,왜 30~40년 전 생각을 바꾸지 못할까요.
생각해보면,
우리들도 시어머니의 딸이 되어드린 적이 없었잖아요.
끊임없는 요구에도,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했을 뿐.
나는 시어머니에게 그립고 애틋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진 기억이 없어요.
-
-
어제 세명의
낙농업을 하고사는친구들이 모여서
나눈이야기도
그런 내용이었어요
시모의 마음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며느리가 좋게 받아들이지 않음 고행이고 고문이라구요
딸이던 ㅏ들이던
혼인시켰으면
그들싦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바램을 갖지말구 사는시대에 살고 있는듯 싶습니다-
그레이스2018.07.03 13:28
지나친 기대를 하니,
며느리가 그 기대치에 어긋나면, 섭섭하고 괘심해서 마음이 상하고,
또 며느리도 상처받아서 불만을 남편에게 쏟아내고...
결국에는 아들도 며느리도 엄마를 멀리하는 일이 벌어지네요.
어느 엄마는,
주는 쪽에서는 기쁜마음으로 갖가지 반찬을 만들어서 차에 싣고 갔더니,
아들이 왜 물어보지도 않고 가져왔냐고 싫은 내색을 하더랍니다.
엄마는 서운해서 아들에게 퍼붓고 그대로 돌아오면서 펑펑 울었다고 합디다.
먼저 며느리에게 원하는 반찬이 있는지,
어느 날 방문해도 되는지,
사전에 물어보고 갔어야 하는데,
집앞에서 전해주고 올려고 했더라도,
불쑥 찾아간 게 잘못이라고 다들 시엄마의 부주의를 지적합디다.
딸네집이라도 그러면 안된다고요.
자식도 성인이 되면,
예의를 갖추고
어려워하는 마음도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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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다 맞는 말씀,
엄마의 푸념을 다 들어줘야 하는 딸도
위로는 가끔 할수 있겠지만 딸도
힘들때 있다는것을
그 이야기 들어주다보니..
결혼도 싫어졌다는 이야기
바로 제 친구 이야기 랍니다
나도 울딸에게 많이 이야기 하는편이라
조심해야겠어요-
그레이스2018.07.03 16:58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그런 엄마가 의외로 많습디다.
부부싸움을 하면 그때마다 딸에게 전화해서 재판관을 시키는 친정엄마도 있어요.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주고나면,
또 아버지의 전화를 받아 억울함을 들어드리고 위로하고...
딸은 비명을 지르고싶은 심정이더라구요.
딸이 없어서 아쉽다는 시엄마들.
딸같은 며느리를 원한다는 시엄마들.
오손도손 이야기하고,같이 여행하고,또 목욕탕에도 같이가고...즐거운 상상만 합니다.
딸을 위해서 희생할 준비가 되었다거나,
직장 다니는 딸에게 도움이 되려고
살림을 대신 살아주고 손주를 키워주느라,개인생활을 포기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자기가 받고싶은 것만 욕심내니,
알고보면 지독한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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