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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by 그레이스 ~ 2018. 12. 7.



작은아들이 살고있는 집에서 이사를 해야된다고,

제주도로 근무지를 옮겼던 집주인이 내년 2월에 돌아온다고 집을 비워야 한단다.

아마도 4년은 살 수있을 줄 알았는데, 2년만에 또 이사를 해야하니,

심란하고 복잡하다.

첫째는 수지에서 판교로 옮길 것인가.

몇평대로 구할 것인가.

지난 일주일간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더니,

차라리 집을 사는 건 어떻겠냐고 묻는다.

매물로 나온 집을 가서 보고와서 거의 90%는 살 의향이라며,

아버지께도 나에게도 전화를 했었다.

아버지는 사는 것에 찬성.

나는 반대를 하고, 그 이유를 설명했었다.

아들의 생각이 몇번이나 바뀌는 것을, 들어주고 내 의견도 말하면서,

우리부부가 아들에게 삶의 방식까지도 물려주었구나~ 탄식(?)을 했다.

최종적으로 사는 건 포기하고,

그 동네에서 큰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는 의견을 듣고,

니 생각을 들어보니,

과연 우리 아들이구나 싶다고...

닮지 말아야 할,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 그대로 너도 똑같은 선택을 하는구나 하고는 웃었다.


가난해서 방 한칸 얻을 돈도 없었던 신혼부부에게

사택은 꿈의 보금자리나 다름없었다.

직급이 올라가면 점점 평수가 넓은 사택이 제공되었고,

외국 주재원으로 나갔을 때는 주택수당이 따로 나와서 불편없이 살았었다.

귀국해서도 사택에서 살다가,

큰애가 중학생이 된 그해에 시내로 이사를 했는데,

처음으로 내집을 사서 이사한 아파트가 54평이었다.

그 아파트에서 6년을 살다가,둘째 입시를 위해 서울 대치동으로 이사를 했었다.

둘째가 대학 입학한  1997년 봄에,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외국회사와 파트너로 일하게 되면서,

집에서 사무실로 쓸 방도 필요하다고 46평에서 65평으로 전세로 옮겼다.

미도아파트 65평 전세 가격이 은마아파트 매매가격과 같았다.

누가 봐도 그 금액으로 집을 안사고 큰 아파트 전세를 사는 건 미친짓이라고 했었다.

남편은 작은 집에서 불편하게 살면서 재산을 불리는 것보다

손해를 보더라도 큰 집에서 편하게 살겠다는 뜻이었다.

99년도 부산으로 이사 올 때는,

미도아파트 34평 전세 얻을 돈으로 주공아파트 사는 게 재개발하면 훨씬 이익이라고

주변에서 그렇게나 권하는데도,

낡고 비좁아서 싫다며, 대학생 두 아들에게, 미도 34평 전세를 얻어주고 내려왔었다.

몇년후에 재개발된 주공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는지는 말 안해도 다 아는 사실이다.


출퇴근 30분 이상 더 걸리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판교의 30평대 아파트보다,

수지의 60평대 아파트에 살겠다고 최종 결정을 한 아들을 보고,

우리가 그렇게 살아서

그 영향으로 니도 똑같은 선택을 하는구나~ 했었다.


며느리에게 다시 전화해서

우리부부가 살아 온 여정을 쭉 들려주고,

아버지는 너무 가난한집 장남으로 결핍에 찌들어 살아서

그 원풀이를 하는 심정으로 번듯하게(뽀대나게) 살고싶어 하셨다.

비싼 전세보다 작은 집을 사자고 애원을 해봐도 고집 센 아버지를 꺾을 수가 없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았으면,

재산을 많이 불려서 아들 둘 집 한채씩 사줬을텐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큰집에서 살게되면,

가구도 집에 맞춰 사야되고 인테리어 비용도,품위유지 생활비도 훨씬 많이 들더라.

너희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살면,

하윤이 하영이도 부모의 삶의 방식을 닮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잘 생각해서 절충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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