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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의 마음.

by 그레이스 ~ 2018. 12. 14.

 

어제 아침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연을 읽고,

남편에게 그 사연을 전하다가,

눈물이 왈칵,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중간중간 끊어졌다.

 

한국에서 유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 최고의 대학으로 유학을 간 아들.

(신문에도 났었던 아이라서 사연을 옮기기가 조심스럽다)

대학 기숙사에서

2학년이었던 한국학생이 자살한 사건.(2년 전 12월에 )

대학에서도 조사를 해봤으나 마약과 음주의 흔적이 전혀 없는 걸로 보아

학업 스트레스가 컸던 게 이유일 거라고 추측만 했었다고.

 

그 학생의 엄마가

우연히 교내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한 걸 알고,

큰아들한테,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 한국학생인 것 같아서 문자를 보낸다고...

ㅇㅇㅇ 엄마라고.

그냥 아이의 얘기를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말 걸어본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라네.

 

이댁 큰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라서

한글을 읽는 건 문제가 없으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건 부족해서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느라

죽은 학생 엄마가 보낸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더란다.

메시지 내용에 처연함과 허망함이 느껴져서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글이다.

 

하루종일,

집에서도, 운동하러 가서도,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가 떠올라서 집중이 안 되는 하루였다.

대학 2학년이면, 스무 살이나 스무한 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최고의 성적을 유지했을 그 아이.

스스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을 테니,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

아직 어린 나이에

멀리 남의 나라에서, 혼자서 얼마나 고민하다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 엄마는 이제 어찌 사나...

 

 

아이가 잘할수록,

재능이 뛰어난 아이일수록,

실패했을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좌절을 감당해 내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어느 집 아빠가 고등학생 딸에게

만약에 만약에 나쁜 놈에게 강간을 당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그 건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어떤 나쁜 상황이 생기더라도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마라

건강하게 살아있는 자체가 효도라고,

딸에게 말했다는 게 생각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정을 추슬러서, 그 지점에서 차선책을 생각하는...

자녀에게, 그런 정신적인 훈련을 시켜야겠다.

 

 

  • 파란무지개2018.12.14 09:29 신고

    아는 내용 이여서 글 남깁니다. 저도 이 학생이 그렇게 된 사실에 넘 놀랐어요.모 종편 티비프로그램에 두달정도 나왔어요. 말도 잘 하고 훈남에다 인성도 좋았구요 자기주관도 있고, 특히 마음이 참 따뜻한 학생이었어요. 티비보면서 저런 아이 키우는 엄마는 넘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생이 완벽했어요 .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 학생입니다.고등학교때 대한민국인재상도 받았더라구요. 또래패널이나 사회자분도 이 학생을 특히 넘 좋아했어요.수재들만 모인 고등학교때도 학교에서 인기도 엄청 난 학생이여서 요즘 애들 표현으로 하면 핵인싸인 학생인데 저렇게 되서 이 학생이 속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던것은 아닐까 생각들어요.어떤 좌절이 이 학생을 힘들게 했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 그레이스2018.12.14 10:19

      그렇게 뛰어난 아이일수록,
      모든 분야에서 특별하고 누구에게나 칭찬 받는 아이일수록,
      작은 실수도 안하려고 자기 단속이 심했을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성장과정에서 한번쯤은 슬럼프를 겪고 이겨내는 경험이 있었다면,
      좌절을 마주하는 순간,숨쉬기가 한결 쉽지 않았을까요.

      미국 사는 지인의 아들도,
      중고등학교 시절,최고의 과정만 거쳐서 대학에 들어 가서,
      엄마의 심정에 더욱 절절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듯 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직장생활중에
      혹여 실패를 경험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넘어져 무릎이 까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달릴 수 있는 마음가짐을
      부모가 가르쳐야 되겠어요.

      그레이스2018.12.14 14:30

      사연의 주인공처럼
      한번도 부모를 실망 시킨적이 없고,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던 아이가
      외국에서 다시는 볼 수없는 곳으로 떠나버렸으니...
      위의 댓글에서 보듯이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동급생 친구들이 누구나 좋아했다면,
      인성이 반듯하고, 마음이 따듯한 아이였겠지요.
      고등학생때 대한민국 인재상도 받았을 정도이니 재능도 뛰어났겠고요.
      그런 아이라서,
      부모나 학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뛰어나게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웠겠어요.

      생각할수록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 소나무32018.12.14 10:10 신고

    하바드에 입학한 한국학생들중 30%도 안 되는 인원만 졸업한답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뛰어나도 미국식교육에 따라가기 힘들어서지요. 예전에 카이스트 학생들도 여러명 자살했는데 꼭대기에 있던 사람일수록 아래로 추락할때 더 아프겠지요.
    제 친구딸이 미국 사립 음악고등학교에 다녔는데 많은 주위 한국 여학생들이 한국 의사에게 정신과치료를 받더래요. 한국의 높은 교육열 뒤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같아요.

    • 그레이스2018.12.14 15:04

      우리집 큰아들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병역 36개월을 마친후에 유학을 갔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유학을 간 학생들과 비교해서 어른이 된 이후라고 볼 수 있겠어요.
      19세에 대학입학이니 유학을 갈때는 24세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나이에도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합디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
      국비유학생들은,
      대부분 죽기살기로 공부에만 매달리는데,
      미국에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온 학생들은 잘하는 운동 한두가지씩 있고,
      악기도 하나씩은 연주를 할 수준이 되고,
      그렇게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성적도 우수하니...
      증고등학생때 체력을 길러놓지 않아서,
      우선 체력적으로 한국학생들은 딸리니까,
      그렇게 주말에 뛰고 놀고나면 몸살을 할 만큼 지쳐서 공부를 감당할 수 없고,
      공부에만 매달리면,
      미국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재가 될 수 없고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한국학생들은 우수한 동료들을 경쟁대상(적)으로 생각해서
      친해질려는 생각을 안하더라는 거죠.
      고민이 생겨도 마음을 터놓고 의논할 대상이 없겠지요.
      그게...
      부모의 책임이 큽니다.
      자라면서 1등만 요구했고,(겉으로는 아닐지라도 속으로는 원했으니)
      학교에서 1등이면,그다음에는 전국 1등이 되기를 바라고...
      무언중에 너는 수재다, 특별한 천재다
      그런 암시를 주었으니까요.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뛰어난 수재다.
      그런 마인드로는 친구를 사귈 수가 없다고 합디다.
      친구가 잘했을 때
      나보다 뛰어난 점을 인정하고 박수 쳐주는 게 안되더라면서요.
      그런 마음을 버리는데 1년 이상 걸렸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아이들이,
      대학 가서 겪는 갈등의 가장 큰 이유가
      친구를 꺾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끝없이 경쟁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니... 하루 하루 견디기가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최고의 자리
      1등하더라도 그 자리를 언제 빼앗길까봐 불안하겠지요.

      지금의 고통이
      내 아이에게 행복을 보장할까~
      10년후에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만족스럽다고 할까~
      수시로 아이와 대화해야 할 문제입니다.

  • 키미2018.12.14 15:20 신고

    수업시간에 영 말이 없고 항상 구석에 앉는 학생이 있는데, 기말레포트를 내지 않아 전화를 했습니다.
    우수한 학교가 아니라는 자괴감이 많이 드는 아이들이라 안쓰럽기도 하고요.
    그 학생이 메일로 감사인사를 전해왔어요. 자기는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 준 선생님이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잘 해준 것도 아니고, 수업시간에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주고, 앞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레포트를 내야 학점이 나간다고 채근했는데.
    그 아이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선생님들이 관심이 있다고 하네요.
    글솜씨가 있어서 꾸준히 써보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외롭습니다.
    혼자서 게임을 하고, 혼자 다니고, 그러다가 친구들이랑 만나면 대화 속에 욕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안됩니다.
    단체방인 인터넷 상에서도 욕을 무심코 합니다.
    어른들이 정말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어른들이 짜 놓은 그물에 아이들이 허우적 거립니다.

    • 그레이스2018.12.14 15:30
      친구 하나가,
      대학 1학년 첫학기가 끝나고 자살했어요.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고등학교 3년동안 준비를 했는데,
      엄마의 설득으로 교육대학을 갔어요.
      본인이 원했던 진로가 아니니,
      실망을 넘어서 우울증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주위에서는 말이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본인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던 거였어요.
      소식을 듣고,
      늦게야 집에 찾아가서 엄마를 뵈었는데,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히 생각나네요.
      서울로,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가서 프랑스로 유학을 갔었더라면...
      그 걸 내가 막았다고 후회하시는...
  • FERMATA2018.12.14 22:27 신고

    안타까운 사연이네요.ㅠㅠ
    대학생 중 A+가 아니면 강박증세로 수강 취소를 해버리는 학생이 있어요. 매번 전공 과목은 피하고 쉬운 과목만 들으면서 전교 탑만 지키는 아이라 불러서 상담을 해봤어요.
    아버지가 의사이시고 자기는 외고를 나와 약대 시험 준비를 하다가 잘 안된 모양이더라구요.
    인생 길게 보면 실패 근처도 안 간 것인데 툭툭 털고 일어나기가 힘든 것 같더라구요.
    B학점 받는 것이 절대 실패가 아니라고 자연스럽고 보통일이라고 이야기는 해줬고 더 늦은 나이에 실패하느니 젊고 어린 20대 시절의 인생 에피소드가 많은 게 더 값지지 않겠냐고 말을 했습니다만ㅠㅠ 심리적으로 어려워하더라구요.
    내면의 단단함을 쌓도록 저도 저녀를 양육해야겠다 늘 다짐합니다.

    • 그레이스2018.12.15 08:06

      어린 아이에게,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그걸 잘 가르쳐야 하는데 100점을 받은 결과를 칭찬하니까
      쉬운문제만 풀려고 하는 연구사례가 있어요.
      외국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실험했던 사례에요.
      과정을 칭찬한 그룹의 아이들은,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려고 도전하고,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결과를 칭찬한 그룹은
      다음 단계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쉬운 문제만 택하더라고요.
      어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그렇게 달라집디다.
      엄마들은
      초등학교에 다닐때부터 친구와 비교하고 경쟁 시키는 말은 제발 안했으면...
      나도 며느리들에게 당부할 생각이예요.

  • christine2018.12.17 11:25 신고

    멀쩡한아이들을 한쪽으로 몰아부쳐 이도저도 아닌 케이스를 많이보았어용 ㅠㅠㅠ 아이가 원하고 필요해서 시키는게아니라 남들이 하니깐 우리애가 뒤쳐지는게 싫고 비교당하기싫은 부모의 욕심과착각이 그리만드는것 같아용

    애가 없었을땐 도대체 엄마들이 왜 저럴까 이해가 안갔지만 옴마가 되어보니 일부 수긍이 가는부분도 있긴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인생에 너무 개입되어서는 안될거 같아용 ㅠㅠ 무엇보다 내아이와 남의아이를 비교하면서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매일하고 살고있네용~

    • 그레이스2018.12.17 16:48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고등학생이 되면,
      엄마가 더 불안하고 초조해서... 점점 강압적으로 변하겠지.
      가정마다 개개인마다 다 달라서,
      어떤 방법이 더 좋을지...자녀교육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서로 감정이 쌓여서,
      부모자식간에 사이가 나빠지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할텐데...

      같이 요가를 하는 회원중에 쌍둥이 아들을 키운 엄마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두 아이를 비교하고,상처줘서
      그게 많이 후회되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지금 몇살이냐고 물으니,
      둘 다 대학 재학중에 입대해서 군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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