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뺨에 주근깨가 많이 있었다.
처음 하나가 생겼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중학생이 된 그 해 봄.
왼쪽 뺨 약간 아랫쪽에 까만 게 생겨서 엄마에게 보였더니
상처가 아니니까 곧 없어지겠지, 하셨다.
왠 걸 두 개 더 생겼고...주근깨의 시작이었다.
한 참 예민할 시기에 얼굴에 주근깨가 생기다니... 끔찍하게 싫었다.
대학생이 된 후,
제일 먼저 한 게 화장이다.
그렇게 시작한 화장이,
점점 실력이 늘어서 완벽하게 커버를 하는 수준이 된 이후로는,
세수만 한 생얼굴은 가족만 알 정도로 철저하게 화장을 하고 다녔다.
결혼을 하고,
아침 일찍 남편이 일어나기 전에 화장을 먼저 하고,
손을 씻고 밥 할 준비를 하는 여자였다.
주근깨 있는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렇게나 열심히 화장하는 줄은 몰랐으리라.
연년생 아들을 키우는 고단한 시기에도,
10년이나 앞집에 살았던 지영이 엄마도 한번도 맨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아침에 화장을 못한 날은,
누가 찾아와 현관문을 두드려도 못들은척, 집에 없는척 문을 안열었다.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근깨가 끔찍이 싫어서 화장으로 감췄다는 걸 주위에서는 아무도 몰랐다.
그냥 화장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성격으로 포장을 했다.
365일 언제나 화장을 하고 있어서,
배우라고 놀리기도 하고,
프랑스에서 지금 막 서울 도착했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는데,
30년 넘게 분장을 하듯이 화장품을 발랐던 사람이
파운데이션도 안바르고 생얼굴로 다니게 된 이유는,
10년 전,
작은아들이 엄마 얼굴의 주근깨를 완벽하게 없애 줘서
나의 가장 큰 컴플렉스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근깨, 기미,노인성 반점,각종 잡티중에 주근깨가 가장 쉽게 없어진단다)
예뻐 보일려고 화장을 한 게 아니라,감추려고 화장을 했으니,
얼굴이 깨끗해져서,더 이상 화장에 집착할 이유가 없었다.
점점 화장품도 안사게 되고,
있던 것들도 오래돼서 버리게 되니,
이제는 종류별로 화장도구들만 남았다.
40년... 화장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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