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 마시는시간

소감.

by 그레이스 ~ 2018. 12. 29.

남편과 나.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점점 어리석은 모습만 보여줄 것 같다.

지난달에는 세훈이 앞에서.

이번에는 명훈이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상대의 말을 끊고, 끼어들어 대화를 이어가는 해프닝이 연거푸 생겼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길게 말한다고,

서두가 길다고,

요점정리가 안된 설명이라고,

남편은 내가 못마땅하고, 나는 남편이 못마땅하고... 결국 짜증을 내고 언성이 높아졌다.

아들과 남편은,

인류가 몇만 년 전에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고,

뉴질랜드와 호주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이 같은 종족이 아니라든가.

각 대륙별 이동에 대해서... 뭐~ 그런 내용으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래,

그런 이야기는 고만하라고,

나는 명훈이 일상에 대해서 듣고 싶다고... 남편의 말을 중도에서 끊었다. 

남편은, 아들과 내가 주고받는 말을 옆에서 가로채기 하고,

내가 남편을 비난하고.

남편은 나를 비난하고.

명훈이가,

두 분 왜 이러시냐고 해서, 스톱이 되었다.

 

자식은 어른스럽고,

부모는 점점 어리석어지고...

만날 때마다 큰아들에게 감탄하게 된다.

우리는 몰랐던,

큰애가 부모를 걱정했던 마음을 이번에 뒤늦게 알고,

그 속깊은 배려에, 안타깝고 뭉클했다.

 

2.

출산이 두 달 남은 큰며느리. 

임신성 당뇨까지 생겨서 더 힘들 텐데,

쌍둥이가 다투거나,

떼를 쓰는 일이 생겨도 한 번도 화를 내는 적이 없다.

지켜보는 우리가 감탄을 할 정도이다.

늦은 시간에 잠을 안 자고 책을 한 권 더 읽어달라고 요구하니까,

지친 표정이 역력한 중에도, 크게 한숨을 쉬고는 아이가 원하는 데로 해준다.

유라는, 핑크 팽귄이 없어서 졸리는데도 잠을 못 자겠다고 투정인데,

짜증 내지 않고 거실 구석구석 다시 방마다 찾아보고...

며느리가 찾는 걸 보고,

우리도 뒤늦게 알고 사방을 뒤지다가, 부엌 식탁의자 안에서 찾았다.

몸이 힘들고 지치면 아이들 투정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쌍둥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기로 작정을 한 듯이, 큰소리 한 번 안내는 게 지금도 그대로이다.

크리스마스라고,

안방에 예쁘게 포장한 선물상자가 수북이 쌓여있고,

계속 포장을 하는 중이었다.

큰아들이 말하기를,

이미 보낸 선물도 많다고, 준비한 선물이 30개가 훨씬 넘더란다.

일 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지인들 가정의 아이들.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씩 준비하고 다 챙겨서 보내는 그 성의가 놀랍다.

임신한 몸으로 만사가 귀찮을 텐데...

윤호 유라도, 하준이도 아직 어려서 선물을 모른다는 핑계로 준비 안 했는데,

나도 내년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꼭 준비해야겠다.

 

3.

세훈이는 24일에도 밤늦도록 근무를 했고,

25일에도 환자 예약이 되어있다고 출근을 했다.

세훈이에게 진료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서 많이 바쁘단다.

우리가 서울 간 첫날

큰아들 집으로 먼저 갔는데,

미국에서 며느리 친구가 와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다고, 양해를 구하더라.

아무런 신경 쓰지 말고 늦게까지 놀다가 오라고 했었다.

이튿날 아침에 며느리에게 들었던 이야기.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러 세 사람이 모였는데,

그중 한 명이 외모에 엄청 신경을 쓰는 친구여서, 피부과를 주기적으로 다닌단다. 

소문도 빠르고, 새로운 소식에 민감하다고.

최근에 피부과를 바꿨다고,

아주 만족스럽다고 설명을 하는데,

신사역 사거리에서 도산대로... 뉴엘병원이라고 해서,

큰며느리가 놀라서 그 병원에 원장이 두 명일 텐데 하니,

정세훈 원장에게 관리받는다고 하더란다.

깜짝 놀라서 그 의사가 시동생이라고 했단다.

친구들 사이에 실력이 좋다는 소문이 났다니, 그 말이 얼마나 반가운지...

작은아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말부터 전했다.

내년 1월 말에 이사를 하게 되어, 생각지도 못했던 돈이 많이 들게 생겼는데,

12월 매출이 좋다고 해서,

며느리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4.

하윤이 하영이가

선물 받은 박스를 풀어놓고,

레이스를 끼워달라. 리본을 달아달라.

인형 옷을 갈아입히고, 구두를 바꿔 신기려고 하는데, 잘 안 들어간다고 엄마가 도와달라.

양쪽에서 엄마를  부르고,

그 와중에

하준이는 누나들 만드는 옆에서 상자를 당겨서 휘저어 놓으니,

엄마~ 하준이 데려가라고 성화다.

할아버지가 하준이를 안고 가시고...

내가 하영이 도와주고...

우리가 없는 평소에는 아이 셋 돌보려면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내년에 학교 갈 하윤이 공부하는 것도 도와줘야 할 테고...

그렇게나 할 일이 많은 중에,

몸이 얼마나 재빠른지

여기를 치우고, 저기를 정리하고,

쏟아놓은 바닥을 닦고... 잠시도 앉아있지 못한다.

에구~~~

며느리를 쳐다만 봐도 안쓰럽다.

타고난 성격이 깔끔해서, 어질러져 있는 걸 잠시도 못 본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그 자리에서 즉시 치우고 정리한다.

나는...

사방에 어질러놓고, 며칠 그냥 두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다.

허리가 아프지 않았을 때도,

과거 젊은 시절에도,

바닥을 열심히 닦는 건 자신이 있는데, 제자리 찾아서 정리정돈을 하는 건 잘 못했다.

청소를 하고 난 뒤에도

소파에 옷이 걸쳐져 있다거나 식탁 위에 신문이 있다거나...

그러니, 작은아들 집에 갈 때마다

아이 셋 키우는 며느리는 이렇게 깔끔한데, 나도 치우고 살아야지 반성을 하게 된다.

돌아와서는

실천을 안 해서 문제이지만.

 

ㅎㅎ그레이스님과 부군이 투닥거리시는 모습이 이제 노년의 부부 모습입니다.
점점 더 못마땅한 일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그레이스님도 부군이 하는 말씀을 다 잘 호응하시다가
자제분들 보는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그러신가 봅니다.
.
엄마는 아들의 일상생활과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하고,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뉴스를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하고 싶으시고..

  • 그레이스2018.12.29 10:53

    아주 정확하게 보셨 습니다
    남편은 자기 이야기를 흥미있게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대답해주는 아들이 반가운 거고
    나는 한달에 한번 만나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싶고.
    우리 둘만 있을 때는 내가 양보해버리니까
    의견이 달라서 다투는 일이 없거던요
    아들에게 가면
    서로 말하고 싶어서 안달이 납니다
    앞으로는 말하는 순서를 정해서
    10분씩 교대로 말하자고 해야 되겠어요 ㅎㅎ
    다시는 감정 상하는 일이 안 생기도록
    남편에게 양보를 해야 할 텐데...
    명심해야 할 숙제입니다

'차 마시는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카이 캐슬 실사판.  (0) 2019.01.18
아주 조금이라도  (0) 2019.01.03
잡담.  (0) 2018.12.17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의 마음.  (0) 2018.12.14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0)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