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한 해가 되자.
며칠 전 덜컥 두려움을 느낄 만큼 놀랐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던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순간,
이게 무슨 일이지...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느끼고,
그래서 알고 있던 일인데 인정하기가 싫었던 거지.
크리스마스 전날 큰아들과 대화하다가
사촌들에 대해서 세부적인 질문을 하길래,
"글쎄~ 들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안 난다"했더니,
어머니, 건망증이 심한 편이냐고 물었다.
단호하게, 아니라고 나는 건망증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기억에 남겨두지 않아서 그렇다고 덧붙이면서.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 동안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동기생 500명 중에서 가장 아이큐가 높은 아이였고,
머리가 좋다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기억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자부하고 살았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작년에 모임에서 무슨 의논을 했었는지 어떤 결정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면
중요한 안건은 기록을 해놓지만 나머지는 기록에 없으니.
나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그 전후의 다른 의견과 그 당시의 상황을 거의 다 기억하는 편이었다.)
형제자매들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도,그당시의 주변 사물까지 상세하게 기억하고,
내 아이들의 어린시절 에피소드는 연도별로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랬었는데...
지금의 상황은 건망증이 아니라,
기억력 감퇴인 것 같다.
표현하고자 하는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말하다가 머뭇거리게 되고,
자주 먹던 초콜릿 이름도 생각이 안 나고, 여행 갔었던 호텔 이름도 생각이 안 나더라.
한심하다고 고민을 하는 나에게,
남편은 다 그렇게 늙어가는 거라고, 복잡한 머리를 단순하게 비우는 거라고,
괜찮다, 정상이다, 하시네.
늙어가는 과정에다가,
작년에 허리 수술과 맹장염 수술하느라 전신마취를 두 번이나 해서
기억력 감퇴가 가속이 붙은 모양이다.
(어제 치과에서 또 가장 센 마취를 했다.)
현실을,
실망하고 울적한 기분으로 인정하기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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