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댁 아줌마~ 물 좀 줘요.
여섯살 세훈이가 지사장 부인에게 다가가서 물 달라고 했던 말이다.
사모님댁 아줌마라는 호칭이
너무나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그 자리에 있던 부인들이 웃음이 터졌었다.
현대그룹 런던지사장댁에서
본사에서 출장 온 회사분들 식사 대접한다고,
부장 부인들 4명이 차출되어 가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세훈이가 어린이집에서 마치는 시간까지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아이를 결석 시키고 데리고 갔더니,
거실에서 가지고 간 장난감으로 놀다가 목이 마르니까 부엌으로 와서 나에게 물 달라고 했는데,
나는 요리를 하는 중이어서 사모님께 달라고 하랬더니,
저렇게 사모님댁 아줌마라고 부르네.
평소에 집에서 남편과 이야기할 때,
지사장 부인 이야기를 할 때는 사모님 댁이라고 불렀더니,
아이는 소현이네 현석이네 처럼 사모님 댁도 이름으로 생각했나 보다.
우리 가족만 있는 사적인 공간에서도
화가 나더라도 남을 비하하거나 욕하는 단어는 일절 쓰지 않았고,
다른 사람을 지칭할 때도 꼭 존칭을 붙여서 대화했는데
아이들도 저절로 고운 말을 쓰게 되어
나중에 학교에서 욕설이 유행일 때도 비속어를 따라 하지 않았다.
갑자기 옛 생각이 난 이유는,
자식들이 예의 바르고 반듯한 건
평소에 그렇게 행동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렇다고,
어느 분이 과분한 칭찬을 하시기에
우리 부부의 말투와 행동에 대해서 되돌아보다가
두 아들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가 여러 가지 떠올랐다.
다른 에피소드도 기억이 선명한 지금
기록으로 남겨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