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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이런사람 저런 사람.

by 그레이스 ~ 2019. 2. 28.



지난 20일 오후에

매일 오후 3시에 와서 7시에 가는 도우미 아줌마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자기는 이달 말까지만 일하고 그만둘꺼라고 해서,

어찌 일주일만 남겨두고 그만둔다고 하느냐

적어도 한달 전에는 말해야 다른 사람을 구할 것 아니냐.

내가 생각하기에, 이 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만 둘 생각을 했으면 이미 마음이 떠난 것이니

내일 병원으로 며느리를 만나러 가서 전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입주아줌마가 하는말이,

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오면 일꺼리가 많아질꺼라고 선수쳐서 그만둔다고 하는 것 같다네.

월급을 더 줄테니까 계속 일하라고 할 줄 생각했을까?

다음날 며느리에게 전달하고...

그만두는 편이 차라리 나을 듯해서 며느리가 집에 올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을 안했다고 했다.

며느리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기막혀 하고.


오늘이 마지막 일하는 날이다.

매일 정각 3시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물을 끓여서 간식과 함께 커피부터 한잔 마신다.(그 건 이해하는 부분이다)

방 4개와 목욕탕 2개 거실을 청소하는데 거의 두시간 걸린다.

청소를 마치고 나면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입주아줌마를 도와서

반찬을 만들거나 음식 재료 준비를 한다.

6시가 되면 식탁이 차려지는데,우리가 밥을 먹기 시작하면

자기가 먹을 음식을 거실 테이블에 차려서 입주아줌마와 저녁을 먹고

7시 되기 전이면 설겆이를 하고,

7시가 넘었으면 설겆이도 안하고 정각 7시에 퇴근한다.

그러니까 일하는 시간은 3시간이고 커피 마시고 저녁 먹느라 1시간을 소비한다.

4시간 일하면서 밥을 먹고 간다는 게 이해가 안되는 일인데,

입주아줌마 말이 처음에는 그냥 갔는데,어느날부터 밥을 먹고 가더란다.

더욱 놀라운 일은,

삼겹살을 굽거나 쇠고를 구울때는

먹고도 남을만큼 말하자면 자기도 충분히 먹을만큼 넉넉하게 굽는다.

삼계탕이나 며느리 먹일 곰국도 우리보다 많이 먹고,

한라봉이나 딸기도 간식꺼리도 스스럼없이 꺼내 먹는다.

며느리가 너그러우니 그렇게 해도 괜찮은 줄 생각하는 모양이다.

먹는 건 그렇다 쳐도,

돈을 받는 만큼 4시간 채워서 일을 해야 하는데,

며칠 전에는 어디 가야한다고 바빠서 쓰레기를 버릴 시간이 없다며 입주아줌마에게 버리라 하고 나갔다.

입주아줌마는 그동안 쌓인 하소연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같이 맞장구 쳐주고 편들어 주고... 이왕 나갈사람이니 싫은 소리는 하지말자고 했다.

지난 10일동안 잘못이 보여도 한마디도 지적을 안했다.


오늘이 마지막날이니,

웃는 얼굴로 그동안 수고했다고... 건강하고 잘 지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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