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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사랑도 중독이다.

by 그레이스 ~ 2019. 8. 31.

6시 30분 호텔에 도착해서,

목욕이라기보다 머리를 감고 샤워만 할 생각으로 목욕탕에 들어가서,

매일 운동하면서 보는 희열씨를 만났다.

한동안 안보였으니...간단하게 설명했다.

아들 며느리가 여름휴가 가는 기간에 손주들 돌봐주러 서울 갔다 온다고.

힘들지만 아이들 재롱과 성장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크다고...

서울 사는 외할머니가 돌봐주지 않고 왜 부산에서 갔냐고 해서,

외할머니의 건강이 안좋다고 덧붙이고,

우리 부부는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기회가 되면 흔쾌히 가겠다고 한다 했더니,

자기는 외손주 친손주 어느 아이도 단 하루도 맡아 줬던 적이 없단다.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도 못 본다고.

그게 너무 이기적이라거나 정이 없다는 생각은 안 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랄까~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니까.

서울 딸네 집에 가서도 잠은 꼭 호텔에서 자는 성격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냥 나와는 다른 타입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집에 와서 남편과 그 이야기하다가,

남들은,

왜 그렇게나 힘든 일을 자청해서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질문을 하는 다섯 살 아이를, 그 하루를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는가?

상상도 못 한 대답을 하고, 어른을 위로할 줄 아는 아이,

포근하게 안겨서 그 부드럽고 따뜻함을 즐기는 아이의 표정을 본 적이 있는가?

할아버지에게

부산은 가도 되는데, 하늘나라는 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유라.

내일 또 오라고 다짐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사람스러움은,

고단하고 지친 몸을 잊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일주일 지나 몸이 회복되면,

다음에는 언제 가지~하면서, 다시 서울 갈 날을 계획하게 된다.

 

  • 맞아요. 그 따듯함과 넉넉해지는 마음이 애틋하고, 사랑스럽죠.
    아이들이 주는 사랑은 중독성이 분명 있네요.
    그레이스님 부부께서 아이들에게 하시는 품이 넓어서 저도 많이 배웁니다.

    • 그레이스2019.08.31 11:40

      어제 고속도로 내려오면서
      아이들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하윤이 하영이 윤호 유라 하준이 윤지
      아이들 한명마다 얼마나 큰 기쁨을 줬는지...
      이번에는
      윤호 유라를 가르치는 기쁨도 톡톡히 맛봤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너거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너는 어디 사냐고 물으면?
      경희궁의 아침 3단지 ㅇㅇㅇ호 라고 또박또박 말하고
      집으로 오는 길을 다른 골목으로 가서
      공간감각 응용하기도 배우고
      동화의 주인공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발표도 하고
      창작동화를 읽으면서 너라면 어떻게 할래?물어보고
      예전에 다 끝낸 학습지도 다시 해보고...
      자기가 잘못 줄을 그었던 것을
      다 고치고 싶어 하더라구요
      왜 이렇게 잘못했을까~~ 하면서요
      앞으로도
      좋은 영향력을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싶어요
  • 신순옥2019.09.01 12:02 신고

    그레이스님과 남편분께서는 아이들을 돌보는데 천부적 소질과 에너지가 높으신 것같아요.
    저도 제 외손자가 너무 귀엽지만 몇 시간이 지나면 "오죽하면 애를 보느니 밭을 맨다고했을까?"라고 말합니다.
    서울에 갈 때는 기대에 부풀었다가 하루가 지나면 제 생활이 주는 여유, 고요와 똑같은 일상이 그리워져서
    더 있으라고 붙잡는 손길을 뿌리치고 옵니다.

    • 그레이스2019.09.01 13:21

      금요일 와서 이틀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피곤합니다.
      며칠 더 지나야 회복이 될 것 같아요.
      애를 보느니 밭일 하는 게 쉽다는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경험에서 나왔겠어요?
      몸도 힘들고 징징거림과 억지 떼쓰는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 피곤하지요.
      여유롭고 평안한 나의 일상이 그립다는 말에 절절히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청해서 아이들 돌봐주겠다고 하는 건,
      아이가 셋이나 되는 부부가 단둘이 여행을 간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우리가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게 흐뭇하고,

      다섯살 아이들에게 바른 생활교육을 시킬 수 있겠다는 의욕에 피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번에는 수족구병때문에 어린이집에 안보내고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돌보게 되어 더 지친 것 같아요.

      고속도로 내려오면서
      서서히 버릇이 고쳐지는 게 보여서,
      20일 정도 함께 있으면 완전히 달라지겠는데 10일이어서 아쉽다는 말을 하고는
      남편과 둘이서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가 달라지는 게 보여서
      그 걸 아쉬워했으니 말이예요.

      남편은 다양하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체력도 월등하게 좋습니다.
      나는 허리와 무릎이 안좋아서 몸으로 놀아주지는 못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교감하는 능력이 있는 편이고요.

  • style esther2019.09.01 22:23 신고

    그러고보니 저는 주변에 손주들 기쁘게
    기꺼이 맡아주는 분들이 없어요. 말로만 들어봤고
    가까운 사람들 중에는 그런 문제로 싸우는 것도 봤거든요.
    물론 그 가족은 돌보미 아주머니 없이 오직 할머니 할아버지 몫이고 아이들도 유난 극성이긴 해요.

    저는 또 시댁엔 사정이 있어 꿈도 못꿔봤고 친정은 없어서...
    이런 얘길 들으면 너무나 부럽고 또 솔직히 나의 어느 부분 뭔가 부족한 것 같았던 것들과
    마주치는 기분이예요.
    앞으로 건강관리 잘해서 장차 딸아이들의 아이들은 실컷 아주 많이 예뻐해줘야지 다짐도 하고
    그럽니다. 그런 중독으로 노년을 보내고 싶어요 저도 ^^

    • 그레이스2019.09.02 07:06

      42세에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되어보지도 못한 엄마와
      며느리를 대신해서 손주들을 키워주신 우리할머니의 영향이 아주 큽니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은 아이를 낳고부터 했으니까요.
      자식이 다 자라도록 곁에 있어줘야 겠다는 것과
      내가 좋은 땅이 되고 거름이 되어 잘 키우겠다는... 그 게 부모의 역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사고방식으로 30년 넘게 살다보니,
      아들들이 결혼한 이후에는 손주들에게로 이어지네요.
      아들이,며느리가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서울로 가는 이유입니다.
      자식을 잘 키우는 일이
      내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