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편

옛 맛을 찾아서

by 그레이스 ~ 2019. 10. 13.

 

 

점심에 뭘 먹을까요~?

된장찌개 끓여서 밥 먹자고 해서,

디포리와 무 표고 다시마로 국물내어 놓은 게 한 통 있어서,

꺼내서 다시 끓여 된장을 풀고,

두부,애호박,양파, 돼지고기,대파, 풋고추를 넣고 한소큼 끓여놨더니,

남편이 간을 본다고 한숟가락 떠 먹어 보고는 싱겁다면서 두반장을 넣어버렸다.

뒤늦게 두반장을 넣은 줄 알고,

속이 상해서 된장찌개에 두반장을 넣으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맛만 좋구만 왠 까탈이냐고 나무라신다.

(남편은 요즘 찌개에도 볶음에도 무조건 두반장을 넣는다)

 

하이고~~~속이 상하지만 

잔소리하거나 짜증 내봐야 듣지도 않을테고... 

밥을 먹으면서 옛 이야기를 하듯이,

누구나 노인이 되면 어릴때 먹는 음식을 찾게 된다고 하대요.

나도 그런 모양이어서 옛맛이 그립더라.

이것 저것 섞어서 다양한 맛을 낸 음식보다

어릴때 먹었던 그대로의 순수한 된장찌개가 좋다.

고등어구이도 할머니 해주시던 양념된장 발라서 연탄불에 구운 게 더 맛있고,

고구마줄기 삶은 거 밑에 깔고 고등어 조림한 게 더 맛있더라

그러니,음식을 이것저것 섞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길게 설명을 했더니,

충분히 납득이 되는 모양이다.

자기는 아무거나 다 잘먹는다면서,그런 추억의 음식이 없단다.

 

솜씨좋은 우리엄마.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가의 음식중에 명절에 먹는 들깨 갈아넣은 찜,옛날식 식혜.

찹쌀풀 입혀 말려서 튀긴 가죽잎 자반

손님용으로 만든 술안주와 옛날식 밑반찬들... 그런 것들을, 제대로 못 배운 게 아쉽다.  

 

 

고등어를 된장양념으로 굽다니...처음 들었어요. 비린내가 안 날 것 같군요.
가죽잎은 지금 제 집에 참가죽나무가 있어서 봄이면 고추장에 무쳐 먹습니다.
그걸 튀김하면 맛있다고 하던데, 저는 튀김은 안 먹어봤네요.
솜씨 좋은 어머니 손맛 꼭 닮으셨겠죠.
그렇게 음식을 잘 하시니 너무 아쉬워 마세요.
가끔 부군께서 낚시하신 물고기 요리도 보통 사람은 엄두를 못내는 요리법이랍니다.
식당에서나 가능한 요리법이에요.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9.10.13 20:32

    된장에 마늘 고추가루 대파 썬 것,참기름,설탕조금으로 양념된장을 만들어서
    안쪽을 한번 구운 고등어 안쪽에 발라서 다시 한번 더 구워냅니다.
    고등어 등쪽은 노릇하게 구워지고 양념쪽은 꾸덕하게 구워져요.
    대합조개도 잘게 다져서
    양념된장에 섞어서 다시 조개껍데기에 담아 연탄불위에 석쇠를 놓고 껍질부분이 살짝 탈만큼 구워요.
    어릴때부터 해먹던 친정집 비법입니다.

    가죽자반은 엄마 옆에서 보기는 했는데,
    고추장양념 비율을 몰라요.
    고추장양념과 찹쌀풀을 섞어서 붓으로 가죽잎에 발라서 햇볕에 말립디다.
    그게 참 맛있었는데...
    작년에 수술하고 집에 와서 누워있으면서,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생각나서 울었어요.

  • 키미2019.10.14 07:45 신고

    그러고 보니 남편이 서울 사람이라 고추가루 넣은 소고기국을 안 먹더라고요.
    저는 엄마가 기운이 없을 때는 얼큰한 소고기국을 끓여주셨는데 ..
    큼직하게 무를 넣고, 파도 크게 썰어넣고..육개장과는 맛이 달라요.
    경상도식 소고기국이죠.
    시댁은 맑은 소고기국을 끓여서 먹어..처음엔 영 입에 안 맞았죠.
    송이가 나는 철엔 송이를 소고기와 같이 덖고, 집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
    여동생은 꼭 송이를 사서 해 먹더라구요.
    아프면 그게 그렇게 먹고 싶대요.
    요즘이 송이버섯이 나는 철이라..
    돌아가신 엄마가 그립네요.

  • 그레이스2019.10.14 08:18

    나도 서울식 맑은 소고기국이 영~ 적응이 안됩디다
    살다보니 남편 식성에 따라갔지만요
    할아버지 할머니계신 친정에는 식구가 열명이어서
    장터국밥집처럼 큰 무쇠솥에 가득 끓였어요
    나도 얼큰한 쇠고기국 아주 좋아합니다
    다음달 첫 토요일 형제모임인데
    얼큰한 소고기국 끓여 먹자고 말해야 겠어요

    • 잘 차려진 음식도 맛있지만,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그 맛이 생각나서 그러는 거니까요.
      된장찌개도 짜지않게 삼삼하게 담궈놓은 된장으로
      큰밥솥에 밥하면서 짜박하게 찐 된장찌개가 생각나고요.
      밥이 끓을 때 밥물이 들어가서 더 맛있어요.

      시어머님이 평양사람이라서
      녹두를 멧돌에 갈아서 빈대떡 부치는 거 많이 했어요.
      어머님 쓰시던 멧돌이 있었어요.
      만두를 몇백개씩 빚고,
      빈대떡 한번에 수십장 부치고,
      돼지고기 숭덩숭덩 썰어서 넣고 콩비지 한솥 끓이고,
      그 3가지는 맏며느리의 필수하고 하셨어요.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게 냉동실에 들어있어야 한다고요.

  • 하늘2019.10.14 00:07 신고

    어머님이 솜씨가 좋으셔서 그레이스님 솜씨가 좋은거였구나~~ ㅎ
    저희친정엄마도 음식솜씨가 좋아 동네잔칫집에 자주 불려다니셨어요
    딸은 혀끝에 그 맛을 기억하기 때문에 엄마음식솜씨를 닮는다 하더라고요

    나열하시는 음식들...긴 외국생활에 지친 저는 정말 목에서 손이 나올만큼 먹고 싶네요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9.10.14 07:24

      외갓집이 부자라서
      외할아버지 계시는 사랑채에는 방이 3개 있었는데,
      사랑채에 며칠씩 묵어가는 손님이 항상 있었대요.
      그러니,손님 접대용 별식이나 반찬을 많이 했을테고,
      또 딸(우리엄마)이 결혼한 이후에는 사위가 연락을 안하고 가도
      외할머니께서 순식간에 별식을 만들어 주셨다고 하셨어요.
      평소에는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외할머니가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별식은 직접 만드셨다 하더라고요.
      외할머니 솜씨를 엄마가 물려받았고,
      나와 여동생에게도 약간 이어졌나봅니다.

      요즘은 한식도 중식이나 서양식과 접목되고
      식당에 가도 다양하게 변형되어 소개가 되잖아요.
      그런 음식을 맛있게 잘 먹었으면서도,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토속적인 음식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어릴때 먹는 그 방식대로
      어린콩잎 물김치와
      삭힌 콩잎을 양념에 재운 경상도식 밑반찬도 생각나고요.
      남편은 서울사람이라서 그 삭힌냄새가 싫대요.
      그래서 우리집에서 안먹은 게 몇십년은 되는 것 같아요.
      할머니 계실때 친정 가서만 먹었어요.

  • 여름하늘2019.10.14 21:19 신고

    며칠전부터 된장찌게가 당기던데
    오늘 그레이스님을 통해 된장찌게 이야기를 들으니
    내일저녁 메뉴는 된장찌게! 라고 결정해두었습니다
    맛있게 다 끓여놓은 음식에 다른 재료를 넣어서
    다른맛을 만들어 놓으면 속상할것 같습니다.

    한국음식으로 양념된장 바른 고등어구이는
    먹어보질못했어요
    일본음식에 된장발라 구운 고등어가 있긴해요

    그런데 디포리가 뭐예요?

    답글
    • 그레이스2019.10.14 22:59

      두반장 들어 간 된장찌개는 남편 혼자 먹어라고 하고,
      오늘 저녁에 작은 냄비에 일인분으로 다시 끓였어요.
      밴댕이를 부산사람들은 디포리라고 불러요.
      찾아보니 밴댕이가 표준말이군요.

      상추 쌈싸먹기 좋은 정도의 맛으로 된장양념을 만들어서 고등어에 발라 숯불에 구우면 별미입니다.
      간고등어가 짭짤해야 맛있듯이
      양념장도 그 정도의 된장과 고추장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궁합이 맞아요.

'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바이러스와 옛 이야기.  (0) 2020.03.03
심각하다  (0) 2020.02.17
신촌 세브란스  (0) 2019.09.19
남편 병원예약과 두 아들 이야기.  (0) 2019.09.18
흙수저, 그 남자의 삶.  (0) 2019.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