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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자동차 메뉴얼 공부중

by 그레이스 ~ 2020. 4. 14.

 

남편을 쪼잔하고 인색하다고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덧붙여 한마디 더 하자면 지나치게 철저하다.

 

자동차 계약을 한 그날부터 티비 화면에 인터넷을 연결해서

포드 익스플로러 운전 동영상을 찾아 매일 설명을 보고 듣더니,

자동차를 찾아 온 이후로는,

사용 설명서를 한페이지도 빠뜨리지 않고 상세히 읽고 메모를 한다.

의문점이 생기면 서울 본사에 전화해서 엔지니어에게 문의하고 설명을 듣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입 공부하듯이 매달리더니

이제는 끝났다고 하네.

 

 

 

 

 

 

 

직접 세차를 할 것도 아니면서 이런 것까지 다 찾아보고 적어놨다.

그러니 다른 건 뭐...

 

 

 

 

매일 일정 거리를 운전해서 감각을 익히는 것도 열심이다.

자동차가 집에 오기도 전에

남편은 23일 서울 갈 때,

새차를 직접 운전해서 갈 계획이었다

 

내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고,

작은아들이 전화해서 안된다고 아버지를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으니,

오죽했으면 나에게

아버지 혼자 운전해서 서울 오시라 하고,어머니는 비행기 타고 오세요~ 했었다.

그리고나서

큰아들이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 전화했길래,

이야기중에 아버지는 서울 갈 때 운전해서 갈 생각이시더라 했더니,

목소리가 변하면서,

지난번 사고 후 가장 큰 교훈이 장거리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아니었냐고 묻는다.

아버지 연세에 이제는 장거리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곧 회의에 들어가야 하니까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하고 끊었는데,

어떻게 남편에게 설명할지 걱정이 앞섰다.

 

큰아들은 청소년 시기에도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왠만한 일에는 내색을 안하는 성격이어서

아들이 화가 났을 때는 아버지도 나도 긴장을 하게 되더라.

남편도 그 걸 잘 안다.

운전해서 서울 가신다는 말에

명훈이가 화가 났더라는 걸 남편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아버지께 직접 전화하겠다더라.

명훈이가 전화하기 전에 포기하시는 게 좋겠다.

이다음에 장거리 운전을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자식들 마음 상하게 하지말자 등등... 사태를 설명했더니,

알겠다고 아쉬워하면서...마음을 돌리셨다.

큰아들에게는 문자로 알렸다.

 

내일 비행기표 예매하러 공항에 가자고 하시네.

 

 

  • .하윤할아버지께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셨네요
    공부 다끝내셨으니 운전은 자신있다 생각하셨겠어요
    하지만 사고 난지 불과 몇달도 안됐는데
    그레이스님께서 승용차로 가시는것이
    내키지 않으실것 같읍니다.
    비행기로 가시기로 한것
    정말 잘 결정하셨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04.14 13:09

      지나치게 철저하다는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닌 사람이예요.
      화사에서도 그런 성격 때문에 직원들이 죽을 지경이라고 푸념과 하소연을 했었어요.
      만약에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다 조사해서
      그것까지 대비를 하니 업무량이 얼마나 많아지겠어요.
      본인은 아예 퇴근을 안하고 사무실에서 자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왔어요.
      그 덕분에 시행착오라는 건 있을 수 없을만큼 철저하게 준비되어
      한국에서 처음 하는 일에 최고의 실적을 이루어 냈습니다만...

      그런 습관으로 집에서도 그대로 행동하니 나는 죽을 지경입니다.
      말려도 들은척도 안하더니
      큰아들이 무척 화가 났더라는 말에 고집을 꺾었어요.

  • 키미2020.04.14 11:47 신고

    아이구...저도 깜짝 놀랐네요.
    두 분이 함께 자차는 정말 아직은 안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장거리를 그레이스님 무리세요.
    아드님 심정 충분 이해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04.14 13:11

      속터지는 걸 말해 뭣하겠어요?
      고집이 나오면 무슨 말도 안들리는가봐요.
      앞으로도
      칠십대 노인의 합리적이지 않는 고집을 어찌 감당할지 갑갑합니다.

  • 안나2020.04.14 16:52 신고

    언니댓글에 오랜만에 글 적어 봅니다.
    늘 자상하게 일상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 인사를 못 했습니다
    건강하시고 밝고 자상한 언니 보면서 사고는 순간적 내 앞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순간 무척 화가 많이 났었어요 ~가해자는 잘 살고들 있을거 아닙니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합니다`~~

    환절기 몸조심 하시고 .
    잘 이겨 내시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치료 잘 받으시고
    평화스러운 미소가 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올캐언니 택시에 부딪쳐서 그 자리서 잃었습니다 ~;;

    [비밀댓글]

    답글
    • 그레이스2020.04.14 17:27
      퇴원후 진통제를 매일 먹었는데,이틀째 약 안먹고 잠을 잤어요.
      통증이 약간 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라서 그냥 견뎌 볼려고 노력합니다.
      진통제 안먹기를 3월 1일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3월 중순에 한번 더 시도했다가
      역시나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먹었더랬어요.
      약을 안먹었을 때 증세와 통증의 강도를 측정할려고 그래요.
      세브란스 외래 가서 설명할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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