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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사랑받은 사람은,

by 그레이스 ~ 2020. 6. 28.

사랑받은 사람은 그 추억만으로도 행복하다.

 

사택에서 생활하던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일이다.

한 층에 두 가족씩 3층으로 된 건물에  여섯 가족이 사는,

1 동에서 27동까지 단지를, 간부사택이라 불렀고 회사 중역과 부장들이 살았다.

비슷한 나이의 부인들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과 질투도 있었으나

아이들이 학교에 간 이후에, 함께 차 마시며 담소하는 즐거움이 컸었다.

오늘은 이 집에서, 내일은 저 집에서,

 

어느 부인이 나 때문에 자기 남편과 대판 싸움을 했다고... 냉전 중이라고 했다.

그 부인은 서울의 명문대학에 전체 수석으로 합격해서 각 신문에 사진과 프로필이 소개되었던 사람이다.

자기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었으나

결혼 이후에 남편에게 비아냥과 무시를 당하다 보니 10년 만에 바보가 되어버렸다며,

명훈이 엄마는 지방대학 나왔고 친정도 별 볼 일 없는 여자인데

남편에게 잘한다 능력 있다 칭찬을 듣고 살다 보니,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고 소신 있는 여자가 되었더라.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아내와

남편에게 존중받는 아내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라고 소리 질렀단다.

자기 남편의 안색이 변하더라고...

그 날의 이야기가 또렷하게 남아있다.

 

부모에게,

특히 아버지에게 사랑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이

사람들에게 밝은 인상을 주는... 재능이 된 것 같다. 

 

어린시절 사랑받으며 살았으니 두 아들에게도 수시로 애정표현을 하면서 살았고,

남편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남편도, 아내에게 아들에게 손주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오늘 아침에도,

결혼생활 46년이 멋진 나날이었다고,

아쉬움 없이 만족스러웠다고... 서로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 즐거운 일이지요.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존중하고 산다는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변하지 않고는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맞춰 줄 수가 없으니 말이에요.
    내가 변해야 상대가 편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머리로서는 이해하지만 그게 행동으로는 잘 안되드라구요.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겪어야 좀 가능할까요?
    그런 면에서 그레이스 님 가족은 남다른 면이 있어 보입니다.
    연륜도 세월도 다 녹아있는 그레이스님 가정에 행복과 사랑이 항구하길 믿어 의심치 않는 답니다.
    내내 건강도 함께 하시길 빕니다.

    • 그레이스2020.06.28 17:30

      친정부모님이 싸움 한번도 없었던 부부였어요.
      나도 결혼하면 부모님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결혼하고보니 아내를 많이 사랑하는 남편이었어요.
      아껴주는 남편에게 보답하는 마음에서 잘 맞춰주려고 노력했지요.

  • 여름하늘2020.06.28 22:30 신고

    결혼 기념일 이세요?
    46년 결혼기념일?
    그렇다면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아니라면 그래도 축하 받으셔요~

    남편에게 인정받는 아내, 정말 중요한 일이지요
    그리하면 아내의 마음이 편하고 아내가 행복하면
    가정 분위기도 최상이고
    아이들도 그 사랑 이어받아 행복하게 잘 자라고...
    아내의 행복한 마음은 참으로 중요한것 같아요

    • 그레이스2020.06.29 07:04

      46년 결혼생활이라는 말 때문에 결혼기념일을 떠올렸구나.
      결혼기념일은 10월이에요.
      부부가 살아 온 나날을 이야기하다보니 46년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화목한 가정 분위기가 자녀들의 인생관에도 크게 영향을 줍디다.
      우리 아들들은 어른이 되면 꼭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낳겠다고 했어요.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게 가장 큰 꿈이라면서요.

  • Jacob Song2020.06.29 02:11 신고

    내가 배우자를 존경하고 인격적 으로 대하면 상대도 나를 그렇게 대한다고들 하지요.
    허나 사람에 따라 예외도 있고 또 그방법이 어떻게 보이느냐. 그리고 서로가서로에 대한 우월감 내지 열등감도
    작용을 하겠지요. 그레이스님은 항상 부군에 대한 존칭이나 매사가 아주 교양이 있으세요.
    부근께서도 많이 사랑으로 도우시는것 같구요. 글을 읽고 의 느낌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말 이
    아닐까요. 지식 이전의 갖추어야할 덕목 이라는 생각입니다.

    • 그레이스2020.06.29 07:21

      상대에 대한 우월감 혹은 열등감이라는 말에 본문에 소개가 부부가 생각납니다.
      남편보다 아내가 더 명문대학을 나왔고,
      결혼초 몇년간 남편의 업무에 필요한 일을 아내가 외국원서를 읽고 번역해서 남편을 도왔대요
      아내는 영어와 일어를 원서를 읽고 번역을 할 수준이 되는데
      남편은 그 정도가 못되는 실력이었다고 해요.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무시하는 투의 말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자신이 남편보다 훨씬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남편의 일에 대한 집중력과 추진력 그리고 생활자세에 놀라서 존경심이 생기더군요.
      내 남편이 아니라도 이웃사람이었더라도 존경했을 겁니다

  • geneveok2020.06.29 02:31 신고

    46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본받아서 저희도 쭈욱 존중하고 사랑하는 부부가 되겠습니다.

    • 그레이스2020.06.29 06:57

      혜숙아 오랫만이다^^
      결혼기념일은 10월이야.
      61세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웃의 사연을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46년을 살았고, 두 아들이 결혼해서 손자손녀가 여섯명이나 생겼으니
      아쉬움도 없는 성공한 인생이라고...했었다.
      그래서 46년이라는 말이 나왔어.

  • geneveok2020.06.29 14:36 신고

    이 정도면 매일매일을 기념일이라고 충분히 불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레이스2020.06.29 15:18

      월요일은 오후에 재활치료 가는 날이어서 마치고 집에 온지 10분 지났다.
      백병원에서 나올 때 빗방울이 후두둑 하더니 곧 빗줄기가 굵어진다.
      4시에 반신욕 갈 건데 움직이기가 귀찮아지네.

      이박사님과 너를 보면,
      우리부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 키미2020.06.29 15:35 신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입니다.
    어제 저녁 부고를 받았습니다.
    함께 활동하던 중학교 국어선생님인데..작년에 퇴직하시고, 췌장암 선고를 받았네요.
    1년 정도 치료한 것 같은데...돌아가셨다고 동생분이 연락을 했네요.
    결혼하지 않으셨어요. 무척 명랑하시고, 다정하신 분인데..
    안타깝고 서글퍼서...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 그레이스2020.06.29 20:23

      가까운 지인도 50대 여동생이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더니 3개월을 못넘기고 떠났어요.
      어찌나 슬퍼하는지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50대 나이는 자녀들 혼사 전이고...어찌 눈을 감았을꼬 싶어요.

      여기도 밤비가 쉼 없이 내립니다.
      비바람이 심할 거라는 뉴스예보도 들었어요.

  • christine2020.06.29 15:35 신고

    늘 지혜로우시공 모범적인 삶을 살고 계시는 그레이스님!!퍼뜩 건강회복하시고 여유로운 노년 즐기시길 바래용~~
    정하윤외 5명의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실라믄 무조건 건강하셔야해용^^

    • 그레이스2020.06.29 20:43

      꿈이 소박해서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지나봐.
      나는 결혼하면,
      방 하나 전세 얻어서 살 거고
      냉장고는 있었으면 좋겠지만 세탁기는 낭비라고 생각했거든.
      그랬는데 결혼하고보니 방이 두개에 거실도 있는 사택에서 살게 되더라.
      첫애를 낳고는 낭비라고 했던 세탁기도 사고 말이지
      그 이후로도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루어지는 연속이었으니 기쁨이 더 컸었고 사소한 것들이 다 감사했다.

      아이들도 1등 하기를 처음에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전교 30등만 해도 기쁘겠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첫 시험에 전교 1등이라 하더라.
      중학생때 그러더니 고등학교에 가서도 평준화 학교가 아니니까 20등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어
      일년에 서울대학에 30명은 간다고 하니 희망을 좀 높게 잡아서 20등이라 했지.
      그랬는데 첫 중간고사에 전교 1등이라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내 인생은 그런식으로 항상 기대보다 더 잘 풀리더라구.
      덕분에, 전혀 부자가 아닌데도 정신적인 만족은 부자처럼 살았어
      살면서 뭔가가 부족해서... 채워졌으면 좋겠다 싶은 허기 같은...정신적인 결핍은 없었다
      (시댁 뒷바라지로 돈은 항상 부족했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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