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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첫 사회생활과 술.

by 그레이스 ~ 2020. 7. 4.

며칠 전에 미국 사는 이웃 블로그에서

만 21세 된 조카의 파티를 열어 준 이웃집 글을 읽다가 옛 생각이 났었다.

미국은 만 18세부터 성인이지만, 술은 만 21세가 되어야 합법적으로 허락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술집에 갈 수도 있고 술을 마시는데 제약이 없는 만 21세 생일에

주인공 친구와 부모의 친지들을 초대해서 크게 파티를 열어준다고.

 

영국에서는 만 5세 생일을 우리나라에서 돌잔치를 하듯이 크게 파티를 한다고 해서

나도 우리 아들들 생일파티에 반 친구들 다 초대하고,

파티 진행자까지 불러서 크게 잔치를 해줬었다.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만 5세라는 뜻이다.

만 5세에는 정식 1학년이 아니고 예비반으로 1년 다니면서 단체생활에 대한 규율을 배웠다.

 

술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는 찾아보니 만 19세부터 허락이 되는 모양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나이가 만 19세이니 20세에서 1년 낮춰졌다고 한다.

고등학생일 때도 식사 중 포도주를 마시는 경우는 가끔 있었으나

생일이나 집안 행사가 있는 날이었으니 술 마시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제대로 술을 마셨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은 두 아들 다 대학 입학 후 신입생 환영회가 처음일 것 같다.

 

큰아들은 그당시 부모는 울산에서 살았고 아들은 학교 옆에서 하숙을 했으니

첫 경험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나중에 이야기로 들었다.

환영회에서 술에 취해 하숙집에 와서 자고 이튿날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눈을 떴다고.

그 첫 느낌이

야~~~ 이렇게나 환 해진 시간에 일어나도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면서

국민학교부터 학교에 다닌 이후로

해가 뜬 이후에 일어난 첫 번째 날이었다고 했었다.

 

둘째는 우리가 서울로 이사를 한 이후에 대학 입학을 했다.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신입생 환영회가 있다고 하고는,

술을 많이 마실꺼고 너무 늦어서 집에 못 올 수도 있다고 양해해주십사고 하더라.

아버지가 동아리 회장 전화번호를 아들에게 물어서

저녁 시간 즈음에 전화를 하셨다.

 

신입생 ㅇㅇㅇ의 아버지라고 하고,

환영회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겠다고 인사를 하고는,

오늘 처음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날이니 선배님에게 잘 부탁한다고.

그리고 아이가 술에 취하면 선배님이 직접 택시를 불러서 태워 보내달라

전화를 받으면 아버지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고, 부탁했단다.

아들은 신촌에서 대치동까지 택시를 타고 왔었다.

 

신입생 아버지의 전화 덕분에 그 해 환영회에서는

심하게 술을 권하는 일도 없었고,

취해서 쓰러지는 학생도 없이 환영회를 마쳤다고 하더라

 

평소에 아버지와 유대관계가 없는 집이었으면

아버지가 그런 일에 관여하는 것에 아들의 반발이 심했을 텐데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반발이 없었다.

 

영국에서 귀국했을 때,

큰 애가 아홉살로 3학년이었는데,

사택의 그 또래 남자애들은 축구와 야구를 수준급으로 잘했다.

영국에서는 축구는 즐겨했지만 야구는 배워 본 적이 없어서 아이가 실망이 컸었다.

퇴근한 아버지가

테니스장 옆의 빈 터 철봉대에 야구공을 묶어서 아이 허리 높이로 매달아 놓고

저녁마다 배트 휘두르는 연습을 시키셨다.

공 받는 연습도 매일 하고...

테니스장 야간 불빛이 헤트 라이트처럼 밝아서 밤늦게까지 연습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동네에서는 자동차 때문에 위험하다고

울산 시내를 벗어나 언양 즈음의 시골길에 자동차에 자전거 두 대를 싣고 가서

아이들은 앞서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아버지는 뒤따라 천천 운전해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그렇게 하루종일 연습을 하고 저녁에 왔었다.

 

고등학생 때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주말에 등산도 가고, 낚시도 가고, 밤늦게 노래방에도 데리고 가고...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시는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만약을 생각해서

동아리 회장의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아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단다.

 

......................................................................

 

술을 과하게 마시고 술로 인한 실수를 하거나

과속운전이나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기의 인생이 소중한 사람과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은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을 망쳐버리는 행동은 안한다고요.


아내와 예쁜 아기가 있는 젊은남자가
집밖을 배회하며 술을 마시고 있겠냐고?
음주운전이나 난폭운전으로 그 행복을 망쳐버리려고 하겠냐고?
직장에 다니는 청년이 자기가 모은 돈으로 작은 차를 한대 샀다면,
그 차를 얼마나 애지중지 아끼겠느냐
한순간의 실수로 망쳐버릴 생각을 하겠느냐.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나가고 있는 사람이
한순간의 실수로 자기의 커리어에 큰 데미지가 생길 일을 만들겠느냐?


젊은이든 노인이든...
소중히 아끼는 게 있는 사람은 그 소중한 것을 오래 간직하려고
평소에도 함부로 살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  
    • 그레이스2020.07.04 18:24

      큰아들 작은아들도 아버지를 닮은,
      다정다감하고 좋은 후원자 역활을 하는 아빠가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어렸을 때는 부족함을 채워주는 아버지였는데
      아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니
      사회생활중 인간관계라든가, 진로선택이라든가,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가 되어주셨어요
      아버지라면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의견을 주시고요.

    • 그레이스2020.07.04 18:38

      술을 과하게 마시고 술로 인한 실수를 하거나
      과속운전이나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기의 인생이 소중한 사람과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은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을 망쳐버리는 행동은 안한다고요.
      아내와 예쁜 아기가 있는 젊은남자가
      집밖을 배회하며 술을 마시고 있겠냐고?
      음주운전이나 난폭운전으로 그 행복을 망쳐버리려고 하겠냐고?
      직장에 다니는 청년이 자기가 모은 돈으로 작은 차를 한대 샀다면,
      그 차를 얼마나 애지중지 아끼겠느냐
      한순간의 실수로 망쳐버릴 생각을 하겠느냐.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나가고 있는 사람이
      한순간의 실수로 자기의 커리어에 큰 데미지가 생길 일을 만들겠느냐?
      젊은이든 노인이든...
      소중히 아끼는 게 있는 사람은 그 소중한 것을 오래 간직하려고
      평소에도 함부로 살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 현서2020.07.04 18:47 신고

      언제나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 현서2020.07.04 13:19 신고

    세상에나..
    그런 아버지가 또 계실까 싶지만,
    또 계시기를 희망해 봅니다.
    아버지들은 보통 가정에는 충실하지만
    자녀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옛날인데
    대단하신 아버지셨네요.

    답글
  • 하늘2020.07.04 22:17 신고

    하윤할아버지 이야기는 들으면 맘이 참 따뜻해져서
    가끔 불평을 하셔도 전혀 공감이 되질 않아요 ㅎ

    비록 제 주위에서 본 적이 없는 캐릭터이지만
    이렇게 나이 들어서라도 알게 된 것만이라도,
    그래서 이나이에 배움이 되어 주심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레이스님은 친정부모님도 할머님도 ... 주위에 배움이 될만한 분들이 많으셨으니 얼마나 좋으셨을지...

    답글
    • 그레이스2020.07.05 07:37

      남편 때문에 속상하다고 불평하면서
      그래도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잖아요.
      몇번이나 내가 하겠다고 말해도 한꺼번에 계란 10개씩 삶고,
      맛도 없는 음식을 한냄비씩 만들어 놓고,
      먹지도 않으면서 계속 재배하는 무 싹과 상추들...
      자기가 할려고 마음 먹었으면 말려봐도 소용없는 그 고집에
      나는 먹지 않는 걸로 반항합니다.

  • 여름하늘2020.07.05 16:47 신고

    집안에서 아주 모범 가장이셨고
    그리고 두아드님을 아주 반듯하게 잘 키우신
    훌륭한 아버님이라고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아주 빈틈이 없으시다는...
    요즘 화초 키우시는것을 봐도 느끼겠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07.05 19:00

      이 글을 포스팅하고는
      술을 좋아하는 남편들,자기집에서 자주 유럽식 파티를 열었던 부부,
      술과 관계되는 많이 에피소드들...
      살아오면서 만났던 주변사람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들이거던요.
      나는 참... 인복이 많구나 하고요.

  • 앤드류 엄마2020.07.06 12:40 신고

    남편분께서 정말 다정다감하신듯.
    한국에선 보기 더문 아버지신데, 아들들에게 최고의 아버지네요.
    아들들이 아버지들 정말 좋아하고, 또 존경하겠습니다.
    영국은 5세 생일을 크게 축하해 주군요.
    미국은 12살까지 아이니까 그때까지 해마다 파티를 해주고,
    그 다음은 딸은 스윗 15, 그리고 18세, 21세, 50세 생일을 마일스톤이라 기념하더군요.

    답글
    • 그레이스2020.07.06 17:01

      작은아들이 중학생일때 담임선생님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이순신장군과 우리아버지라고 했대요.
      학부모 상담시간에 그 말을 들었어요.
      두 아들은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라고 할 겁니다.

      남편이 런던지사로 발령이 나서 영국 갔을 때가 1981년이었어요.
      큰아들은 만 5세가 지나서 다음해 6세 생일에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를 몇시간 단독으로 대여해서 크게 생일파티를 했습니다.
      내가 영어가 능통하지 못해서 파티를 진행하는 전문가도 고용하고요.
      그렇게 했던 이유는
      그 학교에 아시아인이 3명 밖에 없었어요.
      우리가족이 한국인을 대표한다는 심정으로
      옷차림과 말, 행동에 신경 쓰면서
      영국의 평균치 가정 보다는 더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첫해에는 두 아들 다 시내 햄버거 가게에서 크게 파티를 했었고
      다음해에는 집에서 가든파티를 했어요.
      5월 어린이날에는 한국아이들 초대해서 한국식 파티도 했고요.
      주재원 가족끼리는 갖가지 음식 준비해놓고 자주 파티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