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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과거 남편이 했었던 일.

by 그레이스 ~ 2020. 8. 1.

2008년 9월 17일에 썼던 글

 

며칠째 계속 경상도식 김치 콩나물국을 끓여 낸다.

어제도 두시 귀가.

기다리지 말라고 꾸중을 들으면서도 방에 들어가 잠들지 못하고 소파에서 졸고 있었는데,

늦어서 못 들은 얘기는 아침 밥상머리에서 진행상황을 듣는다.

 

기이한 인연 하나;

외국 회사 협상대표를 따라온 보험회사 기술담당 책임자가,

말하자면 올림픽 출전 종목도, 국적도, 소속도 다른 곳에서 또 경쟁팀으로 마주쳤다고 할까?

20년 전쯤 대기업의 기술 책임자로 있을 때 (그 사람도 국제 보험회사의 기술담당으로)

분쟁의 해결 당사자로 크게 한판 했었던 것.

 

"당신의 대응방법, 일을 풀어가는 스타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랬었다고.

40대에 만났다가, 서로 육십이 넘은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으로 또 만나다니!

(남편은 또 다른 일로 외국변호사들 대동하고 국제 제판소에 증인으로 참석했었다)

 

외국회사는 대형 프로젝트일 경우 손해보험뿐 아니라, 프로젝트 완성 보험이라는 걸 들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보험회사가 돈을 더 들여서... 혹은 다른 나라로 끌고 가서라도 완성시켜야 하는)

안전장치를 해뒀더라네.

 

얼마나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지...

나는 매일 - 전쟁 드라마 다음 편을 기다리듯이 - 남편의 이야기를 듣는다.

 

은행 창구 직원이 수억의 돈에 아무렇지도 않듯이,

천억이 넘는 액수의 단위에도 나도 단련이 되었다.(반찬값 만원을 따져보는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돈이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내조는,

해장국을 끓여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깔끔한 와이셔츠를 준비해놓는 것 - 내 나름대로 적절하게.

(이럴 땐 온화한 느낌이 아닌 샤프하고 철저한 느낌이 나는 종류로 - 흰 바탕에 선명한 줄무늬 타입 등)

 

내가 보는 남편이,

사냥의 기술을 다 터득한 노회한 맹수라면,

아들은,

덩치는 다 자란 맹수이지만 정글의 위험을 배워가는 초년생.

 

  • 남편분께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셨군요.
    그러게요, 외국에선 대형 프로젝트를 할때 안전장치로 이중으로 보험을 들곤하죠.
    김치 콩나물국이 해장에 좋은가 보군요.
    그레이스님의 내조덕분에 남편분께서 일을 잘 하셨겠어요. 국가 경제력 성장과 함께 남편분 승승장구하셨겠죠.

    답글
    • 그레이스2020.08.03 11:57

      10년 전에 어떤 글을 썼었는지 기억도 못했는데
      방문자중에 예전 글을 읽는 흔적을 발견하고
      그 글을 클릭해서 나도 다시 읽어보게 되었어요.
      2008년 즈음의 글에는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한 글이 여러편이나 있네요.
      프로젝트 하나에 천억이 넘는 것도 있어서
      협상에 따라 몇십억을 양보하기도 하고 백억을 더 받아내기도 하고...
      전쟁 드라마를 보는 듯 했어요.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20.08.03 19:56 신고

    선생님과 남편 선생님~두분 모두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삶을 사시고~또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정말 모델이 됩니다. ^^

    답글
    • 그레이스2020.08.03 20:07

      우와~~~ 오랫만이예요.
      논문 쓰고 학위 받고 무척 바쁠때 가끔 댓글을 남기더니,
      직장에 나가면서는 더 바쁜가봐요?
      소식이 없는지 몇년이 된 것 같은데...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20.08.03 22:21 신고

      아~선생님~~지난번에 제가 로그인을 안하고 답글을 남겨서 혼돈이 되실 것 같아요~ㅇㅇ교대로 발령받아서 일하고 있다고 답글 남겼던~그 댓글이 바로 저에요~^^ 학교 컴퓨터, 그리고 집에서 사용하는 노트북~모두 선생님 블로그는 즐겨찾기가 되어있어서~컴퓨터 켤 때마다 작업하기 전에 보고가요~

      로그인을 안하고 그때 글을 남겼더니 선생님이 뭐라고 쓰셔도 답글을 볼 수가 없더라구요.
      암튼 선생님~직접 뵙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은 언젠가부터 저에게 또 하나의 든든한 존재가 되시는 것 같아요~ 

    • 그레이스2020.08.04 06:36

      글 쓴이의 이름이 없이 댓글을 썼던 게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5월이네요.
      스승의날 찾아뵙고싶은 선생님에 내가 포함된다고 했던 말이... 감동이었어요.

      박사학위 마치고 지금 대학에서 근무한다는 것과
      나를 가르침을 받은 선생님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에 동일 인물이 아닐까~ 짐작을 했어요.
      답글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만나자면서
      내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비밀글이어서 못봤구나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20.08.04 13:13 신고

      선생님~~~짐작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전화번호 잘 저장해놓겠습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커서 초6, 4, 1학년이 되었어요. 지난 학기는 아이들이 온라인개학을 한 상황이라~저도 집에서 강의준비를 하고~온라인으로 강의찍고~그렇게 한 학기가 갔었어요. 고군분투...그래도 선생님 댁 작은 며느님도 세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계셔서 그게 저에게 좀 위로가 되었어요. ^^

      제 이름은 ㅇㅇㅇㅇㅇㅇ

      공부할때는 공부에 치여서~지금은 일과 아이들에 치여서~늘 바쁜데~50대가 되면 저도 좀 편안하게 여유가 생길까...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선생님께서 50대 여유로우실 때에 블로그를 시작하셨다는 글을 보니...보다 구체적으로 그때가 되면 저도 여유가 생기겠다 싶어요. ^^

      너무나 성실하게 한땀 한땀~그러면서도 고생만 하신 삶이 아니라 풍족함도 누리시고~탄탄한 가족문화와 자녀들이 계신 선생님과 남편 선생님의 모습이...저에게 참 좋았어요.

      얼른 건강해지시기를...그리고 혹여라도 기회가 되어 제가 부산에 연수나 출장갈 일이 생기면...

      꼭 전화드리겠습니다. [비밀댓글]

    • 그레이스2020.08.04 13:58

      상세하게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요~^^
      나도 진짜 이름과 전화번호 저장할게요.
      다음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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