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큰아들의 간곡한 의견을 들었던
10월 초 이후
남편과 의견이 달라서 다툼이 몇 번 있었다.
의견이 달라도 듣고만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참지 않고 할 말은 하겠다고 강경하게 따지는 나를 보고
남편은 분통이 터지다 못해 미칠 것 같았다며
아무래도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고... 오늘 아침 식탁에서 했던 말이다.
이제 전세 계약을 했으니 신경이 곤두 설 일도 없을 테고
설령 의견이 달라서 조율이 안되더라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서
차분이 의논하자고 했더니,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던 사람이
화난다고 할 말은 하고 살겠다며 고함을 지르는 당신이
도저히 정상이라고 볼 수가 없어서
치매 초기증세도 감정조절이 안된다고 하니... 아무래도 초기증세라고 의심을 했단다.
그 말을 듣고,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말을 못 하고 조용히 있었다.
그래...
사고 이후로 기억력도 떨어지고
단순한 것도 생각이 안 날때가 많으니 치매 초기증세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남편의 의견에 내가 반대하면
그 자체를 무척 서운해 하면서 기분이 나빠져서 왜 반대하냐고 따진다
서로 의견조율을 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식이다.
그래도 안되면 우선 고함부터 지르는데,
고함을 지를 때 나도 맞받아서 큰소리로 말하고 나면
목이 아프고 갈라지는 듯한 증세가 다음날까지 계속된다
나도 할 말은 하고 살겠다고 결심했으나...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서 그런 다툼을 하는 게 너무나 싫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지,
다 늙어서 갈잎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새벽녘에 일어나서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남편 카테고리에 있는 2019년 9월 10일 글
흙수저, 그 남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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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을 읽고 감동 받아 댓글을 단 기억이 나네요
남편분 삶도 대단하지만 여자들이 나이 들면 목소리가 커진다고 하는데 그레이스님은 감정조절을 잘 하시는구나라며..
저는 젊었을 적엔 부당하면 그냥 입을 닫아 버렸는데 이젠 조용히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요
같이 소리 지르니 아이들이 놀라해서 못쓰겠더라구요
남편이 젊었을땐 마냥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이들며 사는게 힘든지 소리 지르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나이들며 부부 생활 잘 이어가는 것도 큰 현명함이라 생각해요-
그레이스2020.11.19 17:51
오늘 작은아들에게서 전화가 와서 통화중에,
남편이 바꿔달라고 재촉을 하니까
아니~ 어머니와 통화하고싶어서 어머니 휴대폰으로 전화했는데
아버지는 왜 자꾸 바꿔달라 하시냐고...투덜거리면서
아버지의 그런 독선을 다 그냥 넘기는 걸 보면 어머니는 보살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야~! 너거 엄마가 보살이면 나는 부처다 해서 웃었어요
남편도 아들도
내가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기는 것에 익숙해서
요즘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낯설어 하네요.
예전 같았으면 남편이 고집 피웠더라도 하루 쯤 지나서 내 의견은 이러하다고... 설명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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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가까이로 가는 것! 저는 아들 대학 진학 후 학교 가까운 단독주택으로 이사하여 12년을 살았어요. 아들이 대학 졸업후 결혼하여 첫아들을 낳을 때까지 12년을 그 집에서 살다가 지금은 아들의 아파트가 2단지, 우리가 3단지에 살아요. 우리가 다운사이징하여 다시 아파트로 오면서 며느리에게 물어보라고 했었죠. 가까이 가도 되겠냐고. ㅎㅎ. 저는 첫째가 딸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더 빨리 집안 정리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뵈면서 제가 걸어가는 길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늘 고맙게 많이 배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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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20.11.19 17:58
두 아들이 대학생이었던 이후로
부모와 집에서 일주일이라도 같이 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방학이라고 부산 왔을 때도 2~3일 있다가 서울 집으로 갔었어요
내가 서울 가더라도 출장파출부 역활 끝나면 내려왔고요.
그래서 아들집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에 긴장이 좀 됩니다
부담을 안주려고 노력해도
며느리가 가지는 심리적인 부담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살아보고...방법을 찾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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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요. 지금까지와 완전히 사람이 변한 것 같아서..
때때로 그레이스님 사고 생각하고 지금 몸 상태를 부군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시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레이스님 성격이 아픈 거 내색하지 않고, 무던히 참으시는 성격이라, 아마 다 나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레이스2020.11.19 18:11
예민해지고 거슬리는 말과 행동에 참을성이 없어졌어요.
남편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 말보다
경기도 여러 곳의 부동산 중개인에게
집을 알아보면서
우리집 사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냥 적당한 집이 있는지만 물어보면 될 것을
왜 시시콜콜 우리집 사정을 얘기 하냐고요
제발 쫌 그러지 말라고 짜증을 내서
남편이 폭발했던 적도 있어요.
수술하면서 마취를 오래해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형제방에 글을 썼더니
오빠가 ...
기억이 쇠퇴해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 어떨까 하면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어 본다고
오빠는 매일 신문사설이나 칼럼을 필사하고 있대요.
A4 용지 3매 앞뒤로 가득
더러 쓰면서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때도 있다 하고요.
나도 오빠따라 필사해보겠다고 했어요.
우리 형제자매중에서 기억력은 내가 제일 좋다고 자부했는데
이제는 이름도 내용도 기억 안나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
그건 저도 그런데요. 가끔 이름이나 책 제목, 음악 등등 그렇게 자신 있게 대답했던 것들이 잊혀지고 있구요.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스트레스다라고 했던 저라...다른 사람 했던 말이 너무 잘 기억이 나서 나중에 딴 말하면 아주 꼴뵈기 싫었거던요. ㅎㅎ
제 여동생이 유방암 수술 후에 많이 잊어버렸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전신 마취 후에 그런 부작용이 있나 봅니다. 필사도 괜찮고 전에 말씀드렸던 수필집 한번 다시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귀찮으시면 일단 모든 글들을 복사부터 하면 고르시기 좋겠지요. 좋은 글들 아까워요. -
그레이스2020.11.19 18:57
나는 2년 전에 허리 수술과 연달아 맹장수술했고
이번에 장 파열로 배 수술과 며칠후 여섯시간 허리 수술을 했으니...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되겠지만 예전 같아지지는 않을테니까요.
수필집에 대해서,
글을 프린트로 복사할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글을 종이에 필사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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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몇차례나 들어와서 오늘 글을 읽었습니다.
참 힘든시간을 보내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할말을 잊었다고나 할까요...
아무리 그래도 치매초기라고 하시다니...
좀 속상해지네요
마음 잘 다독거리며 잘 지내셔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2020.11.19 18:48
ㅎㅎㅎ~
칠십이 넘으면 농담삼아 하는 말이예요.
기억을 못하는 거 보니 내가 치매초기 같다고 합니다.
내가 그런말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내용을 떠올려 볼려고 해도 생각이 안난다는 푸념은 자주 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괜찮아~ 칠십대는 다 그래 하고요.
기억을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이 칠십이 되어 성격이 변했으니 그 거는 다른 이유로 설명이 안된다
치매초기라서 절제력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검사를 해봐야 겠다 하더라구요.
남편이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쇼크를 안 받았으니 괜찮아요. -
그레이스2020.11.19 20:43
생각해보면...
부부사이에도 나이에 따라 반응이 계속 변해가는 것 같아요
신혼때는 자다가 남편이 돌아누워도 서운해서 삐졌는데
아이가 태어나서는 남편과 안고 자는 게 귀찮아지잖아요.
그렇게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면
왠만한 농담을 해도 척척 받아넘기고요
그러다가 60대를 지나 70이 되니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서도 예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곧 닥쳐 올 일이라고요
그래서인지 별로 놀랍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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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님의 블로그글이 재미있고 삶을 참 멋지고 현명하게 사시는 것같아 한 10년 전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 왔었습니다.ㅋㅋㅋ 광애독자라고나할까요~~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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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20.11.19 20:47
옴마야~~~ 놀래라
그렇게나 오래 되었나요?
고향 동생 같은 차임씨를 알게되어 반가웠는데
내 블로그를 찾아 온게 최근이 아니라니...
진즉에 좀 아는척을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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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나이가 들면들수록 말이 많아 지는것 같아요~ 특히 부군께선 현역때 조직을 리더하시던분이라... 맘 넓으신 그레이스님이 참으셔야긌어용~
전 지금 남편땜시 완전 패닠입니당~ 이틀전에, 남편이 제가 여기서 보내야할 서류가 있다고 카톡이 왔어용.. 서류작성하고 공증받아 대사관에 우편접수하려다 혹시 모 빼묵었나해서 대사관에 확인전화하니, 인감관련서류는 우편접수가 안되고 직접 방문해야한답니당.. 아침에 통화하니, 중요한서류라 12월초꺼정 제출해야 한다고 하루라도 빨리 대사관다녀오라고 재촉을ㅠㅠㅠ 전 남섬에 살고 대사관은 북섬에있어서 여기서 대사관가려면 비행기타고 가야합니당 ㅠㅠ 같은반 칭구옴마한테 딸 픽업이랑 저녁부탁해놓고 지금 공항에 와서 웰링턴을 가는 비행기기다리고있어용... 당일 티켓팅이라 표값도 무쟈게 비싸네용 ㅠㅠㅠ 중요한서류면 진즉에 알려주지 왜 임박해서 알려주냐 물으니 일이 바빠서 까묵었답니당..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바빠서 그런거라고 자기한테 암소리하지 말라네용 ㅠㅠ 살면서 종종 겪는일이라 이제는 모 그려려니 해야 제 정신건강에 타격이 없을것같네요 ㅠ-
그레이스2020.11.20 09:33
직접 대사관에 가야 해서 많이 당황했겠다.
그래도 일찍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
바쁜 업무에 정신이 팔려서 깜박했다고 하니 더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겠네
내남편과 나는 많은 부분에서 성격이 반대다
남편은 나를 지적하기를,
어려서부터 절박한 어려움없이 자라서 유하고 체면을 중요시하는 성격이라 한다.
체면 깎이는 것보다 손해 보는 걸 택한다면서
그래서 남편이 나서서 손해 보지않게 일일이 따져서 처리한단다.
품위 생각하고 체면 생각하는 당신은 혼자 두면 손해보거나 사기 당하기 딱 좋다면서
내가 참...부끄러워서 말을 안했는데
집보러 오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뒷전에 물러나 있고
남편이 앞장서서 설명하고 안해도 될 말까지 하고... 그런다.
나는 그러는 것도 거슬리고 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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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20.11.20 11:28
바로 위에 품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는 것과
물건값을 안깎는 습관에 대해서는 설명을 덧붙여야 되겠어요.
내 성격은 경우바르고 딱 부러지는 엄마를 닮은 게 아니라
할머니 성품을 닮은 아버지와 비슷하고
물건값을 안깎는 이유는
중학생 고등학생일 때,
할머니가 장보러 나가시면서 일꾼으로 나를 데리고 다니셨어요.
(내가 5학년이었던 그 해 말에 시골집을 팔고 아들과 합가해서 3대가 함께 사는 집이 되었어요)
젊은시절에 밭에서 가꾼 각종 채소를 장날이 되면 머리에 이고 나가서 파셨는데,
지나치게 깎고 덤으로 뺏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참으로 속상했다고...
난전에서 장사하는 물건 사면서 값을 깎지 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 하셨어요
조금 덜 먹으면 될 것을
한다라이 이고 나와서 얼마나 벌겠냐고... 하셨거던요.
할머니의 영향으로 결혼 이후
시장에서 물건값을 깎았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는 값을 안깎는 사람이 드물어서
몇 몇 상인들은 나를 기억했다가 덤을 더 주기도 하고 값을 덜 받기도 합디다
큰 상점에서 공산품을 살 때는 깎아달라고 흥정도 하지만요
부부동반으로 1박 2일 여행 다닐 때
심하게 값을 깎는 일행이 있어서... 그 게 너무 안타까워서 뒤쳐져 있다가
그 부인이 깎은 5000원을 몰래 주고 일행에게 갔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 내 성격에 대해서
좋은 품성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무르다고 지적을 하는 겁니다 -
나이들면 모든면에서 현명해지고, 지혜로와지고, 또 더 너그러워질줄 알았는데,
몸뿐만 아니라 생각도 순발력이 떨어져, 순단 판단력이 떨어지고,
지혜로울때도 있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네요.
또 아이들이나 다른사람들에겐 더 너그러워지는데, 남편에겐 아직도 한번씩 화가 나면
참질 못하곤 합니다. 남편분께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를 맞아 평생을 당신 뜻대로
사시다가 달라진 아내가 낯설었나 봅니다.-
그레이스2020.11.21 16:15
친정아버지께서
마땅히 화를 낼 만큼 안좋은 일에도 거의 화를 내신적이 없었어요.
어려서부터 쭉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서
오빠도 나도,
얼굴에 표시가 안나게 감정절제를 잘 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법에 숙달이 되었어요
남편은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달라진 행동에 놀라는 정도를 넘어서 기절하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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