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의 혜원씨의 댓글에 썼던 내용을 다시 읽다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는 계기가 된 사건과
삼십여 년 전에도 그런 조언을 했었던 게 생각나서 이 글을 씁니다.
10년 전 즈음에
예전에 런던에서 같이 근무했던 김 부사장님 부부가
귀국 발령을 받아 한국 도착했다면서 인사차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갔었다.
옛이야기와 그 이후의 여러 나라 경험들과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고...
그 부인이 뜻밖의 말을 했다.
외국으로 발령 받아 나갈 때마다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고.
84년도에 내가 무슨 말을 해줬지?
나는 기억도 못하는데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는 그 말이 뭐냐고 물었다.
런던에서 생활하던 시기의 그 부인은,
아이 하나 있는 20대 후반의 새댁이었다.
그 당시는 과장 이상의 직책이어야 해외근무 발령이 나던 시절이어서
똑똑한 직원을 해외 발령 내면서 빨리 과장 진급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김 과장님은 똑똑하고 성실하고 매너까지 좋아서
현대의 여러 회사에서 파견 나온 많은 직원들 중에 가깝게 지냈던 부부다
우리는 82년도에 런던에 갔고
김 과장 부부는 83년도에 도착했었다.
대화 내용으로 보아
적어도 두 계절은 지난 어느 시점이었을 거다
거의 1년이나 지났는데도 커튼도 없이 천으로 가림막을 해놓은 창문을 보고,
3년만 살다 갈 거라고 대충 살지 말라고 하더란다.
영업부서는 앞으로도 또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데...
그 3 년 3 년들이 모여서 너의 인생이 된다고
그러니, 다음 달에 떠날 사람처럼 살지 말고
여기서의 생활도 꾸미고 가꾸면서 재미있게 살라고 했단다.
런던에서 귀국한 이후에도
홍콩에서 , 뉴욕에서, 다시 런던에서, 도합 10년이 넘는 외국생활을 했다
그때마다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었다며
자기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하더라
83년 84년이면 나도 30대 인데
중년의 부인이 할 말을 했던 건
대학 1학년 9월에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셔서
그 이후에 많은 시련을 겪을 때마다 엄마 생각을 했고
고등학생 어느 때에
엄마 말을 잘 듣고 기쁘게 해 드렸더라면... 후회하는 일도 많았다
그리고
사택에서 서른 살 그 해에
이웃의 30대 후반 부인이 3번째 아기를 낳다가 하혈이 멈춰지지 않아서 죽은 사고가 있었다.
그 전 해에 시내에 2층 주택을 샀다고 했었다.
대출을 받아서 샀으니 생활비를 무리하게 줄여서 식생활이 형편없었단다.
변변한 반찬은 남편과 두 아이 먹이고 정작 본인은 밥에 김치만 먹더란다
친한 부인들이 그렇게 먹으면 아기 낳을 때 힘이 없어서 고생한다고
앞집에서 돼지고기를 삶아서 먹였던 게 아기 낳기 일주일 전이었다나
돈 모아서 남보다 앞서서 2층 집도 샀으나 살아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몇 달 후 재혼해서 사는 그 집 남편을 보면서
긴 인생에서 한 달 한 달도 소중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던 사건이었다.
그런 경험들이 김 과장 부인에게
어떤 여건 어떤 환경에 살더라도 그 기간이 다 모여서 니 인생이 되는 거니까
일 년도 한 달도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했었나 보다.
한국 가서 쓰려고 박스에 넣어 둔 그릇과 물건들도 꺼내서 쓰고
좋은 것들을 지금부터 쓰라고 했단다.
28세 29세였던 새댁이 50대에 만나 옛날 내가 했던 말을 들려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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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리를 탁 ! 치면서 감탄하게 하는 글..
예전에도 감탄했지만 지금 이 순간도 참 좋은 글이구나...합니다.해외영업 담당 직원들은
귀국해서 국내 근무 3년 정도 한 후에 다시 외국 발령 받아서 나가니까
4번의 외국 근무라면 2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거예요.
귀국해서 국내 근무할때는 자주 만났고 또 외국 나가고... 반복이었지요
아이들 어릴 때 스코틀랜드 여행도 같이 갔었고 이탈리아 여행도 두 가족이 갔었어요.
2006년도 여름에 나혼자 런던 가서 그 댁에서 일주일 신세 지기도 했고요
시동생 같고 또 친정동생 같고...그런 사이였어요. -
시에라2020.11.08 09:55 신고
안녕하세요 링크해놓고 가끔찾는 열혈팬(?^^) 입니다..초반에 들렀을 때 한번 인사드린적이 있고 두번째 인사인듯 합니다..오늘 올려주신 이야기는 왠지 눈물이 나네요..아마 늦은나이 아이를 낳고 이제 6개월..이전과는 다르게 몸이 힘들다고 대충 하루하루 넘기듯 지내는 요즘의 제가 생각나서인 것 같습니다. 맘속에 새기고 다시 재미나게 살아야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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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20.11.08 12:08
시에라님~
위로와 격려의 인사를 먼저 하고싶어요
아기가 6개월이면...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군요
말귀를 알아 듣는 즈음이 되어야 좀 수월해질 꺼에요.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비탈길을 올라가는 심정일 겁니다
지나고보면 별 거 아니어도
겪고 있는 그 순간에는 하루하루가 벅차서 며칠만 휴가를 가고싶은 심정이지요?
나도 연년생 아들을 키우면서 잠이 너무 모라자서
이틀만 죽은듯이 잠을 잤으면...그 게 소원이었던 적도 있었어요
곧 편한 시기가 올 테니 힘내서 잘 견디라고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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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20.11.09 09:28 신고
선생님~올해는 코로나와 함께 1학기가 시작되었는데~2학기가 끝날 무렵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인걸 보게 됩니다.
제 삶은 쫓기는 듯 살아가는 생활이 기본 세팅처럼 되어 있고...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1년이 금방인데~이렇게 시간을 쓰다가 어느덧 노년기에 이르를텐데...삶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모든 것이 훅 꺽인 다음에 그 때 챙겼어야 하는 것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삶에서 소중한 것들...
균형있게 챙기며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에 충실한 삶~그렇다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과하게 희생하는 것도 아닌...
본론으로 돌아가서~^^ 전 선생님의 안정감 있는~ 균형감이 참 좋습니다.
큰일이 일어나도, 소소한 일상 생활 속에서도~~생각과 삶의 모습이 어느 한쪽으로 휩쓸리지 않는 균형~
감정과 생각의 균형~말로는 하기 쉬운 적절함이 실전에서는 정말 어려운데..
저는 선생님을 통해 적절함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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