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편

선배님의 조언.

by 그레이스 ~ 2021. 11. 12.

남편의 고집과 독단적인 결정에 분통이 터질 때에도 

과거에 잘해줬던 일,

잘하려고 노력했던 사연들이 많아서 참고 넘긴다는 글을 여러 번 썼었다.

 

곧 결혼을 한다고,

평소에 자주 만나는 선배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소년가장 역할로 살아온 남편의 사정을 잘 아는... 대학 10년 선배이신 전무님께서 

가난한 집 장남은 남편이 역할을 잘못하면 

부부 사이가 나빠지고 나중에는 서로 원망하는 관계가 되기 쉽다고

아내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단다.

시댁 뒷바라지 하느라,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살았다는 원망을 듣지 않도록 

아내의 삶도 존중해주고 조율을 잘하라는 말씀이 더란다 

서울공대 선배 중에 가난한 집 장남이 여럿이어서 

그중에는 이미 남들이 알아챌 정도의 갈등이 있는 가정도 있었다

그러니 황전무님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명심했겠지.

 

신혼 초에는 월급의 절반을 시어머니께 보내느라 거의 밥만 먹는 생활을 했었고,

3개월마다 나오는 보너스로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고 살았다 

 

8년 후 런던지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남보다 일찍 승진을 해서 부장이 되었고 또 해외수당 주택수당이 따로 나와서

한국에 살 때보다 훨씬 넉넉해졌는데도

남편도 나도 돈 쓰는 걸 무서워했었다 

그때 있었던 일이 버버리 스웨터 사건이다 

 

점점 적응해 가면서

아이들과 아내는 직원 가족들과 비교해서 빠지지 않게 다 갖추어 주려고 하면서도 

유독 본인의 옷이나 소지품은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비록 중고차이지만 두 대의 차를 사서 편리하게 살았던 것도 좋았고

유치원 다니던 아이들 수영장으로 아이스 링크로 데리고 다니면서

수영과 스케이트 레슨을 시켰던 것도 내 차가 있어서 가능했었다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고 아이들 데리고 발레 공연을 보러 다녔던 것도 

런던지사 10년만에 우리 가족이 처음이라고 했었다 

그런 건 남편이 사전 예약을 안 해주면 불가능했으니까 

 

 

  •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은 자신이 뭘 사려는 데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 남편도 그렇습니다. 자기 옷은 사지 말라고 절대로 안 입는다고..
    그래도 행사가 있고, 나갈 일이 있는데, 옷이 마땅치 않으면 안 된다고 제가 억지로 삽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11.13 07:48

      그러면서도 아들과 아내에게는 후한 남자였어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덴마크 장난감 네델란드 우유병 사오고 ...
      아이들 서너살때 영국 출장 가서 내것 베이지색 버버리 코트 사다 줬잖아요
      82년도 영국 가는 길에 파리에서 찍은 그 버버리 입은 사진 있어요

  • 데이지2021.11.12 22:09 신고

    나이 들수록 더 깔끔하게 의복을 갖춰 주고 싶으나 우리집에도 이를 극구 반대하는 한 사람 있어요. 있는 옷도 다 못입고 죽는다나요. ㅠㅠ.

    답글
    • 그레이스2021.11.13 07:55

      우리집은 2012년 큰아들 결혼 때 산 양복이 제일 새 옷이예요
      그나마 사장 10년동안 여러벌의 양복을 샀던 게 다행이었어요
      결혼식 아니고는 입고 나갈 일이 없으니
      그 양복도 그냥 걸려 있어요

'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  (0) 2022.04.04
만 75세 생일.  (0) 2021.11.22
충무 기술상  (0) 2021.09.08
남편의 쇼핑  (0) 2021.08.11
남편의 취미생활  (0) 2021.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