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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충무 기술상

by 그레이스 ~ 2021. 9. 8.

사실은...

며칠 전에는 충무 기술상에 대한 내용을 쓸 생각이 아니었다 

 

이사를 하면서 장신구들을 정리하다가 열어 본 주머니 속에서 나온 

부상으로 받은 반지 두개.

하나에 다섯 돈씩이니 두 개 열 돈이고

또 근속기념 메달과 기념 배지를 합하면, 스무 돈이 되겠다 싶어서 

그냥 두면 뭐하냐

전부 녹여서 금팔찌를 만들고 싶다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아들에게 하나씩 줄 꺼란다.

할아버지 기념품이라고 하면서 훗날 큰아들은 윤호 주고, 작은아들은 하준이 주고...

그런 생각이라면 두 아들에게 줄게요~ (했다)

 

충무 기술상은 

조선의 기술개발에 큰 업적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런던지사에 근무하던 시기(1982~1984)에

LPG를 운반하는 배를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 노르웨이에서 발표되었었다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되어 자료를 차곡차곡 준비해서 

85년 귀국하자마자 

앞으로 LPG 선 건조를 해야 조선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력 건의해서 

LPG선 설계 건조 담당자가 되어 (귀국하면서 이사 승진했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LPG선을 수주하고 건조했었다.

 

그 설계 경험으로 바로 LNG 선도  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앞으로 30년은 LNG 선이 조선을 먹여 살릴 거라고 예측했었는데 

남편의 말대로 된 셈이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받은 금반지이니 

자식에게 손자에게 물려주는 것도 의미 있겠다.

30년 동안 한 번도 안 닦아서...

손가락 사이즈를 적어가서 만든 반지여서 30년 전에는 넉넉했는데 

지금은 마디에 걸렸다 

남편 반지가 가운데 손가락에 맞네.

 

 

 

  • 와~ 대단하십니다.
    혜안이 있으셨군요.
    창조와 성실이 합쳐지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부군을 뵙고 새삼 느낍니다.
    현재를 버티는 힘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09.08 13:33

      처음에는
      이런 사연의 반지인데 녹여서 팔찌 만들려고 합니다~ 라는 글이 되었을 겁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도로 넣어 뒀어요 ㅎㅎ

      남편은 올해 76세인데
      몇년 전부터 점점 더 고집과 억지가 심하고 말썽을 피우는 횟수가 늘어나서
      내가 여러번 하소연 글을 썼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많은 점수를 따 놔서 참고 넘어간다고 하면서요
      젊은시절에,
      나는 우리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하는 게 아니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바른 선택을 하려고 애쓴다 라고 합디다
      현대가 앞서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삼성과 대우와 공유해야 한다는 ...
      경쟁은 일본과 다른나라 조선소와 하고
      국내에서는 제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을 하면 안된다고 ...
      임원회의에서 설득했던 사람이었어요
      맡은 일을 위해서 새벽에 출근하고 밤중에 퇴근하느라
      아이 교육이나 집안일에 무신경했으나
      반듯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그런 세월이 30년 가까이 되니
      요즘 자주 부딪칠 일이 생겨도 ... 그냥 참아주는 겁니다

  • 하늘2021.09.08 13:56 신고

    세상에…그렇게 훌륭한 분이시니 지금 그 정도의 일은 참아주실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ㅎ
    이런 아까운 반지를 녹이는 것은 심히 아니라고도 생각되어지구요
    자서전으로 써서 후손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조도 정말 잘 하셨구요.

    답글
    • 그레이스2021.09.08 15:21

      작년에 이사 과정에서 봤 듯이
      참아내기 어려운 고집도 있어서,한숨을 쉬다가...
      혼자서 눈물을 흘리다가... 그랬잖아요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겠다고 고집 피워서 체념하고...
      어디든지 남편이 원하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아들에게 말했었고요
      참아줄 수 있는 한계를 넘을 때도 종종 생깁니다

       

  • 산세베리아2021.09.08 15:47 신고

    와 멋지십니다....
    아들에게 손주에게
    할아버지의 업적을 대물림 하는것...
    손주들도 할아버지를
    존경할거예요

    답글
    • 그레이스2021.09.08 16:53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로는
      주말마다 서울 아들집에 가서 윤호 유라와 노는 시간이 많아서 ...
      할아버지와 깊은 정이 든 것 같아요
      질문하는 내용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찡~ 해지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언제까지 몇살까지 살 거냐고...
      오래 오래 할아버지와 있고 싶은데
      할아버지가 빨리 하늘나라로 가면 어떡하냐고... 그게 걱정이래요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너희들과 재미있게 지내다보면 나중에 알게 될꺼라고 했어요
      훗날 ...
      손자 손녀들은 그리운 할아버지로 기억할 거에요.

  • Silky2021.09.09 06:15 신고

    "참아줄 수 있는 한계를 종종 넘길 때," 못 참는 일이 자주 생기는 경우가 남편과의 경우이겠지요.?
    달리 생각 하면 서로 믿고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이라 믿어 집니다.
    그래도'님'께선 잘 참으시더이다. 부러워 하면서도 제겐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헌데 위의 "충무 기술상" 내용을 보니 너무나도 존경 받아 마땅한, 대단하신 분이 시네요.
    "그레이스님 가족 뿐 만 아니라, 대한 민국 온 국민에게서도..."
    우리는 매일 수 없이 접하는 온갖 미디어에서 제일 자주 만나는 혼탁한 정계소식 때문에 진정으로 말없이 꾸준히 나라를 위해, 현장에서 평생을 마친 참 애국자들의 노고를 잊고 있거나
    일상에서 직접 혜택을 보고 있어도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다반사 지요.
    저의 작고하신 큰 오라버님도, 서울 공대 졸업 후에 평생을 한전에서 재직하시면서,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위한 에너지 공급의 핵인 원자력 발전을 도입 초창기 부터 책임지셨고,
    한전 은퇴후에도 한국전력기술 공사 사장으로 재직 하시다 은퇴 하신 핵심 역군 이셨지요.
    물론 해외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도 많이 맡아 오시는 등, 산업공로 훈장도 받으시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족적 배경이 있는 저도 "충무 기술상"이 있는 줄은 여기서 처음 들어 봅니다.

    가문 대대로 자손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가보로군요.
    집안 거실 제일 좋은 자리에 전시해 두시고 , 손자 손녀들이 오면 그 내력을 자연스럽게 알려주시다,손자들이 장성하면 그 때에 물려주시면 되시겠네요!.

    외국 친구들 집에 초대 받아 가보면 거실 한쪽 켠에, 집안 조상들의 초상화 부터, 물려 받은 문장, 도자기, 일대기 기록한 책, 저서 원고, 애장해 놓았던 가구(Sekraetaer), 당대의 여행 기념품 등을 전시해 논 전시방을 안내해 주곤 하던데,
    한눈에 그 집 내력 들어나고, 품위가 보이기도 합니다.
    대륙간의 땅덩이의 차이도 크고 건축법양식도 다르지만, 곧바로 유럽과 미국의 가족의 차이 들어나더군요.
    그레이스 님은 소장하고 계신 좋은 그릇들과, 명품 장신구, 옷 등 지금도 잘 관리하고 계시고, 전시 공간도 따로 필요하지만, 후에 물려주시더라도
    두분 아드님 내외 분들이 모두 능력과 성품이 겸비해서 충분이 부모님의 유지를 이어 가시리라 믿습니다.

    참으로 두분 사이는 훌륭하신 전범 이 되시는 부군, 부모, 조부모 이십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09.09 07:05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전에도 여러번 언급했듯이,
      내 남편이 아니었더라도, 이웃에 사는 사람이었더라도
      살아가는 자세를 보고 감동을 받고, 존경했을 거라는 표현을 했더랬습니다
      젊은시절에 그런 마음으로 살았어요
      70세를 넘기고는 자주 말썽을 피우지만요

      10 여년 전에 마트에서 지나치게 물건을 사셨다고 흉을 봤더니
      저희 작은아들이,
      쥬스를 종류별로 다 샀더라도 그게 10만원이 되겠어요? 20만원이 되겠어요?
      우리아버지는 그런 정도 낭비는 하셔도 된다고...
      가족에게 대접 받으셔야 한다고... 그러니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했던 적이 있었어요
      두 아들도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대단합니다

  • christine2021.09.09 12:18 신고

    울나라 조선업이 항상 세계 1위였던 산업화시절 부군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을것 같네요~ 덕분에 저희가 편하게 살고있고 넘나라가서도 기죽지않고 지낼수있고 국가 브랜드가 정말 업그레이드가 되었어용~

    할아버지의 훈장을 물려받은 손자들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만해도 뿌듯합니당^^

    저는 얼마전 친정가서 아버지가 아끼던 소장품 두개 얻어 왔어요~ 윌슨 알루미늄 테니스라켓이랑 라이카 카메라^^ 테니스라켓은 제가 태어날때쯤 학교 체육샘통해서 구입하셨다 하시고 라이카카메라는 옴마 친구분이 독일 간호사로 일하셨는데 82년도에 한국에 오실때 부탁해서 당시 몇달치 월급을 주고 사셨다하더라구요~

    답글
    • 그레이스2021.09.09 12:46

      70년대 초 우리나라에 처음 조선소가 만들어졌을 때
      서울공대 출신들이 대거 입사했었어
      남편은 제대 전에 군부대로 선배가 찾아왔더라 했었고.
      각 부서마다 유능한 인재가 많았으니 발전이 빨랐을 거야

      젊은시절에 남편에게 감동 받은 것 중에 한가지...
      학생이 학교에 가는 거나
      직장인이 회사에 가는 거나
      어쩌다 가기 싫은 날도 있는 게 정상이잖아?
      남편은 직장에 다니는동안 한번도 출근하기 싫다거나 일하기 싫다고 했던 적이 없었어
      나는 그게 너무나 이상한 거야
      어째 그럴수가 있나 싶더라구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회의가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열심히 해야지 어쩌겠어" 라는 심정이었겠지.

      어떤 일이든,
      맡은 일에는 모든 정성을 다하는 건 성격이다 싶어
      요즘 손자 손녀를 돌보는 것도
      저토록 열성적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다 쏟아서 놀아주신다

  • 데이지2021.09.12 22:48 신고

    우리나라 조선업 발전의 초석을 놓으셨네요. 존경스러우셨겠어요. 이제는 은퇴하시고 정성과 성심을 다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아름다운 노년이십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09.13 09:16

      본인이 살아 온 나날에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긴 세월이 후회없는 삶이었다고 하고요
      그러다보니,
      아내의 입장에서는 부작용도 좀... 있습니다.ㅎㅎ

  • 앤드류 엄마2021.09.13 08:27 신고

    남편분께서 정말 선견지명이 있어셨네요.
    말씀처럼 덕분에 한국 조선소가 근 30년동안 호황기를 맞았고,
    세계적인 조선소로 성장할수 있었네요.
    대한 조선학회도 수상자 선발을 잘 하셨군요.
    그렇게 의미있는 부상이니 가보로 자자손손 대물림 되면 더 좋겠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1.09.13 09:23

      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고...한국에서 1인자라고 했었지요
      유럽과 미국의 선박을 주문하는 회사에서도 인정하는 기술자여서
      여러가지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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