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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부부

by 그레이스 ~ 2022. 4. 4.

뉴스를 보니 진해 경화의 벚꽃도 

부산 해운대의 벚꽃도 절정으로 피었다 

자연스레 달맞이 언덕에서 송정으로 넘어가는 숲 속 길에 핀 벚꽃 터널이 떠 오른다 

해마다 벚꽃이 만개한 일주일은 매일 아침 산책하는 기분으로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켜놓고 자동차로 천천히 송정까지 한 바퀴 돌아서 왔었다

 

달맞이 언덕 벚꽃길을 찾아보니

몇 년 전에  

남편에게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같이 나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나서는 남편

 

 

 

자동차는 주차 코너에 세워두고 

벚꽃터널을 걸어서 내려가면서 손을 잡았더니 

쑥스러운 듯 어색해하는 남편에게

좋은 남편 만나서 좋은 곳에서 즐기면서 산다고 

이 게 다 당신 덕분이에요 했더니 

말없이 손을 꼬옥 잡아준다고 썼더라 

 

나는 수시로 남편에게 당신 덕분이다 혹은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할 때도 마음속 밑바닥에 그런 게 깔려 있어서 

말의 수위가 한계를 넘지 않았다 

 

그런 생활을 40년 넘게 하다가

교통사고 이후 (남편에게 서운함이 있어서) 말이 없어지고 무뚝뚝했더니 

(나를) 사람이 변했다면서 내가 대꾸하는 걸 못 견뎌서 폭발하고...

 

교통사고가 났던 그 전날 

이번에는 운전해서 가지 말고 비행기를 타자고 몇 번이나 부탁을 했었고 

내 말을 들은 큰며느리도 비행기 타고 오시라고 전화를 했었는데

기어이 자기 고집대로 자동차로 서울 가다가 사고가 났으니...

통증이 심하거나 걷는 게 불편해서 괴로울 때

평생 자기 고집대로만 사는 남편을 어찌 원망하는 맘이 안 생기겠냐고?

 

이미 사고는 생겨버렸고 

나는 다쳐서 과거의 몸으로 되돌릴 수 없으니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해 가는,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게 내 방식이어서 

2년이 지난 지금은 

매일 남편의 고마운 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 어떤 말씀으로도 위로드릴 수 없지만..
    사고 이후로 잘 이겨내고 계시니 참 기쁩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버팀목 삼으셔서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4.04 13:59

      센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날에도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아도 사는 게 참 허망하고 서글픈 날에도
      키미님의 댓글에 큰 위로를 받고 울면서 마음을 추스린 날이 많았어요
      고맙고 또 고마운 키미님~^^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주로 찾아 갈게요

  • 데이지2022.04.04 16:46 신고

    그레이스님!
    부부가 살아가면서 벚꽃길을 손잡고 걷기도 하고 산더미만한 파도에 휩쓸리는 듯한 일도 겪게 되네요. 예기치 않던 사고로 큰 수술을 하고 이겨내 가면서 드물게는 이런저런 원망도 생기시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묵묵히 고통을 누르고 감사함을 찾아 내는 그레이스님!

    답글
    • 그레이스2022.04.04 17:59

      남편은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운전을 했는데
      3 차선에서 혼자 운전하고 가던 젊은이가 졸음으로 운전대를 놔 버려서
      그 자동차가 2차선 우리차를 1차선을 지나 중앙분리대까지 밀고 간 사고이니
      남편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잖아요
      장파열 수술하러 가면서 당신 잘못은 아니라고 죄책감 가지지 말라고 했어요
      그당시는 척추뼈가 그렇게나 부러진 건 알지도 못했고요
      나중에 등에 30센티나 길게 수술을 해서
      척추뼈를 일곱개나 고정 시키고...
      나는 억울함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 이후 새차를 주문할 때도 내 의견은 완전 무시하고 남편 취향으로 결정할 때
      아들이 엄마차로 사 줘서 내명의로 된 차인데
      그 차 배상 받은 돈으로 새 차를 사면서 왜 당신 맘대로 결정하느냐고 항의를 했으나 소용이 없었지요
      그런식으로 내 의사를 무시하고 남편 맘대로 결정할 때마다
      차마 대놓고는 말 못해도 속으로 원망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옵디다
      용인으로 이사오는 과정에서도 내 의견을 무시해서 여러번 언쟁을 했었고요

  • 데이지2022.04.04 21:59 신고

    그레이스님! 가정의 평화를 만드는 분이셔요. ㅠㅠ.

    답글
    • 그레이스2022.04.04 23:19

      작은아들이 그런 말을 종종 합니다~ㅎㅎ

  • 생강차2022.04.05 09:39 신고

    제 추측에 아저씨께서 기질적으로 통제 욕구가 매우 높으신 분같아요.
    자수성가하고 큰아들들이 자기 식이 무조건 옳다는 독선이 강하다고 하더군요.
    님께서도 자기 가치관과 주관이 뚜렷하신 분 같은데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저와 제 남편도 장남, 장녀이고 제 고집도 센 편인데
    부딪침이 너무 많았지요.
    한번은 속이 너무 끓어 올라서 남편이 출근한 후에 의자를 남편이라 생각하고
    손으로 치며 온갖 욕을 해대었더니 조금 후련해지더군요. ㅎㅎ
    아이가 집에 있을 때에는 아이 때문에 참고
    아이가 결혼하면 반드시 이혼하리라 굳게 결심햇는데
    지금은 늙어서인지 말하고 화 낼 기운도 없어 속으로 욕 한번하고 무시하려 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4.05 10:58

      다른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판단이 더 정확하고 옳다고 생각해서 계속 설득하는...
      그게 피곤해서 웬만한 일에는 그냥 따라가는 편이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때 시아버지 돌아가셔서
      그때부터 시어머니보다 고등학생 큰아들이 집안의 가장으로 살았으니
      뭔가를 결정하는 건 자기의 몫이라고 몸에 베인 습관이에요
      그런데도 내가 반항하지 않았던 이유는
      남편은 자기 자신보다 아내와 자식이 우선이라서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봅니다
      자동차 바꿀 때도 나와 다투었던 이유가
      나는 사고났던 차와 같은 제네시스를 사겠다 하고
      남편은 승용차는 이제 안된다 승차감이 떨어지더라도 튼튼한 차로 바꿔야 한다
      또 누가 차를 박더라도 당신 목숨은 건져야 되지 않냐고
      결국에는 내가 져서 남편이 사고싶은 포드 익스플로러를 샀어요
      몸에 익숙한 차가 아니라서 지금도 낯설어요
      마트 가서 자기 맘대로 잔뜩 카트에 담는다거나 ...
      그런 소소한 것들은 남편의 취미생활이라 생각하고 안 먹고 버리더라도 속끓이지 않습니다
      내가 절대로 참지 않는 한 가지는
      나를 무시하는 듯한 존중하지 않는 발언을 했을 때는
      어떠한 경우에도 끝까지 따져서 사과를 받아 냅니다
      나는 재산을 다 잃고는 살 수 있지만 무시 당하고는 못 산다고 했어요

  • christine2022.04.05 13:29 신고

    왜 남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씰데없는 고집을 못꺽을까요?? 그동안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인내하시느라 참말로 수고하셨어요... 교통사고 이야기는 진짜 넘 속상하네요 ㅠㅠ 근데 차를 익스플로러로 바꾸신건 잘하신듯해요. 진짜 튼튼한 차라 카던데요~

    한국은 본격적인 벚꽃시즌이긌네요~ 여긴 초가을에 들어섰는데 한국의 가을만큼 화려하진않아도 정말 운치있는 풍경이 동네곳곳에 있어 기분전환이 되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2.04.05 15:07

      비행기 타셨으면 사고 안났을텐데
      아버지가 고집 피워서 자동차로 올라오신 탓이다 했더니
      남편이 하는 말이
      사고 날 운명이었으면 비행기 타고와서 김포에서 택시 타고 오다가 사고 났을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
      그런 말을 왜 자기가 하냐?
      자기탓이라고 자책하는 사람에게 옆에서 위로하느라 하는 말인 것을
      일상생활중에도 나에게 미안해하는 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말은... 자기 잘못은 아니라고 하신다

      진짜 튼튼한 차는 맞는데
      나는 정이 안가네
      운전하고싶은 맘도 안 생기고

      거실에서 보이는 산벚꽃나무는
      분홍색 물감으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린 듯 한 무더기로 발가스레하다
      무수히 많은 봉오리들이 하나의 분홍색 무더기로 보이네

  • 여름하늘2022.04.05 22:15 신고

    사고가 난후의 그 고통도 참으로 컸을것 같은데
    남편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컸으니
    그 때문에 또 힘드셨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돌아서서
    남편에게 고마운 점을 찾으려고 노력중이시라니
    그렇게 되기까지 참으로 힘들게 지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모든걸 다 극복하고 지금까지 정말 잘 지내오셨습니다
    씩씩합니다 늘 응원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4.06 07:17

      통증으로 괴로울때는 속으로 원망하다가도
      칠십 넘은 남자노인이 집안일 하느라 고생하는 걸 보면 또 안쓰럽고
      나는 움직일 수 없는데 자기 맘대로 하는 거 보믄 속 터지고
      남편에게 부탁할 수 없을 때는 혼자 서럽고
      그러니 온갖 감정이 다 섞인 몇 달을 보내다가
      가을이 되어 갑자기 이사를 결정하고는
      자기의 로망이라면서 전원주택에 살고싶다 해서 또 한바탕 난리가 나고...
      별별 일을 다 겪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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