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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서예대전에 특선으로 뽑힌 올케의 작품

by 그레이스 ~ 2021. 11. 22.

지난 토요일 오후에 형제들 채팅방에 오빠의 글이 올라왔다.

경주 예술의 전당에 전시된 서예대전 작품을 관람하러 왔다면서 

글 내용은 어부사시사 중의 구절을 

한글과 한자가 섞인 판본체로 쓴...  반 여사(큰 올케)의 작품이다 

한글은 이제 그만 쓰고 한자로 바꾸면서

서예대전에 출품할 생각은 전혀 없이 한글 마지막 작품으로 썼던 건데

서실에서 지도를 해주셨던 선생님이 아깝다고 출품을 해보자고 해서

본인은 부족하다고... 마지못해 냈다는 설명이다

욕심 없이 쓴 글이라서 어깨에 힘이 빠져 오히려 잘 쓴 글이 된 모양이라고 하네 

 

 

친정오빠 부부는 좀 평범하지 않은 노년생활을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63세에 퇴직한 오빠는 

다음 해 고문으로 1년 더 근무하게 되어 

매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시간에 수채화를 배우겠다면서

화실에 등록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그림에 매달렸었다 

그 해 연말에는 그 그림으로 탁상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연하장 대신으로 보내기도 했었고

1년의 기한이 끝나고 

은퇴 이후의 생활은 평소에 좋아하던 경주로 이사 가서 자리 잡았다 

아마 9년 전인 것 같다 

그 9년 동안 오빠는 그림 그리고 올케는 붓글씨 쓰는 취미생활을 계속한 셈이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이 취미였다

중 고등학생 시절에도

많은 문학작품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경쟁적으로 읽었는데 

남자 형제들은 물론이고 여동생과 나도

결혼한 이후에도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버릇은 남아 있는 셈이다

형제자매들 중에서 오빠가 제일 많은 책을 읽었고,

현역으로 있을 때는 매달 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지금도 전문서적을 포함해서 일 년에 150권의 책을 읽는 사람이다 

150권의 책을 읽었던 제목을 적어서 보내줬던 사진이고

 

 

5000권의 책이 방 3면에 가득 찬 오빠의 서재 

 

오빠 부부가 평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4개의 방이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하나는 부부 침실이고 또 하나는 손님용 침실이고 

나머지 방 2개는 오빠의 서재와 올케언니의 서재로 꾸며 놨더라 

두 사람 다 하루 종일 각자의 서재에서 책을 읽고 글씨를 쓰고...

식사시간에 부엌에서 만난다네 

매일 아침과 저녁에 집 앞 공원을 한 시간씩 산책하면서 세상사 이야기를 하고...

멋있게 늙어가는 부부다.

 

  • 서예에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작품이 정말 훌륭해 보입니다.
    이 정도 쓰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지요.
    저는 인내심이 부족하여 돈주고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형제분들도 훌륭하시만 올케들도 재주가 많으시네요.
    제 기억에 한 올케는 집을 잘 꾸미시는 걸로 기억합니다.
    노후에 자녀들도 자리를 잡고 부부가 건강하게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늙어가는 것이 큰 복인것 같아요.

    • 그레이스2021.11.23 10:46

      전에 오빠집에 갔을 때는
      전시회 작품중에 멀리 보이는 한글체로 쓴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한글체도 종류가 많아서 그 과정을 다 배우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 같습니다
      한자와 한글을 병용해서 쓰다가 이제는 한글은 그만 쓴다고 했으니
      앞으로는 한문에 집중하겠네요
      올케언니가 나보다는 3살 아래라서 68세인데
      눈도 나빠지고 관절도 안좋아서 긴 시간 집중해서 붓글씨를 쓸 수는 없을 거 예요.

      둘째올케는 국어선생님이었는데
      작가보다는 미적 감각이 뛰어나서 공예작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40대에는 백화점 문화센터 강사로 나와달라는 제의도 받았어요
      고민하다가 막내가 어려서 포기한다고 했어요

  • 채송화2021.11.23 09:22 신고

    정말 멋지시네요.
    퇴직 4년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 퇴직 후 어떻게 인생 설계를 해야 할지 고민이 정말 많답니다.
    그렇다고 꼭 정년까지 가야 할지도 고민도되고 그레이스님 오빠 부부정말 멋지시네요.
    저도 퇴직후 어떻게 살아 갈지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서 보람된 노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 그레이스2021.11.23 10:55

      세월이 지나고 보니,
      올케언니는 중년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구나 싶어요
      내가 영국에서 돌아왔던 해가 85년인데
      1~2년 후에 올케가 일본어를 배운다고
      오빠가 나에게도 시작하라는 권유를 합디다
      일본어는 빨리 마스터할 수 있다면서 여행가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오빠에게는 예~~ 해놓고
      그당시 학교 어머니회 회장을 맡아서 바쁘게 지냈느라 못했어요
      오빠가 부사장이 되고는 올케언니는 영어회화를 시작하고...
      퇴직하고는 붓글씨는 시작하고...

  • 키미2021.11.23 11:15 신고

    글씨 너무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서체입니다.
    제 은사님은 이제 한글을 쓰신다고...계속 한자를 쓰셨거든요.
    서예는 시간과 끈기, 집중력이 엄청나게 필요하다고 하시네요.
    책이 가득한 서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완전 로망이죠. 저도 책이 많긴 하지만 너무 멋있습니다.

    • 그레이스2021.11.23 13:20
      초대작가로 오신 분도 좋은 말씀을 해주셨대요
      나는 붓글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서
      보기에 아름다운 글씨체만 눈에 들어옵니다.ㅎㅎ
  • christine2021.11.23 16:07 신고

    취미로 배운 서예라고 믿기지가 않네요~ 올케분 정말 멋지십니당^^

    • 그레이스2021.11.23 21:35

      오빠와 올케언니는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지 ...
      인터넷 블로그라는 게 있는지도 모를 건데
      축하를 받는 이런 반응을 어떻게 본인에게 전할까... 고민이네

  • 여름하늘2021.11.23 17:13 신고

    멋진 작품입니다
    퇴직하시고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시고
    저렇게 우수한 결과물을 내셨으니 지내온 시간들이
    참으로 흐믓하실것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 대학때부터 서예를 하면서 전시출품도 몇번하고
    결혼하면서 그만두고 지금까지 깡그리 잊고 지냈는데
    오늘 포스팅을 보면서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네요 ㅎ

    • 그레이스2021.11.23 21:44

      부부가 노년을 멋지게 살아가는구나 싶어요
      주중에는 휴전선 아래 전국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행을 다닙디다
      지도를 펼쳐놓고 처음에는 군 단위로 나중에는 면 단위로 다 다녔대요
      그러니 수백번을 다녔을 겁니다
      각자의 취미생활도 하고
      일년에 두번 외국여행도 가고...

      여름하늘님도 서예를 했구나
      지금 시작해도 넉넉하게 10년은 즐길 수 있을테니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예요

  • 신순옥2021.11.26 09:17 신고

    서예에 집중하다보니 오빠에 대해 얘기 못했네요.
    오빠분이 70이 넘은 나이에도 영어, 일어 등 외국서적도
    읽으시다니 놀라워요.
    저는 70도 안 됐는데 독서안경을 써도 글씨가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눈이 아리고 피곤해서 독서하기가 어려운데
    올캐와 오빠 두 분 모두 매우 건강하시네요.
    거기다 여행까지 다니신다니 끝내주십니다.
    두분 모두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백년해로 하시기를 바랍니다.

    • 그레이스2021.11.26 11:53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눈이 나빠서 안경을 썼어요
      중고등학생때는 약간 나쁜 정도가 아니라 0.1도 안되는 마이너스라고 했거던요
      그렇게나 악조건에서도 집중력이 대단해서 공부를 잘 했고, 독서량도 엄청났습니다
      영어 일어는 대학 다닐 때 이미 원서를 읽었어요
      그 후에 회사에서 중역이 된 이후에는
      외국 전문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강의를 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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