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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남편 흉보기 (2018 년)

by 그레이스 ~ 2022. 7. 21.

식탁에 갖다 놓은 김치 그릇을 보고, 화를 벌컥 내신다.

내가 이렇게 놓지 말랬지~!!!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냐고, 잔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남편이 원하는 김치 사이즈는,

보통의 크기를 4~5조각 으로 잘게 잘라서 김치가 아니라 짠지처럼 해놔야 한다.

생김치를 밖에서 익혔더니,

적당하게 잘 익어서 식당에서 처럼 담아 내놨더니,

크기가 맘에 안든다고 짜증이 나서,

무슨 여자가 나이 들수록 점점 남편 말 안 듣고 고집을 피운다고,

이래서 황혼이혼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듣고 있으려니 어이가 없어서,

내가 당신맘에 안 드는 것처럼 당신도 내 맘에 안 드는 게 많지만,

나는 그런식으로 내색을 안 한다고 했더니,

자기가 잘못하는 게 뭐가 있냐고 큰소리치시네.

어이구~~~ 기가 막혀서...

 

그래 말해볼게요 하고는,

첫째,

날마다 낚시 가서 집안 가득 비린내가 차는 거 참아낼 여자 별로 없을 꺼고,

먹지도 않을 생선을 잡아와서 냉동고 가득 채워놓는 것도 너~무 싫다.

(생선이 안 잡힐 때 꺼내 먹을 꺼란다)

냉동실에 몇 개월 있었던 거 꺼내서 먹는 걸 못 봤다고,

그렇게 뒀다가 길고양이 먹이로 가져가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생선은 먹고 싶을 때,

원하는 종류로 한 마리 싱싱한 것을 사 와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둘째,

아들 집에 가서 자식들과 이야기하는 거,

다른 집에서는 엄마가 하는 게 대부분인데,

우리 집에는 당신이 아들과 며느리까지 독차지해서 그동안 있었던 온갖 이야기를 혼자서 한다.

내가 옆에서 끼어들었더니, 불같이 화를 냈지 않았느냐.

자기가 말하는 중에 끼어들지 말라고.

 

세훈이 집에서 그런 일을 당하고,

명훈이 집 가서는 아예 옆에 가지도 않았다.

당신만 부모냐, 나도 부모다.

어째서 저녁시간 두 시간 반을 혼자 아들 차지를 하냐고...

이틀 동안 나는 그냥 아들 얼굴 보고 인사하는 걸로 끝냈다.

어디를 가든,

혼자서만 이야기하려는 버릇이 얼마나 나쁜 건지 아느냐

 

셋째,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서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거,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은 여자로 살려고 참는다.

만약에 내가 안 보이면,

도저히 못 참아서 집을 나간 줄 알아라.

 

억울하다고 반박을 한두 마디 해보다가,

생각해보니 자기가 좀 심했다 싶었는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다고,

누가 어떤 말을 했는데, 웃겼다고...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말대꾸도 안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으려니,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바꾼다.

 

왜, 왜, 왜?

점점 더 참을성이 없어질까?

오늘 조목조목 반격을 했으니, 한동안은 조심하시겠지.

 

..................................................................

 

낚시터에 갔다가 저녁에 와서는,
아침에 기분 나빴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편안하게 이야기를 합디다.
나도 평소와 같이 대답하고요.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저녁식사후 밤낚시를 가서 12시가 지나야 돌아왔는데,
요즘은 아침 8시 반쯤 나가서 오후에 돌아옵니다.
감성돔이나 도다리처럼 횟감이 좋을 때는 그 즉시 돌아오고요.

이제는 체념이 되어 속상하지도 않지만,
봄꽃이 절정일 때나 가을 단풍이 아무리 화려해도,단 하루도 둘이서 나들이를 한 적이 없어요.
낚시 때문에요.
태풍이라든지, 비가 쏟아진다든지,
도저히 못갈 날씨가 아니라면,직장인이 출근하듯이 낚시하러 갑니다.
아내가 수술하고 입원하고,또 돌아와서 한달간...
그동안 낚시를 참은 건,본인으로는 엄청난 노력이었어요.
결국....
그러러니 이해해야지 어쩌겠어요.

생선을 건조 시키는 방법...웃음이 나옵니다.
5년 전인가?
그보다 더 오래되었나?
건조에 필요한 도구를 다 사고,3단 그물망도 샀었어요.
말려놓으면 뭐합니까.
먹을 사람이 없는데...(싱싱한 생선이 있는데 말린생선 불려서 먹겠어요?)
중요한 핵심은, 생선이 사이즈가 작다는 게 문제예요.
아무튼
낚시에 대해서는 진즉에 포기를 했으니,속상하지도 않아요.

이번에 작심하고 반격을 한 건,
너무나 혼자서만 이야기를 하려는 버릇을 참을 수가 없어서 였어요.
제발 ~~~
자중하라고요.
12월에 친척들 전부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집을 떠나기 전부터 다짐을 받을 생각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어른이 되어보자고...
아들집에 가서도
아들이 하는 얘기를 먼저 듣자고 또 부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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