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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못말리는 고집 (2018년 8월 )

by 그레이스 ~ 2022. 7. 21.

태풍이 약해져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했다고 했으나, 

그 영향으로 어제 낮에도 약간 비가 오더니 밤에는 제법 세찬 비바람이 불었다.

땅이 젖어있고 또 피곤이 다 풀리지않은 상태에서 새벽운동을 나가는 건 무리다 싶어서,

4시 50분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는데

뭐가 불안했는지,

어수선한 꿈을 꾸고는 놀라서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6시 조금 지났다.

프랑스에 갈 일이 생겨서 가방을 챙겨 공항에 나갔는데,

막상 공항에 가서 보니,입은 옷 뿐이고 갈아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

잠옷도 편한 옷도.

막막해서 상점에 들러 츄리닝이라도 하나 살려고 물어보고 살펴보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늦었다~!!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럴수는 없다고...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현실 부정을 하다가 잠이 깼다.

 

일어날 시간을 넘겨서 무의식중에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잔뜩 흐린 날씨라서 빨래를 해서는 안되겠고,

먹다남은 음식들...냉장고 안 정리나 해야겠다.

 

남편을 흉봐서 나에게 덕 되는 일이 뭐가 있겠냐.

그냥 넘어가는 게 상책이지~ 하면서도,

이것 저것 쳐다보니 한숨이 나온다.

아휴~~~ 저 고집을 어찌할꼬~!

 

아이들 가는 날 점심 때, 

수박은 먹을 순간에 썰어서 즉석에서  먹어야 맛있다고,

썰어두면 안된다고,

몇번을 말려도 기어이 수박을 사각 썰기를 해서 통에 가득 남아놓더니,

그대로 남아있다.

바나나도 아이들 먹기좋게 썰어놔야 된다고...시커멓게 변색됐다.

포도도 다 따서 두었으니...곧 물러져서 어찌할지  모르겠다.

그런 건 여자에게 맡겨두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가 하고싶으면,말려도 소용이없다

소용이 없는 게 아니라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고함을 꽥 지른다.

과일만 예로 들었을 뿐,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숨 쉴 일이 몇번이나 있었다.

 

숨이 턱 막힐만큼 속이 상하면,

(그래, 버리자~ 저 건 버리는 거다)

다 버릴 각오하고,

그 정도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심정으로...참고, 조용히 넘어 간다.

 

오늘 아침에도,

찬밥이 많이 남았으니

나는 남아있는 무 볶아놓은 것과 나물,야채들을 넣고 비벼먹겠다고 말했는데,

누룽지 넣고 오트밀 넣고 죽을 한냄비 끓여서

내것까지 한그릇 퍼서 식탁에 갖다놨다.

소심한 반항으로,

아직 배가 안고파서 밥을 안먹을 꺼라고 하고,굶었다.

왜, 왜,

음식을 먹을 때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걸 모를까?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순간에 먹고싶은 걸 만드는 거지.

 

조금 있다가

혼자서 고추장 한숟가락 넣고 밥 비벼먹을 생각이다.

............................................................................

 

ㅎㅎㅎ 하이고...참말로..과일은 앉은 자리에서 썰어서 먹어야 되는데..
수박은 믹서기에 갈아서 쥬스로 마시면 됩니다.
바나나도 우유 넣어서 갈면 마시기 괜찮구요.
전 서리태 사 놓은 걸 다 먹어서 어제 팥을 삶아서 믹서기에 갈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오늘 수시로 마셨어요. 소금을 조금 넣었더니 좋아요.

오늘 김치를 담가볼까해서 배추를 사러 나갔다가 깜짝 놀라서 그냥 왔습니다.
물론 사먹는 김치에 비하겠습니까만 한 포기 8000원 하는 배추는 자꾸 손이 움츠려들었어요.
조금 남아 있는 김치로 먹고, 깎두기 많이 담아둔게 있으니 그걸로 김치 대신해도 되겠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그러자고 하기는 하는데요.
김치가 없으면 서운해하는 사람이라..
장날에 다시 나가볼까 생각합니다.
그냥 평소보다 적게 샀는데도 10만원이 훌쩍 넘었어요.

기압이 떨어지고, 날씨가 흐리면
저도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숙면을 못해서 그렇기도 하죠.
여기도 오늘은 바람이 제법 불어요.
그래도 비가 오기가 그렇게 싫은지..
시원하게 비 오길 기대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8.08.16 19:04

    글쎄... 두번이나 말해도 안듣잖아요?
    세번 말했다가는 고함이 나올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썰어놔서 색이 변한 복숭아는 아이들 떠나고 설겆이하면서 먹어치웠습니다.
    바나나는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둿고요.
    통에 담아둔 수박은 끝까지 한입도 안먹을 꺼예요.
    나는 남은 거 즉석에서 썰어서 먹을려구요.

    수박 사러가면서 같이 가자고 했더니,
    마트에서 이것저것 카트에 남는통에 또 한숨을 몇번 쉬었어요.
    우리는 콘프레이크를 안먹는데,손녀들 생각해서 초코렛맛 첵스를 넣더라구요.
    자기네 집에서야 우유에 콘프레이크를 타서 먹더라도
    부산 왔으면 밥을 먹일 거라고 필요없으니 빼라고 해도 기어이 사왔어요.
    내가 반대해서 결국 아이들 먹이지는 않았지만요.
    스넥 종류들,사탕종류들...

    우리집도 여름김치가 반통 남았는데,
    다 먹고나면 종갓집 김치 사먹을 생각입니다.
    호박이 지난달에는 한개 600원 하더니,이번에는 1650원으로 올랐습디다.
    채소값이 어찌나 올랐는지 깜짝 놀라겠어요.

    하루종일 짙은 구름속이더니,
    지금 밖에는 조금씩 비가 옵니다.

  • 2018.08.16 18:20 신고

    그레이스님
    전 왜 남편분 흉을 잡으시는 글을 읽어도 웃음이 나오는지..
    그아래 두분 사랑이 보여서 그런가봐요
    며느님 손주들향한 내리사랑 모습을 보면 많이 부럽기도 하구요
    나중에 저리할수 있을까 ..
    오늘 친구랑 자식이 커가며 부모도 여러 면에서 준비하고 배워야한다는 얘기를 하며 그레이스님을 떠올렸어요.. [비밀댓글]

    답글
    • 그레이스2018.08.16 19:10
      한마디로 표현해서 코미디부부에요.ㅎㅎ
      밑바탕에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깔려있으니까,
      감정이 한계를 넘지 않지만...막무가내 고집 때문에 종종 답답합니다.
  • christine2018.08.18 00:39 신고

    ㅎㅎㅎ 부군님과 부엌살림은 어느정도 협정이 필요한듯보이네용~~ 그래도 잘 도와주시공 낚시도 잘하시공 회를 반찬으로 드실수있는 특혜도 있으시니 살짝 눈감아주세용~~ ㅎ

     

    • 그레이스2018.08.18 07:20

      아이들이 곧 떠날거라고 하니,
      무엇을 잘 먹을까,
      어느 걸 먹일까,
      맘이 급해져서, 이것도 저것도 깎아놓고 썰어놓고 하시는 걸 알지만
      (냉동실에 있던 떡도 꺼내서 녹일려고 하더라구 인상을 팍~ 썼더니 그건 도로 넣어두고)
      과일도 빵도 케잌도... 한두개 먹고는 끝이지 뭐.
      기차에서 먹어라며,빵과 케잌은 봉지에 싸서 챙겨주시더라.
      어느 정도 절제를 하면 좋겠는데,
      아무리 지적을 해도 그 게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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